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2001
 
요즘 들어 가끔 듣는 말 중 하나가 ‘옛날에 비해 할 만한 게임이 안 나온다’ 라는 것이다. 확실히 옛날에 비해 게임의 속성은 변질됐고 가면 갈수록 게임 시장은 작품성보다는 자본과 홍보, 즉 상업성에 치우친 게임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정한 게임이 히트하면 그 아류작들을 만들기에 급급하며 이제는 새로운 소재 내지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이란 망하려는 지름길과 일맥상통하는 말이 돼버렸다. 결국 재미보다는 보이기 위한 부분에만 치중한 천편일률적인 게임들이 쏟아져나왔고 이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거품 시장을 형성하기 이전부터 게임을 즐겨왔던 골수 게이머들로 하여금 최근 게임을 외면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요새는 무슨 게임을 해도 재미가 없고 다 거기서 거기라고 투덜거리게 된다.

나도 한때는 무슨 게임을 해도 정말 재밌게 하던 시절이 있긴 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거쳐 수많은 애플과 MSX 게임을 접했고 아직도 부모님 몰래 다니던 오락실에서 손에 땀을 쥐며 게임을 했던 그리운 추억도 수없이 지니고 있다. 확실히 당시의 게임들은 무궁무진한 상상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고 지금 생각해도 획기적인 발상을 해낸 작품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그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고전 게임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자면 그만큼 잘 된 게임은 그리 많지는 않다. 나름대로 문제점들이 많이 있다. 특히 당시에는 게임의 밸런스에 대한 개념이 잡혀있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지나치게 쉬워서 일단 익숙해지고 나서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이고 계속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도 있었으며 지나치게 어려워서 도저히 진행이 불가능한 게임도 있었다. 또한 시간이 흐르며 수많은 게임을 거쳐 정착된 플레이어의 편의를 봐주는 시스템 또한 당시에는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게임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소위 ‘고전’게임을 플레이하라고 하자면 그리 쉽게 들어오지만은 않는다.

또한 나의 경우도 물론 게임 불감증이라는 것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할 게임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확실히 옛날처럼 즐겁게 하는 게임이 많지는 않지만 여전히 나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주는 그런 게임들이 가끔씩 나와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세가 상업적인 측면을 위주로 흘러도 소수의 뜻있는 제작자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게임은 언제나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게임을 찾아내는 것 또한 이제는 하나의 게임을 즐기는 방법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상대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다. 어린 세대, 즉 새턴이나 플스, 혹은 그 이후의 게임기 내지 90년대 후반의 네트웍 게임들을 통해 처음으로 게임을 접하게 된 세대에게는 10년 내지 20년 후 그러한 게임들이 유년기의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의 게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과거의 게임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상대적인 비교를 떠나 객관적인 하나의 게임으로 놓고 보면 상당히 잘 만들어진 작품들이 많이 있다. 확실히 게임의 장르, 시스템 내지 아이디어적인 측면에서는 일종의 포화상태에 이르렀을지도 모르지만 대신 지금의 게임은 그동안 쌓여온 노하우에 의해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체계화되어있으며 아직도 많은 발전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결국 게임불감증이란 그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의 문제이지 게임이라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퇴보하거나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정 마음에 드는 게임이 없다면 한동안 게임에서 손을 뗄 수도 있는 노릇이고 아니면 아무도 안 하는 마이너한 게임 중의 걸작을 발굴함으로써 기쁨을 찾아낼 수도 있다. 요는 게임을 즐기겠다는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닐까.

1. 권오천 :폭렬무적 반가이오만 있으면 게임불감증 퇴치~! [10/29]
2. R2 :돈드는거 안만드는 추세지 물건은 당분간 포기해 [10/29]

 Leave a Reply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

(required)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