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2004
 

귀찮은 관계로 긴 글은 생략하고 날림감상문만 적는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뮤지컬판 오페라의 유령을 보지 못했다. 음악 또한 일부 유명한 곡을 들어본 정도일 뿐이다. 스토리라고는 김전일의 모 에피소드를 통해 본 게 전부였다(..) 아무튼 그런 상태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훌륭했다. 뮤지컬을 보지 못했고 원작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로서도 무난하게 알 수 있는 전개였고 뮤지컬의 맛을 영화로 옮겨오는 데 치중했다고 해도 영화로서의 영상미 또한 괜찮은 편이었다. 초반의 샹들리에 신이라든지 Masquerade신 같은 장면은 원작 팬이나 영화를 통해 팬텀을 처음 접한 사람 양방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으리라 보는 훌륭한 장면이었다. 특히 영화 오리지널이라는 마지막 묘지 장면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취향이었다. 진부한 연출일지 몰라도 그런 에필로그 꽤 좋아한다.

배우들의 이미지도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팬텀 역의 제라드 버틀러는 처음에 좀 불안한 느낌이었는데 촬영이 진행되면서 적응한 건지 후반에 가면 꽤 괜찮은 느낌이 된다. 라울은 잘생겼고 노래도 잘 부르고 흠잡을 데 없는 라울의 이미지 그 자체였다. 그리고 크리스틴 역의 에미 로섬이 기대 이상이었다. 노래도 그만하면 잘 부르는 편이고 무엇보다 크리스틴이라는 여성의 이미지에 그대로 들어맞는 인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메그 역의 배우가 제일 예뻤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백미는 말이 필요없이 음악. 애초에 곡이 워낙 좋아서 배우들이 못부르는 건 아니라고 해도 사실상 전문 뮤지컬 배우들에 비하면 떨어지는 노래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음악만 듣다 보면 감동에 전율하게 된다. 간만에 메가박스 1관의 한가운데 자리를 예약한 보람을 200%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여파로 런던캐스팅 버전 팬텀과 캐나디언 캐스팅 버전의 팬텀 음악을 구해다가 밤낮으로 줄창 플레이하고있는데 정말 미친듯이 취향이다. 어지간해선 이런 표현 잘 안 쓰지만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천재다. 극중의 팬텀이라는 인물은 천재로 묘사되고 있는데 가상의 천재를 창조할 수 있는 건 천재뿐이다. 그리고 극중의 돈 후앙 공연을 기획하고 곡을 작곡하고 각본을 쓰고 무대를 설계한 팬텀은 확실히 천재다. 그러니 어찌 웨버가 천재가 아닐 수가 있겠는가. 역시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크로포드 팬텀보다는 콤팬텀이 더 취향이다. 레미제라블의 장발장역에서 반했지만 이런 음울한 다크포스를 뿜어내는 역할까지 이정도로 소화해낼줄은 몰랐다..; 팬텀이 그야말로 저승에서 부활한 어둠의 마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재작년에 국내에서 공연한 팬텀을 돈이 없어 보지 못한 게 한이 맺힐 뿐이다. 언제고 다시 공연을 하게 된다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가 R석 제일 앞줄을 예매해서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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