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2005
 
Starcraft
제작사 : Blizzard Entertainment                발매일 : 1998년 4월

1. 개요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게임이기에 더 논할 필요도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게임사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게임을 꼽으라면 바로 이 스타크래프트일 것이다. 한국 게임시장에서 역대 최고의 판매량으로 대변되는 이 작품은 게임적으로 보나 그 의의로 보나 아직도 고찰해봐야 할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여기서는 그러한 스타크래프트가 갖는 의의와 이를 통해 국내 게임에서 아직도 부족한 측면이 무엇인지를 되짚어보도록 한다.

2. 시장에서 지니는 의의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가 한국 시장에 미친 영향에는 어떤 게 있는지 잘 알려진 사실들이 위주가 되겠지만 하나하나 되짚어보도록 하겠다. 우선 이 작품이 발매됐을 당시의 우리나라의 상황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게임이 발매된 1998년 당시 스타크래프트의 판매량은 그다지 폭발적이진 않았다. 발매 전부터 매니아들로부터 높은 주목도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고 1998년 내내 약 12만 카피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니 PC용 패키지게임의 일반적인 판매량을 고려해보면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1998년에 한국에는 IMF라는 경제적 위기가 닥쳐왔고 많은 직장인들이 정리해고를 당했으며 자영업자들 또한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새로운 업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었다. 이 시기에 유력하게 떠오른 새로운 업종이 바로 PC방이었는데 아직 고속 인터넷보다는 전화선을 이용한 56k 모뎀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시절, 모뎀보다 훨씬 빠른 인터넷 환경을 고사양의 PC로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 모뎀을 통해 네트워크 플레이를 즐기던 일부 게임 매니아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초창기의 PC방은 그러한 게임 매니아들의 모임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PC방의 수가 하나 둘 늘어남에 따라 PC방의 입장에서나 일반적인 사용자의 입장에서나 함께 모여서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필요했고 그렇게 해서 당시 PC방에서 활성화된 게임이 리니지 등의 초창기의 MMORPG와 더불어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플레이어들 간에 ‘대전’ 내지 ‘팀플레이’가 가능하며 20분 전후의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끝마칠 수 있는 게임이었다. PC방 초기에는 그렇게 몇 가지 게임이 경합을 이루는 분위기였지만 대세는 순식간에 스타크래프트가 평정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치솟았고 PC방을 개업하는 업주는 PC의 대수에 맞춰 스타크래프트의 정품을 구입해야 했으며 이는 스타크래프트 판매량의 엄청난 증가를 불러왔다. 이렇게 일어난 스타크래프트의 붐은 다시금 PC방의 창업을 유도했고 PC방 창업은 다시금 스타크래프트 판매로 이어졌다. 98년 12만개에 그쳤던 판매량은 99년에 100만 카피 이상의 한국 게임계 사상 최초의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면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불러왔다. 그뿐만이 아니라 개인 사용자들 또한 집에서 네트워크 플레이를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고속 인터넷을 설치하기를 원하게 되고 이는 한국에서 고속 인터넷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유례 없이 빠르게 보급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그리고 이 시기를 전후해서 한국의 게임시장에는 스타크래프트의 아류작이 범람하게 된다. 임진록, 아트록스, 쥬라기원시전, 킹덤 언더 파이어 등의 광고문구에서도 ‘스타크래프트보다 XX한’, ‘스타크래프트만큼 YY한’ 등을 내세우며 실시간 전략게임(이하 RTS)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 어느 것도 스타크래프트의 아성을 뒤엎지 못하고 단순히 인기 있는 작품의 아류만으로는 시장에서 먹히기 힘들다는 전례들을 남기면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갔다. 그러나 어쨌든 게임 개발에 있어서는 몇몇 선구자적인 업체들이 있긴 했어도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에서 벤처 붐과 함께 이만큼의 게임 개발 업체들이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 번 탄성을 받기 시작한 게임회사 창업의 붐은 계속 이어져서 당시에 생겨난 업체들이 지금도 국내 게임업체들의 근간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일어난 스타크래프트 붐도 2002년 무렵에는 시들해지는 것 같았다. PC방의 거품도 꺼져가서 경쟁력이 없는 업소들은 하나 둘 문을 닫아갔으며 2000년 이후에도 매년 4~50만개의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던 스타크래프트의 판매량도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 시기를 전후해서 다시금 스타크래프트의 붐을 불러 일으킨 것이 프로게이머, 바로 e-sports의 출범이다. 당시 Game-Q와 같은 인터넷 VOD를 통해 고수들 간의 대회를 중계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생겨났는데 이 방송이 예상 이상의 높은 반응을 얻어냈으며 여기에 주목한 온게임넷 등의 유선방송에서도 스타크래프트의 방송경기를 본격적으로 중계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임요환과 같은 스타급 게이머가 탄생하고 이는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

  그리하여 스타크래프트의 판매량은 400만 카피에 육박했고 아직도 많은 플레이어들이 플레이하고 있으며 게임방송 또한 다수의 프로게이머들이 각각 프로게임팀에 소속돼서 팀간의 리그전을 펼치는 수준까지 활성화돼있다. 이는 해외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에서만 독자적으로 발전한 특이한 케이스이며 하나의 게임이 바둑이나 장기와도 같은 국민적인 유희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기기도 했다. 결국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 하나로 인해 PC방이라는 새로운 업종의 창출, e-sports의 탄생과 활성화, 고속 인터넷의 보급, 게임 산업의 성장 등 IT업계 및 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 셈이니 실로 놀라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3. 게임으로서의 의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스타크래프트가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지만 그러한 영향력이 거저 나온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스타크래프트의 무엇이 이토록 대중적이면서도 장기간에 걸친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인지 살펴보도록 한다.

  첫째로는 뛰어난 기획력을 들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에는 프로토스, 저그, 테란이라는 3개종족이 등장한다. 고도의 정신문명을 지닌 프로토스, 놀라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번식력, 그리고 투쟁본능을 지닌 저그, 개개인은 약하지만 집단의 힘과 과학문명을 이용해 이를 극복해온 인간종족인 테란이라는 3개종족의 설정은 마치 SF버전의 삼국지를 보는 것처럼 플레이어에게 흥미로운 대립구도를 보여준다. 거기에 단순히 시나리오적인 설정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게임에 등장하는 유닛이나 건물 하나 하나에 부여한 특성이 이러한 종족의 특성들을 잘 나타내고 있기에 플레이어에게 자신이 플레이하는 종족에 대한 이입감을 부여한다.

  둘째로는 시나리오다. 게임의 시나리오의 중요성이야 말할 나위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인데 스타크래프트의 시나리오 전개는 게임 역사상 탑클래스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구성을 보인다. 각종 배신과 모략이 판치는 속에서 자신의 신념에 따라 싸우는 외계 종족들의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여전히 권력 투쟁에나 연연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뿐이다. 사족이지만 국내 게임에서 아직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지닌 작품이 나온 사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과거에 나온 패키지 게임에 시나리오가 없던 건 아니지만 대체로 일본이나 미국 게임의 아류에 불과했고 그렇게 체계적으로 짜인 오리지널리티 있는 시나리오를 도입한 예는 없다. 이러한 부분은 오랜 역사를 통해 쌓인 노하우가 있어야만 가능한 부분이지만 우리나라의 게임사들은 짧은 역사 속에서 노하우가 쌓이기도 전에 패키지 시장이 침체돼버리는 바람에 온라인이 대세가 된 지금도 시나리오 부재의 단순 레벨 노가다만을 반복하는 게임들을 만들고 있다가 이제야 액션이나 스포츠게임 등 (고도의 시나리오성을 요하지는 않는)장르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으니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봐야 한다.

  셋째로는 장인정신을 들 수 있다. 언젠가 스타크래프트의 초기 개발 스크린샷이란 것이 웹에서 돈 일이 있는데 당시의 그래픽을 보면 지금의 모습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조악한 퀄리티를 보여준다. 그랬던 것이 발매일을 수 차례 연기하면서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퀄리티 상승을 꾀했고 덕분에 발매한지 8년이 된 지금에 와서도 스타크래프트의 그래픽은 그다지 촌스러워 보이지 않고 약간의 발매연기를 통해 초 장기간에 걸친 생명력을 얻게 된 셈이다. 게다가 사실 스타크래프트가 게임으로서 완벽한 작품성을 지녔다고 보긴 힘들다고 하더라도 꾸준한 패치를 통해 가급적 이상에 가까운 밸런싱을 맞추고자 노력했고 이 노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충분한 결실을 맺고 있다. 부실한 퀄리티의 게임을 억지로 발매한 후 약간의 버그패치만 하고 나면 게임을 나 몰라라 내팽개치던 국내의 패키지게임 업체들과는 크나큰 차이를 보여준다.

  이렇듯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의 저변에는 이 작품 자체가 지닌 근본적인 뛰어난 작품성과 제작사의 투철한 장인정신이 있었고 그렇기에 오늘날까지도 명작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단순히 홍보의 힘이나 겉보기의 화려함 만으로는 얻어낼 수 없는 성과가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으니 이 사실이 오늘날의 개발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2 Responses to “Starcraft”

  1. 훌륭한 사설이군. 박수. 스타 크래프트가 국민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한국인의 코드와 매우 맞는 게임이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할 수 있지. 직관적이며, 단순하고,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이라는 변수, “대역전 한판 뒤집기”같은 걸 좋아하는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진 것도 큰 역할이라고 봐.

  2. 짧으면 10분 이내, 길면 1시간까지 가는 게임 안에 나름대로의 기승전결과 스토리가 만들어진다는 점이 사람들을 사로잡은 것도 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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