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052004
 

1960년대 영국에 비틀즈가 등장한 이래 70년대~80년대 초반은 락의 시대였다. 미국에선 청년들이 반전주의 운동과 우드스탁행사 등을 통해 시대에 대한 저항을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었고 20세기 세계 음악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선 레드 제플린, 딥 퍼플, 킹 크림즌 등의 위대한 밴드들이 줄을 이어 등장했으며 락은 다시 다양한 장르로 세분화돼서 하드락에서 이어지는 헤비메틀, 프로그레시브락, 펑크락 등을 파생시킨다. 이 시대는 그야말로 락음악의 황금기이자 르네상스시대였다.

그러나 헤비메틀의 시대가 가고 이를 대체한다는 의미인 얼터너티브락을 거쳐 모던락이 이어지면서 락의 명맥을 이어가고있긴 하지만 6~70년대 락에 대한 향수를 지닌 이의 입장에서 까놓고 말하자면 굳이 마릴린 맨슨이 나와서 외치지 않더라도 락은 죽었다. 더이상 락은 저항적이지 않으며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도 않는다. 옛날 성별이라는 굴레로부터의 탈출을 외치며 게이처럼 화려하게 치장하던 글램 락의 스타들과는 엄연히 다른 그저 외모와 비주얼적인 면을 강조하는 밴드들이 인기를 끈다. 올드스타들은 그저 올드스타로서 남아있을 뿐이며 더이상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진 못한다. 물론 환갑이 돼가도록 쇠하지 않는 이성을 보이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이는 로버트 프립 선생 같은 이도 있지만 그는 20세기 현대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위대한 족적을 남긴 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첫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그야말로 거장이고 격이 다른 인물이기에 논외로 치자. 오늘날 남아있는 클래식의 거장들이 수백년에 걸쳐 추리고 추려져서 남은 존재들이듯 그 또한 20세기 음악사가 남긴 가장 위대한 거장의 반열에 남을 것이다.

서설이 좀 길었지만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스쿨 오브 락이라는 영화는 그런 락이 죽은 이 시대에 그야말로 고전적이고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락’을 소재로 삼은 개그물이다. 단순히 락을 싸구려 개그물의 소재로 쓰는데 그쳤다면 이 영화에 대해 여기에서 논할 가치도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듀이 핀이라는 인물은 뚱뚱하고 볼품없는 외모를 지녔다. 밴드에 소속돼있지만 밴드의 인기에 별로 도움을 준다고 보기는 힘들며 영화 인트로부분의 라이브에서 다소 과하다 싶을만큼의 열정적인 연주 후 관객들 속으로 다이브를 하지만 관객들은 아무도 그를 받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밴드에서 멤버들의 비웃음을 받으며 해고된다. 옛날 밴드의 멤버였지만 밴드를 그만두고 초등학교 보결교사로 일하며 ‘일반인’ 여자친구를 사귀고있는 친구의 집에서 빌붙고 있는 듀이는 친구가 초빙받은 명문 초등학교에 신분을 속이고 위장해서 교사로 행세한다. 당연히 제대로 된 수업이 이루어질 리 없고 매일매일 농땡이를 치며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들이 클래식 악기들을 합주하는 장면을 목격한 듀이는 아이들에게 락음악을 가르쳐 밴드를 결성해 콘테스트에 나가보자는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우면서 이 이야기는 본격적인 막을 올리게 된다.

위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스토리라인 자체는 뻔하고 결말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을 보면 몇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보이는데 이에 대해 적어보자. 일단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초등학교’라는 공간이다. 보통 초등학교와는 달리 부유한 가정의 부모들이 연간 15000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수업료를 내가며 보내는 특수한 환경의 사립 초등학교이다. 당연히 부모들은 아이의 학교생활에 신경쓸 수밖에 없고 학교에서도 아이가 일탈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신경쓸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규율에 얽매여 지낸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락의 기반에 깔려있는 정서는 저항정신이며 이는 6~70년대의 기성세대에 저항하던 젊은 층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던 것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엄격한 틀에 묶인 아이들은 돌출구를 찾고 있었고 주인공 듀이 핀은 애초의 의도는 어쨌건 간에 아이들에게 있어선 그 돌출구를 락이라는 음악으로 열어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위대한 구세주’였던 것이다. 그래서 컨테스트 참가곡도 듀이가 작곡했던 곡이 아닌 극중의 소년이 작곡한 학교공부와 부모의 간섭에 대한 불만을 그린 초등학생에게 있어선 그 이상 진솔할 수 없는 저항이 담긴 곡으로 참가를 결정한다는 사실 또한 이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이기도 하다. 만약에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평범한 초등학교였다면 이런 요소는 절대 성립될 수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저런 엄격한 분위기의 명문 사립 초등학교라는 설정이야말로 이 영화의 근간을 이루는 키워드인 것이다.

다음으로 짚어봐야 할 부분은 이 영화는 사회적 소수파를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위에서도 말했듯 주인공은 뚱뚱하다.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 점이 그가 밴드에서 해고된 주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듀이가 밴드를 결성하며 코러스를 선발할 때 나서지 못하다가 나중에 망설임 끝에 노래를 부르게 해줄 것을 요청하는 소녀는 흑인에 뚱뚱한 아이였다. 그러나 그녀는 뛰어난 가창력을 지니고있었고 듀이는 망설임없이 그녀를 합격시킨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위에서도 말했듯 락은 더이상 주류를 형성하는 음악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소수층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뚱뚱한 사람들 또한 사회적으로 소수층에 속하며 대체적으로 그로 인한 피해를 겪은 바가 있고 덕분에 대체로 컴플렉스를 지니고있다. 그리하여 막상 컨테스트 참가 직전에 이르자 출전을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듀이가 던지는 대사는 주류에 끼지 못한 사회적 소수층에게 던지는 대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마지막에 듀이가 관중들 사이로 다이브를 하자 관객들이 환호하며 받아주는 장면은 이러한 소수파의 ‘승격’을 내포하며 인트로의 다이브 장면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또한 이 영화는 음악성과는 무관하게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비주얼만을 중시하는 최근의 밴드들이나 락커라면 의례적으로 떠오르기 마련인 약물 등의 퇴폐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고있기도 하다. 처음엔 점잖게 클래식기타를 치던 아이가 밴드의 기타리스트를 맡게 되면서 펑크머리를 하고 저항정신에 물들어가게 되는데 그 아이가 컨테스트에 참가신청을 하는 도중에 담배와 술에 쩔은 다른 밴드의 멤버들과 포커를 치는 장면을 듀이에게 들키자 듀이는 그를 끌어내면서 불만을 토하는 아이에게 한 마디로 일축한다. ‘저딴 건 양아치나 하는 짓이야’. 락음악은 락음악일 뿐이지 그런 문제와 반드시 결부지을 필요는 없다는 핵심을 찌르는 지적이다. 또한 결국 컨테스트의 우승은 상반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보이는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의상을 입은 일종의 비주얼밴드에게 돌아가지만 정작 관객들은 보다 순수하게 음악으로 자신들을 열광시켜준 ‘스쿨 오브 락’을 연호하게 되고 그에 따라 뻘쭘하게 상금을 타고 퇴장하는 우승밴드와 앙콜공연을 위해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재입장하는 듀이와 아이들의 밴드 ‘스쿨 오브 락’의 모습은 매우 대조적이다. 결국 락음악으로 친구의 마음을 되돌리고 어른들의 마음까지 움직인다는 내용은 일종의 환타지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성보다는 겉모습에 치중하는 최근의 경향을 따끔하게 풍자하면서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루는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락이라는 소재를 표방한 작품인 만큼 락을 좋아한다면 즐거워할 요소가 곳곳에 가득하다. 아이에게 Deep Purple의 Smoke on the Water의 기타리프를 가르치는 장면, 삽입곡으로 쓰인 Led Zeppelin의 Immigrant Song을 비롯한 여러 명곡들, 연습장을 빽빽히 채워가며 락음악의 계보를 정리해주면서 친구에게 락을 설파하던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칠판에 가득하게 정리된 락음악의 계보(사설이지만 정말로 심금을 울리는 장면이었다.), 그루피로 지정된 아이가 밴드매니저로 승격하는 장면(이후 그 역할을 정말 훌륭히 수행해낸다), 실제로도 코미디 락밴드 Tenacious D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주연을 맡은 잭 블랙의 쉴틈없이 터지는 개인기와 그에 못지 않은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 그리고 락음악과 별 연관은 없지만 교장 역을 맡은 조앤 쿠삭의 뇌쇄적인 자태나 아이맥으로 교장이 접근하는지 복도를 감시하는 장면 등등 곳곳에 즐거운 볼거리/들을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엔딩스탭이 넘어가는 장면도 정말로 유쾌하니 극장에서 보실 분들은 절대 일어나지 말고 반드시 마지막까지 볼 것을 권한다.

이러한 여러 측면을 종합해보면 이 영화가 뉴스위크선정 2003년의 영화 Best 10에 뽑혔다는 사실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일이다. 오히려 필자 개인적으로는 근래에 극장에서 본 영화 중 최고의 대박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락음악을 좋아하거나 정신없는 슬랩스틱 코미디류를 좋아하는 사람 내지 뭔가 복잡해진 머리와 답답한 속을 확 풀어버리고싶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라고 단언하는 바이다. 정신없이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영화이면서도 락음악의 본질을 날카롭게 짚어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해주는 간만에 보는 정말로 멋진 영화였다.

  2 Responses to “스쿨 오브 락(School of Rock)”

  1. Smoke on the water의 리프를 가르쳐주는 장면은 감탄 연발! 그렇잖아도 참 멋진 리프죠. 메틀리카가 연주한 버전도 멋지고…

    예전에 이 곡 DDR로 했던 기억이 ^^

  2. DDR에 Smoke on the Water가 있었습니까? 왜 몰랐지..;

    생각해보면 3rd 이후로 거의 안 하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정말로 마음에 들었던 영화인지라 얼마 전에 DVD도 바로 구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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