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062005
 
지난 1월에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아는 형의 추천을 받아 3월 무렵에 들어간 회사가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제법 유명한 게임을 만든 디렉터가 한국으로 건너와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했고 아는 분들이 계시기도 했기에 그 점을 믿고 지원을 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어서 6월에 그만두게 된 바 있습니다. 신생회사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입사했는데도 급여를 애초에 약속한 수준만큼 지급하지 않았다든지 하는 개인적인 부분도 있었고 사장의 게임 개발에 대한 마인드가 마음에 안 들기도 했으며 결정적인 건 역시 기껏 세팅된 개발팀이 사장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단체로 모두 그만두는 일이 발생했고 따라서 저 또한 일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점이었습니다.(써놓고 보니 결국 원인의 대부분은 사장..) 지금 생각해봐도 참 기분 더러워지는 사태였습니다만 암튼 낯은 안 붉히고 나온 걸 그나마 다행으로 여깁니다.

그리하여 두어달 가량 여기 저기 재취업을 알아봤습니다만 회사 관두고 나서 이번처럼 일이 꼬여보기도 처음이었습니다. 게임잡에 올라오는 구인광고는 대부분 월급이나 제대로 나올지 의심스러운 수상쩍은 회사들 투성이고 그나마 좀 괜찮아보이는 회사들은 보통 서류 단계에서 커트당하거나 면접을 봐도 묘하게 파장이 안 맞는다는 느낌이 들면서 안 되기 일쑤였는데 덕분에 탄환은 떨어져가고 마음은 급해지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헤드헌터로부터 연락을 받고 급한 김에 가게 된 회사가 있었는데 여기가 또 가관이었습니다.

그 회사는 성인용 릴게임(일종의 슬롯머신)을 만드는 업체였는데 이 시장이 겉으로 제대로 된 통계가 나온 일은 없어서 그렇지 암암리에 추산되는 규모는 제법 천문학적인 액수를 자랑하는 편입니다. 별로 일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워낙 경제적으로 몰려있었고 일단 안정적으로 월급은 나올 거라는 판단에 당분간 다녀보려고 했던 건데 이 결정이 정말 오산이었던 겁니다. 출근 첫날부터 밤11시까지 야근하는 거나 남들 다 새 PC 뽑아주는데 ‘기획자한테 좋은 PC가 무슨 필요 있냐’는 무개념한 소리를 하면서 셀러론 466 쓰라고 던져주는 거나 업무파악도 안 돼있는데 1시간만에 무슨 결과물을 가져오라고 해서 날림으로 해가니 그걸 가지고 점심도 안 먹이고 2시간동안 회의하는 거나 다 참겠는데 사장이 옛날에 횡령사기 혐의로 소송 걸린 전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모든 인내가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버리고 앞뒤 생각할 거 없이 바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마침 그러자마자 면접제의 3건이 더 들어왔습니다. 우선 지난 목요일에 본 곳은 게임 기획이라기보다는 게임의 해외 진출 관련으로 필요한 사람을 뽑는 거였는데 역시 개인적으로 그다지 마음에 드는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주5일이 아닌 건 그렇다 쳐도 퇴직금을 연봉에서 13분할로 연말에 주는 건 뭔가 사람한테 돈 투자하기 아까워서 장난치는 느낌이라 별로 마음에 안 드는 판이라 합격통보가 오긴 했습니다만 바로 출근하는 걸 잠시 보류하면서 다음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그리하여 어제 두 곳의 면접을 봤는데 첫번째는 미국의 제법 유명한 개발자가 한국에 세운 외국계 회사라서 딸리는 영어실력으로 영문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뻘짓을 해야 했습니다. 두 번째는 얼마 전 분당으로 이전한 모 N사의 사내벤처란 곳이었는데 느낌은 그저 그랬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은 목요일부터 그 외국계 회사로 출근이 확정된 상태입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하더니 대체로 본의 아니게 회사를 그만두게 되고 이직을 하게 될 때마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는 느낌으로 새 회사에 들어가게 됩니다. 본의 아닌 부분이 컸다고 해도 이직이 잦아서 경력에 마이너스가 되는 부분이 많은데 이번에야 말로 좀 제대로 오래 발붙일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10 Responses to “파란만장했던 이번 재취업”

  1. 한편의 강호풍운록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p.s. 셀러론 466은 심히 압박이군요(-_-)

  2. 취업 축하드려요. 파란만장했던 만큼 좋은 결과가 되길 바랍니다^^ 셀러론 466이라니 윈98에 라그나*크 제대로 도 안돌아가던 옛날 컴이 생각나네요.

  3. 취업 축하드립니다. ^^ 앞으로 좋은 직장 생활 하실 수 있길 빕니다.

  4. 취업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는 무탈하게 즐거운 직장 생활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5. 민규君 // 아직 한 편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반전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그저 전개부분에 불과합니다(..) 무림지존의 자리에 오를 날은 아직도 멀었군요..;

    suezou // 감사드립니다. 사실 셀 466이라고 해서 간단한 문서작업 못할 건 없지만 역시 다른 직원들 다 새 PC 주면서 ‘기획자에게 좋은 PC가 필요 없다’고 하는 그 무개념함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KYORO // 감사합니다. 이번에야말로 잘 버텨봐야겠습니다.

    루리루리 // 감사합니다. 순간 무탈하게란 Mutal하게란 말인가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6. 축하드립니다 >.<

  7. 이번에는 불운의 사슬을 끊으실 수 있기를.

  8. Lynn // 감사합니다 ^^

    하얀까마귀 // 운이 없으면 실력으로라도 뚫어야죠..랄까 별로 아저씨나 그쪽분들한테는 불행의 별 타령 한 기억이 없는데 역시 그렇게 보이는 거였군요(…)

  9. 음. 이번에는 잘 돼서 안정된 생활과 성공을 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10. 냥이 // 고맙네. 이번에야말로(…..)

 Leave a Reply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

(required)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