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2003
 
팬터그램사에서 오랜 발매연기를 거쳐 드디어 등장한 국산 대작 RTS게임, 과연 Blizzard사의 작품들의 잡탕에 불과한가?

블리저드사의 스타크래프트의 대성공 이후 국내 게임시장은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이하 RTS – Real Time Strategy – 로 표기)게임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많은 국산 게임들이 RTS를 표방하게 되었으며 그러한 흐름 가운데 나오게 된 작품이 팬터그램사의 Kingdom Under Fire(이하 KUF로 표기)이다. 오랜 제작기간, 대규모의 제작비, 해외시장을 겨냥한 모든 대사의 영어더빙 등 대작을 표방하고 나선 국내 게임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발매와 함께 게이머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요지는 간단하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린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의 아류작에 불과하다는 견해와 게임 자체를 잘 만들었으니 그런 건 상관없지 않는가 하는 견해가 엇갈리는 것이다. 실제로 KUF의 구성은 일련의 블리저드사의 작품들과 구성이 대단히 흡사하다. 스타크래프트를 익숙하게 플레이 해본 사람이라면 KUF의 구성에 대단히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자원 채취, 건물 건설과 유닛생산, 그에 따라 테크트리를 올리는 균형의 조화 등이 그러하다. 일단 당장 놓고 보기에는 이 지나칠 정도의 흡사함에 ‘표절’이라는 단어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당장 욕부터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된 배경에는 국내 게임시장의 영세성을 우선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리 피땀을 흘려서 게임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자본력과 기술력의 부족으로 인해 해외에서 개발된 화려한 게임들에 익숙해진 유저들의 눈을 만족시키기가 힘들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불법 복사시장마저 만연해있다. 그리하여 게임은 팔리지 않게 되며 게임에 투자한 자본의 회수가 되지 않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게임잡지 번들로 넘기게 되기도 한다. 이 번들 문제 때문에 최근에 국내 유수의 게임 유통업체인 K모사가 심한 논란을 빚기도 했을 만큼 제작사에 있어서 자신들의 작품을 잡지 부록으로 넘긴다는 것은 대단히 민감한 문제인 것이다. 그런 만큼 팔린다는 보장이 없는 게임을 무리하게 만들어내기가 어려운 현실이기에 일단은 유저들에게 익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서 일단 팔리게 만들고 보는 것이 당장 국내 제작사들의 현안이다. 실제로 스타크래프트가 국민게임으로까지 확산됐을 무렵 게임 광고를 보면 ‘스타크래프트만큼 XX한’ ‘스타크래프트보다 더 XX한’이라는 문구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게임 형식이 유사하다고 해서 대놓고 비판부터 하기가 힘든 것이 국내 게임시장의 현실인 것이다. 블리저드사가 최초로 명성을 떨치게 된 계기가 된 워크래프트 또한 당시에는 듄의 아류작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결국 듄의 후속작은 별다른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으나 블리저드사는 디아블로와 스타크래프트의 연이은 히트를 통해 현재 최고의 PC용 게임 제작사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부분이다. 구미쪽에서는 수많은 제작사들이 RTS게임을 내놓고 있고 그들은 모두 다른 게임들로부터 자신의 게임을 차별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KUF는 이 점에서는 실패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해외의 평론들에서도 이 게임의 오리지널리티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곳이 있다. 기존의 국산 게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거두고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점은 대단히 아쉽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게임 자체의 질은 어떠한가. 이 점에 대해서는 필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주고싶다. 일단 게임 곳곳에 대단히 정성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2D로 표시된 유닛들은 매우 유연하게 움직여주며 맵의 배경 또한 섬세하게 묘사되어있다. 유닛 하나 하나의 특성을 상당히 잘 살리고 있다. 인간종족연합과 암흑동맹으로 구분되는 양대 세력마다 각기 고유한 특성을 지닌 유닛들이 있으며 이들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또한 옛날에 나온 대전략 시리즈를 해본 사람이라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인 개개의 유닛마다 경험치를 부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많은 전투를 경험하고 살아남은 유닛은 그만큼 잘 싸울 수 있으며 이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신경 써서 유닛컨트롤을 해서 살리는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스타크래프트의 경우에는 시나리오에서만 등장하던 영웅 유닛을 일반 대전에서도 사용 가능하게 함으로써 일발역전을 노려보거나 승기를 굳혔을 때 확실한 농락용(?) 유닛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줬다. 시나리오를 진행하다 보면 나오는 RPG모드에서는 디아블로식의 전개를 통해 영웅을 성장시킬 수 있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진행시 RPG모드에서 성장시킨 영웅의 능력치를 RTS모드에서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참신한 발상으로 느껴졌다. 또한 세세한 면에서 보다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추구한 점 또한 좋았다. 놀고 있는 일꾼유닛을 자동으로 찾아주기, 그룹리더를 설정 후 포메이션 전개 등의 부분은 실제로 RTS게임에 대해 풍부한 플레이경험을 지닌 제작진들이 신경을 써서 배려한 부분이 아닌가 여겨진다.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는가, 물론 아쉬운 점은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쉽게 여기는 부분이라면 전투에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스타크래프트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유닛들이 전투를 벌일 때 ‘파괴’ 라는 요소를 훌륭하게 충족시켜준다. 확실하게 부서지는 효과음과 화면효과는 플레이어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껴지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KUF에서는 이 점이 부족하다. 유닛간에 전투가 벌어져도 뭔가 밋밋한 느낌이다. 그냥 툭탁거리면서 치고 박는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마법유닛의 강력한 기술을 써야 간신히 뭔가 나오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또한 많은 플레이어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유닛들의 AI문제가 있다. 시나리오 모드에서 중간세이브가 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게임에 싫증을 느껴지게 만드는 요소이다. 미션에 등장하는 영웅 유닛은 대단히 강력한 위력을 지녔기에 잘만 운영하면 클리어를 손쉽게 만들어주지만 영웅 유닛이 사망하면 바로 게임오버가 되며 이는 초보자에게 있어서 대단히 좌절스러운 일이다. 블리저드사의 배틀넷에 해당되는 워게이트 또한 아직 불안정한 측면이 많긴 하지만 배틀넷 서버 초기의 불안정함을 생각해보면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어쨌든 팬터그램 측에서도 꾸준한 패치를 내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보완할 측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2년여에 걸친 오랜 발매 연기 끝에 KUF가 우리에게 다가오게 되었다. 아쉬운 부분도 많고 잘 된 부분도 많지만 팬터그램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국산 게임에서는 보기 드문 역작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작품이 앞으로도 꾸준한 생명력을 지니고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속속들이 새로 등장하는 또 다른 형태의 RTS게임들에 밀려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지는 앞으로 팬터그램측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고 본다.

관련 작품

Starcraft
제작사 : Blizzard / 기종 : PC / 발매일 : 1997년
워크래프트의 시스템을 계승한 SF RTS게임. 높은 전략성과 뛰어난 설정 등으로 인해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특히 국내에서는 게임방 등을 통해 널리 보급되어 국민게임의 영역에 자리잡은 게임.

Diablo
제작사 : Blizzard / 기종 : PC / 발매일 : 1995년
기존의 미국식 RPG 분위기에 액션RPG의 요소를 도입하고 배틀넷을 통한 네트웍플레이의 지원, 다양한 아이템 컬렉션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재미로 큰 히트를 기록한 블리저드사의 작품.

  One Response to “Kingdom Under Fire”

  1. 게임비평 한글판 2001년 3,4월자(아마도?)에 실렸던 글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좀 더 비판적으로 쓰고 싶었는데 국산게임이니 약간은 플러스적인 면을 부각시켜달라는 요청때문에 약간 글 스타일이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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