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2002
 
게임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듣게 된다. ‘왜 게임을 하는가?’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심오하다면 심오하다고 할 수도 있는 질문이다. 가장 간단히 대답하자면 ‘재미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 된다. 사실 그 이상의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 아무리 화려하고 겉보기 좋아보여도 재미 없는 게임은 의미 없는 것이며 때로는 터무니없이 단순해보이는 게임에서도 놀라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러한 ‘즐거움’은 다른 매체들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게다가 들이는 시간과 공로를 생각해보면 더욱 의문을 품게 된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만화책 한 권을 읽기 위해 우리는 보통 10~30분 정도의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소설책은 그보다는 좀 길어서 작품이나 읽는 사람 나름이긴 하지만 보통 2~3시간은 들이게 된다. 영화나 연극은 2시간 남짓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음악을 듣고자 하면 한 곡을 들어도 보통 3~4분, 장르에 따라서는 한 곡이 2~30분에 달하는 대곡이 있을 수도 있다. 앨범 단위로 들어도 기껏해야 1시간 남짓이다. 게다가 전달되는 방식도 일방적이다. 관객 혹은 독자 혹은 청자는 앞에 놓여진 이야기의 전개에 개입할 필요 없이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편리한’ 구조이다. 또한 음악의 경우는 BGM으로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어서 여러모로 더욱 편리하다.

그러나 게임은 다르다. 보통 한 편의 게임을 제작하게 되면 사전부터 클리어에 필요한 시간을 미리 어느 정도 상정해놓고 그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가게 된다. 웬만한 PC 내지 콘솔용 RPG의 경우 클리어에 필요한 시간은 보통 30~50시간정도. 난이도가 높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하는 서양식 RPG의 경우는 100시간쯤은 우습게 넘어가버린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경우에는 단순히 미리 제공된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서 대전에 필요한 전략과 전술을 숙지하는데 다시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단적인 예로 스타크래프트를 들어도 나온지 4년이 돼가지만 아직도 끊임없이 새로운 전술이 개발되고 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보다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 끊임없이 플레이를 하고 있다. 액션이나 슈팅, 퍼즐게임 종류도 크게 다르진 않다. 한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반복 플레이를 통해 패턴 혹은 기술을 익혀야 하고 그에 따라 정말 신이 내린 반사신경과 게임 감각을 지니고있지 않는 한 플레이어는 보통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상당한 수고를 들이고 나서야 간신히 경지에 들어서게 된다.

단적으로 이렇게 놓고 보자면 아무리 봐도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것은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럴 돈과 시간을 투자하느니 차라리 영화 한 편 더 보고 만화책 한 질 더 읽는 게 효율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런 수고를 들이면서도 게임을 즐긴다. 지금까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게임을 통해 얻는 ‘재미’는 다른 매체를 통해 얻게 되는 ‘재미’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 이 이외의 이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게임을 통해 얻게 되는 재미’에는 대체 어떠한 특별함이 있는 것일까.

일단 간단히 들 수 있는 점은 게임이 지닌 종합예술로서의 특질이다. 게임에는 음악이 있고 그래픽(미술)이 있고 이야기(문학)이 있고 재빠른 동체신경과 반사신경, 정확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체육의 요소도 있다. 이러한 종합 예술로서의 요소 덕분에 게임은 다른 매체와 차별화를 둘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아직 뭔가 부족하다. 이러한 종합예술로서는 영화나 연극과 같은 또다른 ‘종합예술’의 장르와 차별화를 둘 수가 없다. 그렇다면 게임만이 지닌 특질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답은 이미 위에 나와있다. 게임만이 지닌 특질, 그것은 바로 플레이어가 자신의 의사를 이야기의 진행에 개입시키고 게임은 다시 그 결과를 반영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보여주는 상호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다른 예술장르는 감상하는 자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에 따라 비평을 하거나 감동을 받고 칭찬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예술작품의 결과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의 경우는 그러한 상호간의 간섭을 통해 플레이어가 이야기의 흐름에 직접 개입하게 되며 그에 따라 전개는 달라진다. 물론 일반적으로 게임마다 정해진 결말이 있긴 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은 플레이어가 어떤 형태의 플레이를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며 완전히 같은 형태로 게임을 클리어하게 될 확률은 바둑에서 완전히 똑같은 대국이 우연히 나올 확률만큼이나 낮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더 있다. 다른 매체에서는 그러한 의사소통의 일방성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자신의 의사를 개입시킬 수 없지만 게임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물론 게임마다 그 한도는 다르지만 적어도 게임이 정해둔 한도 내에서 플레이어는 게임의 진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지니게 된다. 즉 공자가 말하는 인간의 3대 욕구 중 권력욕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는 잠시나마 현실세계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가상일지언정 하나의 세계가 움직인다는 쾌감을 맛보게 되고 그로 인해 게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상 설명한 부분이 다른 매체와 차별되는 ‘게임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다. 그러나 앞서도 설명했듯이 게임은 재미를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며 그러한 ‘재미’의 기준은 플레이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부분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의견이며 이에 대해 이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 게임의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찾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은 모든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 개개인이며 그 대답을 찾는 것이야말로 개개인의 게임을 대하는 자세를 결정짓는 것임과 동시에 ‘왜 게임을 하느냐’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란: 왜하긴. 일어나 영어 공부하려 하지.  [08/27-02:39]
조세피나: 게임을 하면 평소에 쌓여왔던 무력감이 해소가 되지요~ 엄마가 잔소리하고 선생님한테 혼나도 게임을 하면 난 영웅이고 전사이걸랑요 으하하하^^;;; 아 조금 유치하지만~ 진짜 인생보다 게임이 더 즐거운거라면, 사회가 부유하게 발달하면서리 할일이 없어지면서 사는게 재미없어 진걸지도..  [03/08-20:54]
조세피나: 물론 절대 사회의 발전과 부유가 사람을 할일없게 만들거나 평온하게 만든건 아닐지 몰라도(발전하면 할수록 오히려 인간의 삶은 더욱더 복잡해졌으니까요..날밤새면서 일해야하고..) 그런 생활에서는 살아있다는 느낌,, 자극이나 재미같은걸 찾기 힘들어서 게임이 재미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옛날 영웅이라고 불리던 사람들한테 게임을 시켜보면 아마 지루해할지도 모르니까요^^;;  [03/08-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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