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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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 Alice Soft
발매일 : 2004/8/27
가격 : 8925엔

  일본의 유서 깊은 18금게임 제작업체 Alice Soft의 간판 시리즈인 란스시리즈가 번외편격인 귀축왕 란스와 소품격인 란스 5D를 거쳐 오래간만에 시리즈의 정통 후속편에 걸맞는 대작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우선 란스 하면 영토 쟁탈형 턴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의 귀축왕 란스를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사람이 상당수일 것이다. 5D는 논외로 쳐야겠지만 시리즈의 번외편이면서도 방대한 스케일과 수많은 이벤트, 그리고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던 귀축왕 란스의 이미지가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이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귀축왕 란스는 어디까지나 시리즈의 번외편이고 말하자면 패럴렐 월드의 이야기 같은 성격을 지니는 작품이다. 반면 본 작품은 3D던전형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으며 시리즈의 정통을 잇는  RPG임을 유념하고 플레이해야 한다. 따라서 귀축왕 란스와 같은 영토 쟁탈형 시뮬레이션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미 기존의 Alice의 작품에 대악사나 대번장과 같은 훌륭한 귀축왕 란스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 존재하기에 이를 대체품으로 삼을 수도 있고 그와는 별도로 본작 또한 매우 뛰어난 완성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본작은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템포를 매우 편안하게 배려한다. 시나리오는 크게 레지스탕스의 아지트와 3D던전 파트로 나뉘어져 전개되며 아지트에서는 캐릭터들에 각종 이벤트를 볼 수 있고 임무를 부여받는다. 3D던전파트에서는 부여받은 임무에 따라 목적지에 가서 임무를 수행하기도 하고 그와는 관계없이 이벤트 전개를 위한 맵 탐사를 벌일 수 있다. 하나의 임무 수행에 소요되는 시간은 보통 30분~1시간,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면 보통 1시간을 넘지 않는다. 던전에서는 원하면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으며 3D던전 하면 길을 못찾아 어떻게 하나 하고 고민하실 분들을 위한 오토매핑 시스템이 있기에 마음 편하게 던전 탐사를 즐길 수 있다. 또한 맵별로 오토매핑시스템을 이용해 맵을 얼마나 완성했는지에 따라 보상을 줌으로써 Alice게임 특유의 보람 있는 노가다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전투에서의 긴장감은 항상 늦춰지지 않는다. Alice 게임의 시스템에 익숙한 플레이어라면 잘 아는 사실이지만 각 캐릭터별로 지극히 신경을 써가며 육성을 해야만 균형 잡힌 성장이 이루어지게 되지만 그렇게 성장시킨 캐릭터는 전투에서 들인 노력과 캐릭터의 개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노력에 따른 보상구조를 안겨준다.  여기에 대악사에서부터 나온 행동력의 개념을 도입함에 따라 몇몇 강한 캐릭터에 집중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폐단도 해소하고 그리하여 플레이어는 자기만의 전투 파티 조합의 노하우를 익히게 되고 전투의 난이도가 결코 낮다고는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가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돌파해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이 훌륭하다.

  엔딩까지 가는 길도 그다지 서두를 필요는 없다. 18금게임의 특성상 시간이 얼마 없는 성인들이 플레이하게 되기 마련이고 이런 사정상 전술한 템포의 조절은 플레이어 입장에서 정말로 고마운 노릇이다. 시간날 때마다 틈틈이 플레이하면 되고 그러다보면 어느덧 엔딩에 근접해있다. 실제로 필자는 워낙에 바쁜 스케줄로 인해 이 게임을 입수한 뒤 엔딩까지 가는데 무려 3개월이라는 기간을 들였다. 그동안 다른 게임을 전혀 안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생각날 때 간간히 플레이하면서도 템포를 잃지 않고 이렇게 지속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근래의 콘솔용 RPG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드문 미덕이라 할 수 있다.

  무서운 사실은 엔딩을 보고 나서부터가 이 게임의 진정한 시작이라는 점이다. Alice게임 특유의 이벤트 노가다의 특성상 중간에 못보고 지나치게 되는 이벤트가 생기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 기존의 Alice 게임들은 엔딩을 수 차례 반복해서 보는 플레이를 유발하는 시스템을 채용해왔지만 이는 플레이어에게 자칫하면 짜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이런 길게 이어지는 일관된 시나리오를 지닌 게임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부분에 대한 배려인지 엔딩 이후에는 본편에서 보지 못하고 넘어간 이벤트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거기에 본편에 등장하지 않았던 보너스 요소를 – 특수한 대전, 추가 미션 등 – 을 한가득 집어넣음으로써 엔딩을 보고 나서도 플레이어는 이 즐거운 시스템을 한참동안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시나리오 구성 자체는 이렇다 말할 것이 없는 평이한 구조다. 주인공 란스는 마법국가 제스에서 마법을 쓰지 못하는 차별받는 2급시민들을 대변하는 레지스탕스 조직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란스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를 통한 저돌적인 밀어붙이기에 힘입어 한때 국가 붕괴의 위기까지 가지만 결국 국민들의 단합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결과가 좋으면 모두 좋다는 식의 뻔히 예측할 수 있는 결말이다. 여기에 란스시리즈 전통의 캐릭터들 – 리자스, 헤르만, 제스 각 국가의 주요인물들, 마족, 자유도시의 동료들 – 의 수많은 자잘한 시나리오들이 펼쳐진다. 란스도 오랜 기간에 걸쳐 이어져온 시리즈이다 보니 주인공 란스와 시일을 비롯한 여러 익숙한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일종의 캐릭터물로서의 성격을 지니게 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는 점이다. 그렇기에 시나리오 전개에 약간 억지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란스나 정벌의 미트 같은 어딘가 일그러진 캐릭터들을 살린다는 점에 있어서는 오히려 어울리는 전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RPG란 장르는 기근에 가깝다. 제작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잘 만들기는 힘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구조를 감수할 수 있는 자본적으로 탄탄한 제작사가 아니면 만들기 힘든 장르가 돼가고 있기 때문에 영세한 제작사에서는 어지간해서는 잘 손대지 않게 돼버린 것이다. 또한 기존의 메이저 제작사들의 RPG 또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기분 좋게 플레이할 수 있는 일본식 RPG가 오히려 18금업계에서 나와줬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장르가 장르인 만큼 미성년자나 이런 장르에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 선뜻 권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남성향 18금이라는 장르를 이해하고 일본식 RPG를 즐기는 플레이어라면 필히 한 번쯤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서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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