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72003
 
이것이 정해진 운명이었던가. 힘겹게 16강 관문을 통과한 후야오위(胡耀宇), 시에허(謝赫)가 8강전에서 ‘무적양이’(이창호-이세돌)와 만났으니 중국 바둑계의 운명이 참으로 고달프구나. 추첨에서 ‘죽음의 길’로 들어설 줄이야.

후야오위와 이세돌은 당대 최고의 빅카드라 할 수 있는 운명의 대결이고, 시에허와 이창호 역시 단순한 수담만은 아닐 것이다. 석불 이창호의 불심은 깊어질대로 깊어져 담백하고 우아하니, 상대에게 아주 적은 고통만으로 ‘안락사’시키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세돌은 수당나라 시대의 최고 호남아 리위엔빠(李元覇)처럼 잔인해 상대가 죽음을 맞기 전, 심장을 뜯고 내장을 찢어놓아 참혹한 비명을 내게 하고 그 소리를 음미하며 쾌감을 느낀다.

불행한 것은 적잖은 공로를 세운 중국의 두 기사가 스산한 가을 바람이 부는 부산 하늘 아래 이세돌의 ‘신출귀몰’ 도룡도와 이창호의 ‘무한공력’ 염주를 대적해야 하니 관산(關山)이 아무리 넘기 힘들다 한들 ‘양이’를 뛰어넘는 것보다 힘들쏘냐.

전기 삼성배에서 중국사단 6명이 8강에 진출한 것을 생각하니 더욱 격세지감을 느낀다. 전기 8강에서 중도 탈락했었던 ‘양이’가 이번에는 거리낌없이 8강에 진출해 중국기사의 4강 문턱을 턱 막고 있으니 어찌 이리 공교로울 수가.

양이를 물리치는 것은 중국기사들의 21세기 사명이다. 후야오위-시에허는 비록 눈앞에 절망이 도사리고 있지만, 이를 뚫고 희망의 끈을 찾아내야 한다. 남은 두 일본기사들도 십분 실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한국이 4강을 독차지하는 것을 계속해서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기사 출처는
http://www.tygem.com/news/news/viewpage.asp?pagec=1&seq=1764&gubun=1

중국 신문기사가 대체로 저런 문체로 쓰인다고 한다. 역시 중국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멋진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One Response to “양이(아마도 兩李) 물리치는 건 중국기사의 21세기 사명”

  1. 글도 뛰어나지만 기자의 바둑에 대한 지식도 만만치 않은 듯…우리나라 기자 나부랭이와는 격이 다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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