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2001
 
언젠가부터 네트워크 공간 상에서 통신어라는 것이 만연하기 시작했다.

‘~여’ ‘~염’ ‘님아’ ‘처버’ ‘ㅋㅋㅋ’ ‘ㅎㅎ’ 등등 원래의 표준말에서 오타 정도의 수준이 아닌 고의적인 왜곡을 일삼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물론 처음 접할 때는 매우 당혹스럽고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힘든 일도 적지 않다. 게다가 보기도 매우 싫은 형태라서 이젠 통신어 쓰는 인간들하고는 상종도 하고싶지 않을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말도 어법이나 표준말 규정에 맞는 올바른 국어일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실제로 옛날에 썼던 글을 보면 띄어쓰기, 맞춤법 등이 틀린 부분이 부지기수이다. 고교시절 수능시험을 보면 언어영역은 꽤 높은 점수를 받는 편이었기에 스스로 국어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런 생각은 어느새 사라지고 내가 구사하는 어휘의 정확성에도 자신이 없어진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꼭 통신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잘못된 표현을 쓰면 그걸 지적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성이 차질 않는다. 또한 맞춤법 제대로 안 맞는(조금이 아닌 좀 심한 정도) 글을 보고 있자면 왠지 짜증이 난다. 별 시시콜콜한 걸 다 따진다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성격이 이런 걸 어쩌겠는가.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잘못된 표현을 쓰면 다른 사람이 지적해줬으면 하는 심정이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안 당해 봐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오히려 내가 써놓고 틀렸음을 깨달아서 내심 쑥스러워하는 경우는 종종 있긴 하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 일본어 등을 해왔지만 가면 갈수록 국어가 제일 어렵게 느껴진다. 어학이라는 게 원래 파고 들어갈수록 어려워지는 법이긴 하지만 가장 흔하게 쓰고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말이 제일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은 일종의 아이러니 같기도 하다. 물론 영어나 일어가 쉽다는 건 아니고 파고 들어가다 보면 지금 국어를 익히는 것처럼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이 올 것임에는 틀림이 없겠지만 그 정도가 어떨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점차 세상은 Globalism으로 치닫고 있고(*주) 회사에 다니려면 외국어 한 둘은 기본으로 익혀야 하며 자녀를 둔 부모는 어린 시절부터 외국어 조기교육을 시키려고 성화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중 국어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국어를 잘 해야 외국어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언어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잡히지 않은 사람이 다른 언어를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런 국어의 중요성에 대해 개념이 없었기에 지금처럼 통신어가 만연하는 네트웍 공간이 된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 말하고싶은 건 통신어로 쓰인 글 내지는 어법이나 맞춤법에 지나치게 맞지 않는 글 꼴 보기 싫다는 거다. 명색이 고등교육을 받은 대학생이라는 것들이 써놓은 학교 대자보(주로 국가 보안법 철폐와 주한 미군 철수, 현 정권 퇴진 등을 외치는 운동권에 의해 쓰인)만 봐도 틀린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국문학 전공했다고 반드시 국어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위에 쓴 대로 이런 말 하는 나도 완벽하게 쓰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나라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안 틀리게 쓰려고 노력해야겠다.

*주 : 이런 표현을 글 속에 쓰기도 한다는 것이 그 증거일지도. 외래어 남발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필요하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고로 난 한자 병용 주의자이기도 하다.

1. 김위험 :맞습니다. 모름지기 기본이 되어 있어야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외국어 좀 하는 사람들 일수록 한국말을 모릅니다. [08/27]
2. R2 :ㅋㅋㅋ 님아 대충 살아염 (…..) [08/28]
3. Starless :…..죽어.. [08/29]
4. 부우 :하지만 언어는 언제나 변하는것…. 지금의 추세라면 향후 100-200년 후에는… ㅋㅋㅋ 안냥하세엽… 등이 표준어가 될런지도… [08/29]
5. NeCo :..아무래도 그때 살아있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겠군요;; [09/02]
6. MAX76 :알가들 왜이려 [09/05]
7. MAX76 :조성신 나도 ㅋㅋㅋ ㅎㅎㅎ 이따의것 보면 싫어져 [09/05]
8. MAX76 :그런데 내 3째 동생 놈이 그렇더군 [09/05]
9. NeCo :문득 알아볼 수 없는 통신어로 암호문을 만든다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러군요.. – – [09/06]
10. K. Chizuru :지금의 통신어도 수준이 심한건 저한테는 암호문이던데요… [09/15]
11. siva :전 처음 ㅋㅋㅋ를 보았을때, 오타인줄 알았었지요. =_= [09/22]
12. NeCo :가끔 그런 오타를 치는 때가 있어서 저도 처음에는 오타인줄 알았답니다 -_-;;; [09/26]
13. 김관장 :통신어….그들은 외계인과의 접촉을 대비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10/01]
14. J :….후. 외국어 ‘좀’ 하는 사람들은 한국말이 애매하죠. 하지만 ‘잘’하는 사람들은 한국어도 잘 합니다… [10/04]
15. J :…라고 생각합니다만. (뭐 너무 어려서 외국에 가버린 인간들을 제하고는…) [10/04]

  2 Responses to “[2001/8/26] 국어 제대로 쓰기”

  1. 어쩌다 보니 이제사 보게 된 글이지만 절대 동감.

    한국에서 잠깐이나마 영어를 가르쳤는데 (98년) 그때 느꼈던 점이 바로 저것.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 나가도 새는 법. 우리말 못하는 녀석이 영어 잘하는 법 없음. (우리말 못하는데 영어 잘하는 녀석은 우리말을 배운 외국인 뿐임.)

  2. 그러다 보니 떠오른거네요.

    낫다 와 낳다 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얼간이가 왜 이리도 많은지.

    *惱殺도 뇌살이라 쓰는 신문지도 있는 세상에서 많은걸 바라면 안되기야 하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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