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82002
 
지난 일요일에 카츠베(勝部)씨라는 일본인을 만났습니다.

그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개인적으로 알고지내는 철민군의 일본인 친구이며 저 Square사에서 일하고있는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평소에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고 한국인을 사귀는 것도 좋아하며 그래서 한국에 오게 된 그는 한국 음식도 꽤나 잘 먹는 편이었습니다.

각설하고 이전부터 철민군이 그에 대한 얘기를 이것저것 했고 저도 그의 홈피 다이어리를 읽으면서 한 번 만나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기에 철민군에게 얘기해서 그를 만나게 됐습니다. 감상부터 말하자면 꽤나 소탈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했고 함께 영풍문고에 가서 한국의 전통문양 도안집을 사는 것을 도와줬으며 테크노마트 구경을 갔다가 한국이 프랑스를 상대로 역전골을 넣는 것도 구경하고 저녁에 함께 부대찌개를 먹고 헤어졌습니다.

어쨌든 일본인, 그것도 소위 메이저 제작사인 스퀘어사의 일선에서 일하고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스퀘어는 지금 PlayOnline이라는 기획을 통해 파이널판타지 11을 비롯한 각종 게임을 통합적으로 즐길 수 있는 포탈서비스를 기획했고 얼마 전 시작을 했습니다. 그만큼 그쪽에서도 온라인게임에 대한 잠재성을 인식하고 있고 그것을 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있습니다.

그러한 점에 대해 얘기하다가 듣게 된 뜻밖의 사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일본과 미국의 게임 문화를 동경합니다. 오래도록 축적된 노하우를 통한 시스템 측면에서의 높은 완성도, 폭넓은 저변으로 인한 다양한 구매층과 게임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그 외 여러가지. 그리고 한탄합니다. 정품사용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인해 와레즈 등을 통한 불법복사의 만연과 확연하게 수준차가 나는 게임의 퀄리티로 인한 판매량의 부진. 그리고 그런 패키지 게임 시장의 암담함으로 인해 온라인게임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있는 전통적인 구조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동경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네들은 우리나라의 온라인게임문화를 동경하고있었습니다. 게임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플레이할 때 가장 재밌는 법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사회를 이루고 때로는 협조하고 때로는 반목하며 즐길 수 있는 온라인게임. 일본인들의 게임문화에 있어서 이 점은 상당한 충격이었던 모양입니다. 울티마 온라인이나 에버퀘스트 같은 훌륭한 서구쪽 게임들이 있긴 하지만 역시 일부 매니아층에서 지지를 받는 게임이 돼버린 것이 현실이고 대중적으로는 동양인의 정서에도 어울리는 라그나로크 온라인 등의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온라인게임이 발달한 한국의 게임문화를 동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어느쪽에나 문제는 산재합니다. 일본의 패키지게임 시장 또한 더이상 이전처럼 매니악한 게임을 만들어도 일정수 이상 팔려주지 않게 됐습니다. 대중은 게임에 있어서도 유행을 좇게 됐고 잘 만든 게임보다는 잘 팔리도록 만들어진 게임이 팔리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대로 우후죽순처럼 온라인게임이 난립하는 바람에 제대로 알려지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게임이 부지기수입니다. 전술한대로 패키지게임 시장 또한 암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어려운 현실에서 제작자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있습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그만큼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어낼만한 제작자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저는 이 길을 걷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언제고 제가 원하는 게임을 만들면 사람들이 그에 공감해줄 수 있을지, 그보다 그런 기회가 주어지게 될지, 그보다도 우선 계속해서 이 업계에서 있을 수나 있을지, 가끔씩 자신감이 없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좋아서 들어선 길이고 이거 말고는 달리 할만한 것도 마땅히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외길을 가려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화 외길만을 걸어서 결국 경지에 오르고 직업으로까지 승화시킨 사람을 알고 있고 그렇기에 사람이 오로지 한 뜻으로 초지일관하면 언젠가 일을 이룬다고도 믿습니다.

그래도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는 법입니다. 소녀혁명 우테나식으로 표현하자면 ‘알의 껍질 속’ 혹은 ‘왕자님 놀이를 하기 위한 편안한 관’인 제 홈페이지 속에서 이런 식으로 아무리 혼자 떠들어봐야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작품’을 만들어보고싶습니다. 장황하게 떠들었지만 결국 말하고싶은 건 이 한 마디뿐인 것 같습니다. 그저 그뿐입니다.

1. 냥이 :웬지 내가 하고 싶던말을 듣게 되어 속이 다 시원하군; [05/28]
2. 룬 :…..자기만의 “확고한 신념” 이 있다면 못할건 없어. 다만, 시대와, 환경이 얼마만큼 받쳐주느냐가 문제지.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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