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082001
 
내가 토토로를 처음으로 봤던 것은 아마도 중 2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본어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어딘가 통신망에 올라온 자막을 프린트한 것만을 토대로 보았던 그 작품은 소박한 소재로도 이런 깊은 감동을 안겨줄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줬으며 이후 라퓨타를 제치고 가장 좋아하는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이 됐다.

미야자키의 여타 작품에서도 섬세한 작화를 바탕으로 한 빼어난 연출들이 많이 보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토토로에서 나오는 정적인 이미지를 아주 좋아한다. 대표적인 장면이라면 역시 한밤중에 버스 정류장에서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츠키가 메이를 등에 업고 토토로와 나란히 우산을 쓰고 있는 장면이다. 아주 잠깐 나오는 장면이지만 그 순간에서 느껴지는 영상미는 라퓨타의 마지막에서 라퓨타가 무너져내리는 장면 이상으로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었다. 그리고 언젠가 이 작품을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볼 기회가 온다면 꼭 보러 가리라고 다짐한 바가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드디어 우리나라 극장에서도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영화가 개봉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염원하던 바를 이루게 됐다. 몇 번이고 봐서 내용은 훤히 외우고 있는 작품이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그것도 대형 스크린에서 보는 보람이 충분한 작품이었다. 꼬마애들이 시끄럽게 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심야상영이라 그런지 별로 그런 점도 없었고 관객들도 제법 많이 오는 걸로 봐서는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 또한 충분히 할 수 있게 해줬다.

미야자키의 작품이 전반적으로 자연 경관의 묘사에 대단히 중점을 두는 편이지만 토토로는 그 중에서도 가장 그러한 묘사가 잘 된 백미가 아닌가 생각한다. 게다가 일본의 토속적인 신앙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외국인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어쨌든 일단은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을 필두로 해서라도 좋은 작품들이 무삭제 자막판으로 개봉돼줬으면 한다. 라퓨타 또한 극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꼭 보고싶은 작품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는 다음 작품은 천공의 성 라퓨타가 돼줬으면 한다.

1. 김위험 :구관이 명관, 이라지만 요즘 여유가 없습니다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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