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2003
 

[2002/3/6]Shenmue 1장 요코스카편

이제는 쉔무라는 작품이 나온지도 시간이 꽤 흐른 것 같다. 드림캐스트 발표 초기부터 초특급 프로듀서 스즈키 유 최초의 컨슈머용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으나 결국 상업적으로 그리 큰 성공은 거두지 못한 작품이다.

왜 이제 와서 발매된지 2년이 돼가는, 그것도 이미 기존에 모 잡지와 웹진 등에 관련 글을 쓴 바 있는 이 게임의 리뷰를 또 쓰느냐 하면 답은 간단하다. 좋아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게임을 상당히 즐겁게 플레이했다. 거리 하나를 그대로 묘사해놓은 정성이 느껴지는 필드(방향치인 필자에게 있어선 한참의 시간을 들여 적응하기 전까지는 거의 미궁수준이긴 했지만..), 그리고 그곳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하나하나의 ‘생활’이 느껴진다는 것은 확실히 범상치는 않은 일이었다.

또한 이 게임은 특유의 무협소설적인 분위기를 간직하고있다. 주인공 하즈키 료는 아버지로부터 어린 시절부터 하즈키류 유술을 수련해왔고 이 하즈키류 유술이라는 것이 또한 타류의 기법을 폭넓게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에 중국에서 수련을 쌓은 일이 있기에 료가 배운 무술 중에는 중국 무술에서 보이는 기술들이 상당수 보인다. 또한 중국에서 찾아온 남제라는 사내는 자신의 복수를 위해 료의 아버지를 죽이고 료는 눈앞에서 살해당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간다. 무협소설에서 전형적으로 보이는 ‘중화’라는 소재와 ‘복수를 부르는 복수’ 라는 요소가 보인다.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식상한 소재일지도 모르지만 게임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신선한 일이다. 그리고 나는 김용선생의 작품을 비롯해 무협 작품들을 상당히 즐기는 편이기에 이런 점 또한 매우 좋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본에서 ‘무협’이라는 장르는 상당히 생소한 장르이다. 무협소설의 거장 김용 선생님의 소설이 근년에 들어서야 일본에서 번역출간되기 시작했고 아직 상당수의 일본인들은 ‘무협’이라는 단어조차 들어본 일이 드문 형편이다. 그렇기에 이 게임의 그러한 무협적인 분위기는 조금은 시기상조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고는 해도 이 게임에서 내세우고 있는 FREE(Full Reactive Eyes Entertainment)라는 어거지로 짜맞춘듯한 장르명보다는 그냥 ‘무협 액션 어드벤처’ 정도의 장르를 내세웠다면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작품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기존의 일제 게임들에 비하면 획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 외길 노선 따라가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업적인 성공의 여부를 떠나 아직도 이런 ‘실험’을 할 수 있는 스즈키 유, 그리고 세가. 이상론적인 발언이 되긴 하겠지만 세가는 이 게임의 상업적 성공보다도 ‘우리는 이런 게임을 만든다’라는 것을 보여주고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 게임은 너무 긴 이야기..라기보다는 게임 자체의 시스템이 방대하다보니 한 번에 그 이야기를 담을 수가 없었기에 이 작품은 한 번에 끝낼 수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시리즈화를 기획하게 된다. 그리하여 1편에서는 료가 부친의 원수를 찾아 홍콩으로 떠나는 장면에서 마무리를 짓게 되며 다음 편을 기약하게 된다. 고로 이 글 또한 쉔무 2 평론에서 이어지게 된다.

[2002/8/3] Shenmue II

전편으로부터 1년 반, 드디어 이 게임이 발매되었을 때 필자는 가슴이 설레였다. 과연 홍콩으로 건너간 주인공 하즈키 료는 어찌 되는 것일까. 무협의 본고장 중국에 한층 더 가까워졌으니 과연 어떤 내용이 전개될까. 히로인 레이셴화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등등. 역시나 발매되고 플레이한지는 상당시간이 지난 작품이지만 필자는 절대 최신작을 위주로 게임 평론을 쓰는 성격은 아니기에 늘 그렇듯이 무책임하게 키보드를 두드려나간다.

일단 시스템적인 면부터 살펴보면 플레이어의 편의를 상당히 고려한 부분들이 보인다.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친절해져서 전편보다는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편이다. 전작에서 길을 헤매느라 고생한 플레이어들을 위한 배려인지 길 가는 행인에게 물어보면 길을 안내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각 구역마다 거리의 지도를 구입할 수 있게 만들어서 보다 길을 찾는데 편의를 도모하고있다. 특정한 시간에 벌어지는 이벤트를 위해 자동으로 시간을 보내주는 기능도 생겼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보다 친절설계를 도모하고있기에 플레이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또한 게임의 엔진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고 이미 전작만으로 드림캐스트의 성능을 한계까지 끌어내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기에 그래픽 측면에서 큰 발전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그래픽 처리는 대단히 훌륭하다. 특별히 따로 동영상 등의 이벤트로 전개되는 것이 아닌  일상적인 거리를 돌아다니고있는데 길거리에 보이는 노인이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으며 그 모션이 굉장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해보라. 3D CG에서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인체의 묘사임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에서는 그걸 보란듯이 해내고있다. 굉장하지 않은가.

내용 또한 훌륭하다. 전작은 그야말로 서장으로서의 성격밖에 지니지 못했기에 시나리오상으로는 크게 논할 부분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무대가 보다 중국에 가깝다. 고로 보다 무협적인 분위기를 훌륭하게 연출해낸다. 관제묘에서 義의 마음가짐을 배울 때의 연출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뻔한 것이었지만 거기서 받은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전술한 노인에게 태극권의 소금타라는 초식을 전수받고 나서 주인공이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초식을 시전해냈는데 단풍나무를 가격하자 나무에서 단풍이 우수수 떨어진다. 뭔가 흐뭇해하고있는데 노인이 나무에 손을 대고있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떠나가고 잠시 뒤에 주인공이 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단풍이 무성하게 떨어져내린다. 상투적인 연출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야말로 무협세계에서 볼품없는 인물이 실은 숨겨진 고수였다는 점을 피력하는데 이만큼 효과적인 연출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이런 연출을 보고 감동하지 말라고 하면 그게 더 무리일 것이다.

무엇보다 쉔무2에서 성공하고 있는 부분은 연출이다. 전작의 연출도 나쁘진 않았지만 이번에는 이야기의 스케일이 주는 특성도 있기에 그런 부분을 가볍게 능가한다. 특히 디스크 3 마지막의 빌딩 잠입이벤트에서 주는 점점 상승해가는 긴박감은 그야말로 클라이맥스를 표현하는데 있어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것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두우와의 대결에서 펼쳐지는 장면 – 헬기에서 부모의 원수가 사다리에 매달려 지켜보고있고 빌딩의 옥상에서 이번 편을 통틀어 몇번이고 주인공을 물먹인 숙적과 대결을 펼친다 – 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동영상 같은 것은 일체 사용하지 않고 드캐 본체에서 실제 리얼타임 CG로 표현되는 것이기에 더욱 높게 평가해줄 수 있다. 게다가 이 게임의 제작자인 스즈키 유는 그런 장면에서 어떤 카메라워크를 잡아야 최대한 연출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 알고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정말로 훌륭한 연출이다.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의 임팩트 또한 좋았다. 조금은 비열한 소인배의 이미지로 등장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주인공을 도와주게 되는 인무응, 처음에는 소매치기노릇을 하지만 역시 불의에 맞서나가는 주인공에게 감화받는 헤븐즈의 소년 예현옹. 역시 낯선 땅에서 료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소녀 죠이와 훈방매, 드디어 등장한 히로인 영사화 등등. (편의상 한자 이름은 모두 우리나라 발음으로 읽었다.) 여기서부터는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역시 쉔무 2의 백미는 홍수영누님인 것이다! 푸른 차이나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면서 팔극권을 수련하시던 그분의 모습은 쿨하고 아름답다! 깡패들에게 패배해서 얻어터지고 쓰러지면서 정신을 잃자 홀연히 나타나서 깡패들을 쓰러뜨리고 주인공을 구해가는 누님의 모습! 멋지다! 무엇보다 백미는 문제의 외문정주! 이건 해보지 않으면 차마 그 감동을 짐작하기 어렵다.

어쨌든 이번 편도 아쉬움은 많이 남긴다. 마지막의 광학레이저부분은 그렇다 쳐도 어쨌든 또다시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가슴아픈 일이다. 게다가 드림캐스트는 거의 사장되어가는 상태. 그러나 쉔무 2의 엑스박스판 동영상이 공개된 상태이고 이로 미루어보아 쉔무 3는 엑박으로 나올 가능성이 농후해보인다. 무엇보다 드캐보다는 훨씬 강력한 하드웨어 성능을 지닌 엑박이기에 여기에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하즈키 료는 드디어 영사화와 만나고 이야기는 슬슬 본궤도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는 다음 회를 봐야만 알 수 있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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