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12001
 
파이어엠블렘(이하 FE)과 티어링 사가(이하 TS), 랑그릿사와 그로우 랜서(이하 GL), 택틱스 오우거(이하 TO)와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이하 FFT).
여기 열거한 게임들에는 모두 같은 제작자 내지 같은 제작팀이 타 회사로 이적하고 나서 발매한 게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1. FE와 TS

이제는 이 계통(전략 RPG)의 대명사처럼 돼버린 파이어엠블렘 시리즈. 이 시리즈의 창시자이자 역대 시리즈의 제작자이기도 한 카가 쇼조(加賀昭三)씨는 지난 99년 파이어엠블렘 시리즈의 제작사인 (주)인텔리전스 시스템 사에서 퇴사, 동년 (주) 티르나노그 사를 설립하고 새로운 타이틀을 발표한다. 게임의 초기 제목은 ‘엠블렘 사가’. 누가 봐도 노골적인 파이어엠블렘의 실질적인 후계작임을 나타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닌텐도측의 클레임이었을까, 게임의 제목은 ‘티어링 사가’로 변경되고 논란 속에서도 게임은 패미통 등을 발매하는 아스키의 자회사인 엔터브레인 사를 통해 발매된다.

작품 자체는 사실상 파이어엠블렘시리즈의 구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시스템, 전반적인 분위기, 심지어 천편일률적인 스토리까지. 그래도 어쨌든 ‘파이어엠블렘’이라는 체계화된 틀을 잘 살려낸 괜찮은 작품이고 기존 파이어엠블렘 팬들에게도 대체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했던가. 파이어엠블렘의 원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는 닌텐도쪽에서 딴지를 걸고 넘어졌다. 파이어엠블렘과 너무나 유사한 티어링 사가를 ‘저작권법 위반’, ‘부정경쟁 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티어링 사가의 발매원인 (주)엔터브레인, 제작사인 (주)티르나노그, 제작자인 카가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사정은 다음 페이지에서 알아볼 수 있다.

티어링사가 재판정보 페이지

과거 닌텐도가 일으켰던 포켓몬 동인작가 체포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닌텐도측은 자사의 이미지나 그런 류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미 원 제작사인 인텔리전스 시스템사에서도 그리 큰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파이어엠블렘시리즈에 대해 – GBA용으로 새 후속작 봉인의 검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원 제작자가 빠진 게임이 어디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있던가. 나이토 칸 빠져나간 이후의 드래곤 퀘스트를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인텔리전스 시스템사 홈페이지의 FE섹션은 간단한 작품소개만을 남겨놓고 활동중지된지 옛날이다 – 그렇게 집착을 가져야 하는가, 이는 단순한 거대 제작사의 횡포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카가 사장이 잘 했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제작자가 자기 작품에 대해 느끼는 애착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절이 싫어 중이 떠난 격이라면 그정도 말썽쯤은 뻔히 예측할 수 있었을 텐데도 그렇게 파이어엠블렘에 고집했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긴 한다. 정 파이어엠블렘이라는 작품을 고집하고싶었다면 닌텐도측에 남아있을 것이고 닌텐도와 손을 끊은 이상 다른 작품으로 승부를 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어느 쪽이 반드시 옳다고만 볼 수 없는 법적인 문제까지 겹친 복잡한 문제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랑그릿사 시리즈를 제작했던 캐리어소프트의 그로우 랜서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2. 랑그릿사 시리즈와 그로우 랜서

랑그릿사 시리즈는 1991년 메가드라이브용 1편이 나온 이래 각 기종으로 이식되면서 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으로 5편까지 나온 인기 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제작진은 캐리어소프트이며 (주)일본 컴퓨터 시스템(NCS)을 통해 발매됐다. 이 작품도 처음에는 파이어엠블렘의 영향을 받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지휘관시스템이라는 상당히 높이 평가할만한 발상을 통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고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나름대로 완성도를 더해간 괜찮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지만 캐리어소프트와 NCS는 결별하게 됐고 이후 캐리어소프트는 아틀러스를 통해 그로우 랜서라는 게임을 내놓게 된다. 이 작품은 랑그릿사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캐릭터디자인을 우루시하라 사토시, 음악을 이와다레 노리유키가 각각 맡고 있다. 게다가 같은 제작진이 만든 작품인 만큼 전체적인 분위기나 흐름도 랑그릿사와 매우 흡사한 느낌이기에 제대로 플레이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제목만 바꾼 랑그릿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전략시뮬레이션인 랑그릿사와 RPG 형식을 취하고 있는 그로우랜서는 다른 게임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차별점을 줌으로써 쓸데없는 잡음도 피함과 동시에 자체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플레이어를 만족시킨다.

  3.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와 택틱스오우거

위 두 가지 경우와 또 다른 케이스가 바로 이 경우이다. 이 홈페이지의 오우거배틀 관련 섹션에도 실려있는 내용이고 유명한 이야기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오우거배틀과 택틱스오우거라는 초절명작을 만들어낸 크리에이터 마츠노 야스미를 포함한 (주)퀘스트사의 3인이 스퀘어로 이적(빼가기의 의혹은 지울 수 없지만)했으며 거기에서 만들어낸 첫 작품은 파이널판타지의 이름만을 빌린 구성물은 TO와 똑같은 FFT라는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를 예로 든 이유는 이 경우는 퀘스트측에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그 외의 어떠한 대응도 보인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TS의 경우는 제작자가 닌텐도 싫다고 뛰쳐나가서 스스로 같은 게임을 다른 이름으로 만든 경우라서 문제가 되지만 GL은 제작진이 알아서 잘 피해갔다고 볼 수도 있는 형태라서 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런데 FFT의 경우는 제작자가 이적해서 본의 아니게 같은 게임을 만들고 거기에 본의 아니게 FF의 이름을 붙인 꼴이 된다. 이 경우도 퀘스트쪽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던 것은 왜였을까. 이적한 스탭들과 퀘스트에 남은 사람들의 친분관계가 유지된 덕분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하면 이야기는 성립은 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손꼽는 메이저 제작사인 스퀘어사가 저지르기에는 너무나 파렴치하다는 생각조차 금할 수 없다.

얘기가 새지만 여기서 생각나는 것이 코나미의 쟈레코와 안다미로, 어뮤즈 등을 상대로 낸 소송과 프로야구 선수명 사용권 독점 등으로 인한 파동이다. 코나미, 닌텐도, 스퀘어 모두 일본 게임업계에서 손꼽는 대형 제작사들이다. 그럼에도 그 횡포는 더더욱 심하다. 원래 가진 자가 더 탐욕스럽다는 논리가 통하는 것인가, 아니면 힘이 없어 당하고만 있는 것인가. 자세한 사정까지 알 길은 없다. 그러나 즐기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으로 인해 법정싸움까지 일어나고 제작사끼리 이권다툼으로 발버둥을 치는 모습을 보면 가슴아플 따름이다.

1. Starless :으하하 정말 간만에 글 하나 올려봤습니다. 본격적인 갱신은 멀었지만 일단 슥.. [12/11]
2. 부우 :근 두달만이군. [12/11]
3. Starless :써놓고 보니 용두사미(…) [12/12]
4. Starless :그러나 여긴 게임섹션이 아니라 프리토크이니 꼴리는대로 써도 상관 없다고 뻔뻔스럽게 주장해봅니다(..) [12/12]
5. aoikase :어.. 아. 그렇습니까? 응? 아닌데.. 어라. 뭐지 [12/12]
6. milyway :^^ 오빠 오랜만이예요 [12/13]
7. 냥이 :내 홈페이지에도 놀러와… [12/13]

 Leave a Reply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

(required)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