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2002
 
기종 : 드림캐스트
발매원 : 세가
발매일 : 초회한정판 2001년 3월 29일, 통상판 2001년 5월 31일

“세가에 의한, 세가를 위한, 세가의 게임”

서기 2025년, 게임업계는 날로 혼미해지고 있었으며 세가는 그 속에서 아직도 게임업계 제패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세가 사내의 수퍼컴퓨터 ‘테라 드라이브'(*1)에 의해 선택된 한 소년에게 세가의 모든 미래를 거는 초 극비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그 이름은 프로젝트 세가가가! 테라드라이브에 의해 선택받은 소년은 지금부터 프로젝트 세가가가를 이끌어가며 스태프들을 끌어 모아 게임을 개발하고 자금을 유지해가면서 세가의 업계 점유율을 끌어 올려야한다. 당신은 과연 세가의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상이 세가가가의 도입부 줄거리이다. 컴퓨터에 의해 선택받은 평범한 소년이 위기에 처한 회사를 구한다? 언뜻 보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유치하고 현실성 없는 줄거리이다. 게임업계에 대해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다면, 그리고 지금까지 가정용 게임기 사업부문에서 세가의 행보를 아는 사람이라면 어이없기까지 한 설정이다. 현실적으로 게임업계란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 세가는 수많은 명작을 만들어낸 회사이다. 그 퀄리티는 물론이고 게임들 전반에 걸쳐 깔려있는 특유의 마인드만 해도 ‘세가가 있었기에 우리는 이런 멋진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세가에게 감사한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그래서 세가 팬들 사이에서는 세가에 대해 일종의 종교적인 숭배의 경향마저 보이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세가의 경영은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다. 업계에서의 지명도와 그에 걸맞은 뛰어난 제작실력을 지녔음에도 언제나 가정용게임기 업계에서는 2인자의 자리에 머물렀던 세가. 그리고 무리하게 업계의 톱에 서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거듭하다가 결국 경영부진에 빠져 새턴을, 그리고 드림캐스트를 포기해야 했던 아픈 과거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게임은 그러한 ‘현실’이 있기에 나올 수 있었던 작품이다. 세가팬들이면 한 번쯤 꿈꿔봤을,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 그날. 세가가가는 그러한 ‘꿈’의 대리만족을 위해 나온, 그야말로 세가에 의한 세가를 위한 세가의 게임인 것이다.

게임 개발 시뮬레이션과 패러디, 그리고 세가팬들에 대한 팬서비스

아마도 이 작품은 사상 최초의 ‘게임 개발 시뮬레이션’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게임 속의 주인공 세가 타로(*2)가 되어 역시 프로젝트 세가가가에 뽑힌 소녀 하네다 야요이(*3)와 비서 알리사(*4)의 도움을 받아 세가를 경영해나간다. 게임은 어드벤처 파트와 게임 개발 파트와 RPG 파트로 나뉘며 RPG파트에서 시나리오를 풀어나가면서 전투를 벌여 크리에이터들을 포섭하고 그렇게 포섭한 크리에이터들을 게임 개발 파트에서 일하게 해서 게임을 개발한다. 크리에이터의 포섭에는 설득 작업이 필요하며 제한된 시간 내에 주어진 질문에 대답해서 상대를 만족시켜야 아군으로 끌어들여 제작진에 참여시킬 수 있다. 즉 이 게임에서의 전투는 물리적인 싸움이 아닌 주인공의 정열로 의욕을 상실한 크리에이터를 일깨워서 게임을 만들게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게임 개발시에는 현재의 예산과 스태프들의 급료 및 체력, 그리고 발매일과 돌발사태 등에 신경 써가면서 최고의 퀄리티를 내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게임이 발매되면 그것으로 다음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획득할 수 있고 그럼에 따라서 세가의 업계에서의 점유율이 오르게 된다. 단순히 이 게임들이 세가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참신하면서도 탄탄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두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이 또한 ‘세가 게임 다운’ 면모를 보여주고있다. 또한 그렇게 완성된 게임은 그동안 마크3, 메가드라이브, 새턴 등을 통해 실제로 발매된 바 있는 세가의 작품들이며 어떤 스태프를 기용했는지에 따라 발매되는 게임 또한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게임 컬렉팅의 요소를 통해 올드 세가팬들에 대한 충실한 팬서비스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 훌륭하다.

다음은 이 작품에 등장하는 패러디의 요소를 살펴보자. 조금 매니악한 소재가 될 수 있겠지만 이 작품에는 곳곳에 기존 세가게임 내지 게임업계에 대한 패러디가 등장한다. 게임상에 등장하는 히토마지리(人交) 사장은 세가의 전임 사장이었던 이리마지리(入交)의 비슷한 모양의 한자를 이용한 장난이다. 마리오에 대항하기 위한 구 세가의 마스코트 캐릭터였지만 결국 마리오를 이기진 못했고 소닉의 등장 이후 사라져간 알렉스키드는 게임상에 등장하는 게임샵의 점장으로 일하고있다. 각 개발실에는 세가의 실제 유명 스태프를 패러디한 인물들이 보인다. 특히 B개발실은 세가의 AM2연구소와 스즈키 유를 패러디하고 있으며 스즈키 유의 드림캐스트용 무협 어드벤처 쉔무의 패러디는 상당히 유쾌하다.  A개발실의 특정한 적을 잡으면 익히게 되는 기술 중 UFO와 FIRE FIRE라는 게 있는데 UFO를 사용하면 세가의 크레인게임기의 대명사인 UFO캐처의 크레인이 나타나서 적을 교섭단계 없이 바로 개발진으로 집어넣어 버리며 FIRE FIRE를 사용하면 갑자기 적에게 무수한 수의 Lock-on 타깃이 나타나더니 애프터버너에 등장하는 전투기인 F-14XX가 날아와서 거기에 모두 미사일을 때려넣고 어마어마한 대미지를 입힌다(*5). 패러디와는 조금 관계 없는 부분일 수도 있지만 업계의 점유율을 올려나감에 따라 아키하바라에 나갈 때 붙어있는 간판이 라이벌인 도그마의 간판에서 점차 세가의 간판으로 바뀌어 나가는 모습도 즐겁다.

(아래 단락부터 결정적인 내용 유출 있음.)

무엇보다 그러한 패러디뿐만 아니라 이 게임의 주요 고객층인 세가팬들에 대한 팬서비스의 정점에 달하는 것은 숨겨진 9화 ‘그리고 전설로’이다. 악의 게임업체 도그마를 쓰러뜨린 세가 타로, 그러나 지구는 이미 위기에 처해 있고 주인공은 빨리 세가 본사로 돌아가서 우주로 나가야 하지만 시간이 없다. 그러나 이때 등장하는 소닉, 그는 눈부신 속도로 세가 타로를 세가 본사로 데려다 준다. 거기서 R 720(*6)에 300엔을 넣고 우주로 출격하지만 이를 가로막는 우주의 괴물들. 그리고 이때, 걸어가는 아리사 뒤로 두 명의 남자가 따르면서 대책을 토론하고있다. 그리고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결의를 하더니 갑자기 옷을 벗어던지자 나오는 모습은 환타지스타의 주인공이었던 알리사와 그 동료 루츠와 타이론과 먀우였던 것이다 – 여담이지만 필자는 이 장면에서 뒤의 두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설마!?’ 했다가 맞아떨어지자 감격에 어찌할줄을 몰랐다 – 그리고 여기서부터 세가 게임들의 히어로들 – 소닉, 팬저드래군, 겟베스, 배틀매니아, 다이너마이트 데카, 알렉스키드, 네이, 뮤, 파르 등등 – 이 등장하면서 주인공을 도와 적에게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때 흐르는 BGM은 쉔무의 메인테마. 그리고 우주로 나가면 갑자기 슈팅모드가 전개되더니 적 보스는 놀랍게도 역대의 세가가 개발했던 게임 머신들이다. SG-1000, FM음원 장착판 세가마크3, 메가드라이브 + 메가시디,+ 32X, 새턴의 순서대로 나타나 싸우게 된다. 이를 클리어나고 나면 진 엔딩이 펼쳐지게 된다. 이 9화의 일련의 연출들은 매우 빠르고 격렬하게 진행되며 그러한 연출과 거기에 사용된 소재들은 세가팬들에 기막힌 감동을 선사한다. 이 9화야말로 이 게임에서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결집돼있는 백미인 것이다.

이 게임이 갖는 아쉬움과 의의

이 게임은 전체적으로 매우 깔끔하고 쉽게 전개된다. 게임의 난이도가 매우 낮은 편이라서 처음 하더라도 무난하게 적응해서 손쉽게 쉐어 100%를 달성할 수 있으며 RPG파트에서의 레벨업도 쉽게 쉽게 전개돼서 전투에서의 어려움도 그다지 없다. 무엇보다 줄거리 진행을 중시하는 본편(혼자서 세가가가)을 상당히 쉽게 해두고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만을 추구하는 끝없이 세가가가모드(*7)를 따로 둠으로써 플레이어를 배려하고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결정적인 아쉬움이라면 게임 개발 모드에서의 인터페이스 부분을 들 수 있다. 플레이어는 3개의 개발실에서 최대 21명까지의 스탭의 컨디션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데 이들 중 어느 누군가에게 문제가 발생했는지가 일목요연하게 보이지 않는다. 일일이 찾아서 관리해주는 단계에서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 대충대충 떼우거나 아이템발로 밀어붙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보다는 게임 자체의 난이도를 조금 올리면서 일목요연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설계함으로써 보다 전략적인 운영을 유도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게임에는 세가 팬들, 그리고 세가 개발진들의 오랜 애환이 녹아 들어있다. 그런 측면에서 세가의 올드게임들을 플레이해온 사람이라면 이 게임은 필히 해볼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가가 스스로 만든 동인게임이 지니는 성격으로 인해 비 세가팬들에게 있어서는 접하기 힘들다는 장점이자 단점을 지니고있긴 하지만 꼭 세가의 올드팬이 아니더라도 극단적으로 간략화된 구조이긴 하지만 ‘게임 개발 시뮬레이션’이라는 측면에서도 플레이해볼 가치는 있다. 세가 제작진의 자조적인 한숨과 세가팬들의 꿈이 뒤섞여 나온 결과물이며 동인게임의 한계를 지니면서도 동시에 게임 개발 시뮬레이션으로서의 가치 또한 동시에 지니는 유니크하면서도 너무나 세가다운 게임, 그것이 바로 이 세가가가라는 작품이 아닐까.

*1 테라 드라이브 : 세가의 삽질 하드웨어 시리즈의 하나. 메가 드라이브와 286 PC를 일체화시켜서 게임기와 PC로서 동시에 활용 가능케 한다는 컨셉트를 지니고 나왔으나 비싼 가격과 386이 일반화된 시점에 나온 286머신이기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된 기체.
*2 세가 타로 : 말 그대로 세가 회사명에서 따온 것
*3 하네다 야요이(羽田弥生) : 세가의 본사 빌딩은 도쿄의 오오타 구(大田区) 하네다 잇쵸메(羽田一丁目)에 있다.
*4 알리사 : 세가의 명작 RPG 시리즈 환타지스타의 제일 첫 편에 등장하던 주인공. 현 체제의 이상을 감지하고 진실을 알아내려다 죽어간 오빠를 대신해 전사 타이론과 마법사 루츠와 고양이처럼 생긴 신비의  생명체 먀우의 도움을 얻어 알골태양계의 수수께끼에 도전한다.
*5 세가의 명작 슈팅게임 After Burner의 패러디. 의사 3차원 그래픽 공간에서 플레이어는 F-14XX라는 전투기를 타고 도그파이트를 펼치게 되며 적 전투기를 타게팅해서 로크온하게 되면 ‘Fire Fire’라는 보이스메시지가 나온다.
*6 R-720 : 세가의 360도회전 체감머신이었던 R-360의 패러디. 이 R-360이라는 것은 이 기체의 모델명을 말하는 것이지 게임 자체의 타이틀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G-LOC은 이 R-360을 통해 유명해진 대표적인 타이틀이다.
*7 혼자서 세가가가(ひとりでセガガガ)와 끝없이 세가가가(とことんセガガガ) : 컴파일사의 유명한 퍼즐게임 뿌요뿌요에서 나오던 혼자서 뿌요뿌요(ひとりでぷよぷよ)와 끝없이 뿌요뿌요(とことんぷよぷよ)모드를 패러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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