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2003
 
신필의 경지와 김용

김용(金庸)의 원명은 사량용(査良鏞)이며 중국 절강성(浙江省) 해령(海寧) 사람으로 1924년에 태어났다. 상해(上海) 동오 법과 대학(東吳法科大學)에서 국제법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홍콩에서 발행되고 있는 일간, 주간, 월간 명보(明報)의 주필이며 사장이다. 그는 역사학자요, 수집가요, 논설가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소설가로서의 명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수십년 동안 그는 중국 문단의 기인(奇人)으로 각광을 받아왔다.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학문 연구로 중국 통사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방대한 유가(儒家)의 군경(群經)에 통달하고 노자(老子)와 장자(莊子)의 철학은 물론 불경(佛經)에 심취하여 학문의 영역을 넓히고 깊게 했다.

김용은 이와같은 해박한 학식을 바탕으로 해서, 독특하면서도 흡인력이 강한 문장과 소설의 체계에 대한 깊은 연구 및 비할 수 없이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의 작품을 써 나갔다. 그의 작품에 심취한 독자, 그래서 그를 신앙의 대상처럼 존경하는 독자가 천만 명이 넘는다는 사계(斯界)의 통계인데, 이는 저자가 독자로부터 받은 편지의 통수만도 그렇다는 것이다. 김용의 작품에 매료된 사람은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 대만은 물론 중국 대륙, 심지어는 구미까지 널리 퍼져 있어서 중국인이 있는 곳에 김용의 작품이 있고 중국인이 모인 곳의 화제는 김용의 작품에 대한 것이라는 말까지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은 사람들의 화제가 일단 그의 작품에 미치면 그들은 금방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김용의 이야기만 나오면 신바람이 난다고 한다. 입에 거품을 무는 사람도 있고 우울했던 표정이 활짝 밝아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손발을 휘저으며 흥분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학교의 수업에 빠지거나, 잠을 자지 않으며, 여자 친구와의 약속을 어길 수는 있지만 김용의 소설을 읽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김용의 소설은 어째서 이렇게 사람을 매료시킬 수 있는가?

첫째,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다. 문학 작품에서 묘사되는 것은 보편적인 인성(人性)이다. 김용은 이 인성에 대한 이해가 깊다. 그의 붓 끝에서 창조되는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살아 움직이고 있다. 중국 문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수호전(水滸傳)>의 인물 묘사가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수호전에 등장하는 인물과 김용의 작품 가운데 나오는 인물을 비교한다면 후자가 더 나은 편이다. 현실 생활 가운데 억압되고 노출되지 않은 인성을 김용은 소설 가운데서 생생하고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를 통쾌하게 만드는 비상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

둘째, 정절(情節)이 다채롭다. 김용의 작품은 스케일이 크고 기세가 힘차며 세련되고 원숙하다. 구조,순서,배치,전절(轉折)등이 큰 강에 바람이 일지 않는데도 물결이 출렁이듯 하고, 파란하늘에 무심한 흰 구름이 생겼다가는 어느덧 사라지듯 신출귀몰하여 다른 사람이 미칠 바가 아니다.

세째,문장이 아름답다. 김용의 문필은 사람을 끌어 잡아당기는 자력이 풍부하다. 부드럽고 우아한 가운데 행운유수(行雲流水)와 같은 재미가 넘쳐 흐른다. 한번 그의 작품을 손에 잡기만 하면 놓을 줄을 모른다.

요컨대 김용의 소설은 서사나 사경(寫景)은 물론 인물의 묘사에도 정감이 넘쳐 표현할 수 없는 마력으로 독자를 작품속의 분위기로 끌어들여 몰아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그가 쓴 작품의 재미는 영원히 무궁 무진할 뿐만 아니라 영원 불멸의 문학적 가치를 구비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중국 문학사상 찬란한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소설사의 금자탑인 홍루몽(紅樓夢)을 연구하는 학문을 홍학(紅學)이라 하듯이, 김용의 작품을 연구하는 것을 김학(金學)이라고까지 부르게끔 만들었다. 지금 대만에서 발간된 김학 연구 총서(金學硏究叢書)만도 18권에 이르고 있다. 김용의 작품은 모두 14부(部) 36권으로 되어 있다. 이 14부의 소설(그 중 단편 소설이 2편 있다. 실제로는 월녀검을 포함하여 15작품이 있다.)은 각 부마다 나름대로의 품격과 특색을 가지고 있다. 버클리 대학과 스탠포드 대학에서는 김용의 작품을 중국 문학의 부교재로 채택한 지 오래이다.

“김용 소설의 훌륭함은 내가 그의 전집을 스물 일곱 번 읽은 후에 내린 8자의 총평으로 대변된다. <고금중외 공전절후(古今中外 空前絶後:고금 동서를 막론하고 비교할 소설이 이전에도 없었거니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예광(倪匡)(중국의 작가)-

“김용의 소설을 읽으면 마음속의 심지(心智)가 정화되고 웅지를 품게 되며 정의롭고 완미한 세계를 위해 자기의 역량을 공헌할 수 있게 된다”
-당문표(唐文標)(대만대학 교수)-

“중국 문학을 전공하면서 김용의 소설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
-오굉일(吳宏一)(대만대학 교수)-

“김용은 독자를 몰아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신필의 작가다.”
-성의제(단국대 중문과 교수)-

  One Response to “신필의 경지와 김용”

  1. 고려원판 영웅문의 서문에 실린 작가소개글입니다.

 Leave a Reply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

(required)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