7월 152001
 
요즘 가끔씩 심야 정액제가 되는 만화방에 가서 그동안 밀린 만화책들을 보곤 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뭔가 너무나 어처구니 없어서 굉장하다는 느낌까지 주는 번역들을 발견하고는 하는데 그중 몇 가지를 적어보겠다.

일단 오늘 본 풍수 오컬트 게이 야구만화(…)아가페이즈, 역자는 박 련. 언제나 터무니없는 번역을 보여줌으로써 항상 기대감을 품게 하는 번역자(를 빙자한 창작?)였는데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우선 도쿠가와 막부를 연 일본 역사를 몰라도 이름은 들어봤을 이에야스(家康)를 ‘이에코우’ 라는 엄청난 독음으로 나를 맛가게 하다. 다음은 이쪽 계통에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역시나 이름은 들어봤을 헤이안시대의 유명한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安部 晴明) — ‘안베노 센메이’. 그리고 결정타를 먹인 게 지명 이름을 들먹이는데 ‘우에우미’ 출신이라는 것이다. 일본에 그런 지명이 있던가 싶어서 가만 한자를 생각해보니 나오는 글자는 上海…한 화교 청년의 출신지를 거론한 것이었고 그렇다면 당연히 나오는 결론은 중국의 샹하이….할 말이 없었다.

역시나 박 련이 번역한 ARMS. 원작은 꽤나 괜찮은 작품이건만 곳곳에 보이는 오역이 심히 심기를 거슬린다. 역시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거울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 Glass)에도 나오는 Jabberwock. 카타카나로도 ジャバウォック이라고 표기돼있어서 당연히 그냥 자바워크라고 적는 게 아님은 충분히 짐작이 가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무조건 자바워크다. 난 처음에 무슨 Java Walk 이런 뜻일까 생각했었다.

시공사에서 나온 백귀야행 7권, 사람이 실종된다는 연못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어로 갑작스러운 실종을 뜻하는 단어는 神隱し(かみがくし)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이를 그대로 ‘신을 숨긴 연못’이라고 직역해놔서 나를 어이없게 한 일이 있었다.

테츠야 – 마작의 성인이라 불린 사나이, 마작의 황제 테츠야라고 나온 그 만화다. 마작에 대한 기본 상식은 둘째치고 한자에 대한 기본 지식만 있어도 알 수 있을 텐데 마작을 하면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패 국사무쌍(國士無雙)을 줄기차게 국’토(土)’무쌍으로 적고 있다. 아니 세상에 일어를 번역한다는 사람이 선비 사자와 흙 토자를 구분을 못한단 말인가? 난 이해할 수 없다. 한 두 번이면 모르겠는데 시종일관 국토무쌍이다. 마작에 대한 기초지식 자체도 부족한 모양인지 번역도 전반적으로 어색하다. 무슨 생각으로 번역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사실 이 외에도 셀 수도 없이 많다. 여기에 예를 든 건 기억나는 극히 일부의 예를 든 것 뿐이다. 옛날에 비해 라이선스판 만화책도 많이 나오게 됐지만 그에 따라 저질 번역도 양산된다. 제대로 된 마인드가 박힌 번역가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번역의 전문성 문제로 들어가면 더욱 한심할 따름이다. 고유명사 하나 제대로 번역 못하는 주제에 무슨 놈의 돈 받아가면서 번역일을 한다는 것인가. 정 모르면 직접 자료 찾아가면서 조사하는 정성이라도 들이면 모를까, 그런 기본적인 자세조차 결여되어있다는 느낌이다.

P.S. 쓴지 석 달 가까이 지나 은근슬쩍 오류 수정. 지적해준 사람이 없었다는 건 아무도 몰랐던 게 아니면 무심하게 읽은 거였으려니 생각합니다(..)

1. 기린 :잘은 모르지만 번역료, 그렇게 후하게 주는 것 같지는 않아.. [07/16]
2. 기린 :역시 문제는 돈이야- – [07/16]
3. Starless :역시 그렇겠지, 번역가의 가치를 출판사에서 얼마나 인정해주느냐도 문제려니.. [07/16]
4. aoikase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건 헌터x헌터 의 ‘단초 [07/16]
5. aoikase :원판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환영여단의 ‘단장’을 그대로 ‘단초’라고 적어놓다니; [07/16]
6. 김위험 :역시 번역이란 섣불리 덤비면 낭패내지는 욕을 얻어먹는 것이 대부분 [07/16]
7. 허우영 :….뭐가 되던간에..; 번역자의 정성이 제일 문제일거야.; [07/16]
8. 허우영 :야구만화에서 “포볼” 과 “파울” 을 구분 못하는 번역자도 있었는데 뭐. [07/16]
9. m선생 :완벽한 번역까지는 바라진 않지만, 저런 상식이하의 번역은 없었으면… [07/17]
10. nomodem :솔직히 인명지명사전 하나만 찾아도 이름들은 절대로 틀릴 수가 없는데~~ [07/18]

  2 Responses to “[2001/7/15] 최근에 본 굉장한 번역 몇가지”

  1. sho // 아베노 세이메이의 본명이 센메이라는 말씀이신지? 이 부분은 금시초문입니다만. 그렇지 않으면 그 만화에 센메이라는 이름을 지닌 인물이 등장한다는 건지? 저도 본지가 오래 돼서 가물가물한 관계로 좀 명확하게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그렇게 말씀하시려면 스스로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셔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 개인홈에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이런 식의 답글만 달랑 던져놓고 가는 건 그다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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