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2003
 
RPG란 무엇인가. 누구나 간단히 Role Playing Game이라는 말을 떠올릴 수는 있을 것이다. 전투, 대화, 레벨업(성장) 등의 키워드로 대변되는 가장 대중적인 게임의 장르 중 하나다. 그렇다면 RPG의 뜻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면 아마 PC 내지 게임기용 RPG만을 접해본 사람은 선뜻 대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RPG의 기원은 통칭 TRPG, Table Talk RPG에서 찾을 수 있다. RPG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전쟁 게임 등의 간단한 룰의 테이블게임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간단한 게임들에서 벗어나 좀 더 복잡하고 심도 있는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욕구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RPG라는 장르다. RPG에는 전지자의 입장에서 게임의 흐름을 주관하는 ‘마스터’와 가상의 세계 속에서 활약하는 플레이어의 대변인이자 분신인 ‘캐릭터’라는 게임을 이끌어나가는 두 종류의 대표적인 존재가 있다. 마스터는 플레이어에게 끊임없이 NPC(Non-Playable Character)의 역할을 연기하고 주변 상황을 설명하면서 캐릭터의 반응을 요구한다. 그러면 플레이어는 자신이 설정한 캐릭터의 가치관과 능력을 통해서 자신의 캐릭터의 역할(Role)을 맡는 배우가 되어 이에 대한 반응을 연기(Play)하는 놀이(Game)가 RPG의 기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RPG는 연극과 다르다. 마스터는 미리 준비되거나 혹은 직접 준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마스터는 상황을 제시하고 플레이어는 이에 대응을 해나가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연극배우의 연기가 정해진 각본을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연기라면 RPG의 플레이어들의 연기는 자신이 그 캐릭터의 가치관과 능력을 지니고 있고 그런 상황에 처해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를 스스로 생각해가면서 대응하는 적극적인 연기이다. 따라서 플레이어의 상상력은 중요한 요소가 되며 마스터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게임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리고 RPG는 단순한 연기가 아닌 ‘게임’인 만큼 전투와 성장이라는 게임으로서의 요소가 가미되게 된다. 이러한 전투의 진행 또한 마스터가 맡게 되며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가 전투상에서 어떤 능력을 발휘하여 싸울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정리하자면 가상의 세계에서 미지의 상황과의 조우시 자신의 캐릭터의 역할을 다른 플레이어 캐릭터와의 협조를 통해 연기하고 그러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켜나가는 게임이 바로 RPG인 것이다.

그러나 RPG를 플레이하기 위해선 최소한 마스터의 존재가 필요했으며 기본적으로 그것을 함께 즐길 몇 명의 플레이어는 모여야 제대로 된 진행이 가능하다는 약간은 번거로운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이 되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이 편리한 기계를 통해 RPG를 즐기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RPG에 필요한 마스터와 자신 외의 다른 플레이어들의 역할을 모두 CPU에게 맡기고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TRPG만큼 협조를 통해 플레이해가는 아기자기한 맛은 없지만 이런 개념으로 출발한 PC용 RPG는 TRPG와는 다른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이렇듯 PC용 RPG는 TRPG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보통은 높은 자유도와 상당한 고난이도를 지니기 마련이다. 하지만 드래곤퀘스트를 시초로 하는 일제 RPG의 흐름은 그러한 TRPG를 기반으로 RPG를 만든다는 개념이 없이 즐기기 편하게 만들어진 게임기용 RPG를 중심으로 성장하게 된다. 용사가 마왕을 무찌른다는 동화풍의 시나리오, 미리 정해진 캐릭터, 별 생각 없이 시키는대로 따라가면 되는 게임진행은 근본적인 TRPG의 틀에서는 크게 벗어난 오히려 어드벤처에 가까운 성격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편리한 진행과 시나리오 및 각종 설정과 밸런스가 잘 잡혀있을 경우의 높은 몰입도 덕분에 역시 독자적인 노선을 지니고 역으로 구미 RPG 시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시대가 흘러 기술이 발전하고 네트웍이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RPG가 나타나게 됐다.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만들고 거기에 수백 수천명의 플레이어가 모두 자신의 독자적인 캐릭터를 통해 모험을 하는 RPG, 바로 온라인 RPG의 탄생이다. 그 안에서는 주어진 세계관의 틀 안에서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만큼 현명하게 사회적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하나의 가상의 사회를 구축하게 된다. 즉 게임에 설정된 시스템과 세계관을 TRPG의 마스터라고 한다면 거기에 참가하는 플레이어 하나하나가 모두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플레이하게 되는 형태의 궁극의 RPG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상상으로나 가능했던 이런 게임들은 인터넷이 발전하고 네트웍의 보급률이 높아감에 따라 점점 기존의 게임들을 제치고 시장의 중심을 형성해나가고 있으며 이는 시대의 요구가 일궈낸 필연적인 형상인 것이다.

이상으로 RPG의 간단한 개념에 대해 설명해보았다. 앞으로 어떤 형태의 RPG게임이 나오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거기엔 언제나 플레이어의 의견에 따라 마스터가 주사위를 굴려가면서 진행을 해나가는 근본적인 TRPG의 개념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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