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12005
 
참조 : 2005 국악축전 폐막공연 안내

한국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2005 국악축전 폐막공연에 다녀왔다. 그렇다고 그렇게 근엄한 공연은 아니고 위 설명을 보면 아시겠지만 나름대로 대중성도 지니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무료” 공연인데 평소에 나라에서 열심히 직장인들 유리지갑을 털어간다면 이런 기회에라도 세금 낸 값은 시켜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 아주 큰 기대를 걸지는 않고 참관신청을 했는데 당첨이 돼서 여차저차 다녀왔다. 중간 중간에 찍은 사진들은 열악한 조명 속에서 저렴한 렌즈로 나름대로 분발해서 찍었으나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한 편이니 양해 바란다. 실제 공연 순서는 저 홈페이지의 소개와는 약간 차이가 있었으니 공연한 순서에 맞춰 적도록 한다. 스크롤의 압박이 있으니 감상을 보고자 한다면


* 대취타 – 피리정악 및 대취타보존회, 등채/ 정재국
우선은 인트로. 대취타 음색엔 미묘한 매력이 있달까, 암튼 멋졌다.


* Rush to the battlefield(2005국악축전 공식음악)
  – 노래/ 신해철, 오고무/ 이주희, 현대무용/ 박호빈
정작 신해철은 안 나왔으나 신해철 팬은 아닌 관계로 신경 안 쓰였음. 오고무 멋졌다. 현대무용은 좀 안 어울렸음.


1. <꿈> – I Love Culture, I Love Dream
* 흥타령 – 소리/ 안숙선, 거문고/ 최영훈
* 액맥이타령
  – 소리/ 안숙선, 국립극장문화학교 어린이판소리반
  – 널뛰기/ 백운초등학교

알만한 사람은 아는 안숙선명창께서 나오심. 과연 명불허전, 노래를 듣는데 전율이 일었다. 이번 공연에서 노래에 있어서는 최강의 포스를 뿜어내셨다.



* 정악과 요가 – 피리/ 정재국, 요가/ 원정혜
첫 번째 미스매치. 저 기춤이라는 수상쩍은 춤이 정악과 너무나 위화감이 들어 난감했다.

* 사자춤과 태평소 – 명보예술단
사자춤 재미있었음. 감상끝.


2. <벗> – I Love Asia, I Love World
* 서쪽하늘에, 여행의시작
  – 연주/ 두번째달
두 번째 달이라는 그룹이 제법 느낌이 나쁘진 않았다. 왼쪽의 서양인 누님을 좀 더 가까이에서 확인해보지 못한 게 아쉬움(..)


* 애니메이션 “비”와 야탁 즉흥연주 – 야탁/ 체. 바상후
야탁이라는 악기는 몽골의 현악기인데 하프를 연상시키면서도 좀 더 동양적이고 아담한 느낌의 예쁜 소리를 낸다. 상관없는 얘기지만 의상이 굉장히 화려했고(아마도 원나라 궁중의상?) 연주하던 아가씨 미인이었는데(라고 추정)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사진을 못찍은 게 아쉽다.

* 몽골 후미의 여러가지 가락, 몽골 보긴 도(단가 短歌) “창문 위에 앉은 파리”
  – 연주/ 마두금합주단
포인트는 후미와 마두금. 후미는 인간의 육성의 한계를 시험하는듯한 독특한 발성법인데 이게 참 거의 외계언어수준의 느낌을 준다. 칭기스칸은 저 소리로 적에게 겁을 주고 전의를 떨어뜨려서 대륙을 제패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음. 마두금이라는 악기는 두 줄의 현으로 된 중국의 호금이나 우리나라의 해금 비스무리한 악기인데 음색은 오히려 바이올린에 가까웠다. 머리부분이 말 머리 처럼 생겼다고 해서 마두금이라고 부른다는 점이 참으로 몽골다웠달까. 아무튼 몽골리안 사진 첨부.


* 하마단
  – 가야금/ 김병호 가야금산조 보존회
  – 장구/ 김기철
황병기스러운 가야금산조. 일렉기타의 슬라이드주법 비스무리한 걸 가야금으로도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3. <땅> – I Love Korea, I Love Dok Do
* 독도아리랑 – 노래/ Lee.J
별 신경 안 썼는데 그래도 라이브에서 삑사리 안 내고 화음 잘 맞는 애들이라는 점에서 합격점.

* 짓소리 퍼포먼스 ‘공감21’
  – 타악/ 타악그룹 야단법석, 무술/ 이은석
상반신누드의 몸매좋은 청년이 나와서 여성들에게 듬뿍 서비스를 했다. 아무튼 이번 장은 슬슬 쇼비즈니스스러운 분위기로 넘어감.

* 검예도 퍼포먼스 “월광무” – 장효선
상반신누드의 청년들 떼거지가 나왔으나 앞서 나온 청년 하나만 못했다. 아무튼 진검으로 대나무베기가 백미였음.



*  패션퍼포먼스 – 패션/ 박종철, 특별출연/ 노홍철, 지성원, 박준석  
앞에서 헐벗은 남정네들이 드글드글 나온 걸 본 탓에 시각이 오염된 걸 정화할 수 있길 기대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또다시 남정네들이 드글드글 나왔다(…) 눈이 썩는줄 알았다. 아래 사진은 그와중에 건진 컷인데 85mm 렌즈가 필요함을 느낀 시점이었다. 그리고 왜 방송카메라용 크레인은 꼭 결정적인 순간에 시야를 가로막는가! 암튼 태극기드레스는 나름대로 괜찮았다




4. <한> – I Love GUGAK, I Love Hiphop
* Guess What I’m Looking For(2005국악축전 공식음악), 노조설립
  – 정재일
사실 이걸 보지 않았으면 이 감상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이번 공연 최대의 수확이자 백미였다. 사실 먼저 나온 공식음악은 그냥 그럭저럭 나쁘진 않다 수준으로 들었다. 퓨전이면서도 조곡이 위화감 없이 꽤 괜찮게 돼있다는 느낌을 받은 정도였달까. 문제는 그 다음 곡에 있었다. 김민기씨의 1978년 곡을 정재일씨가 주도해서 리메이크한 곡인 ‘노조설립’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게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회자가 정재일씨에 대해 ‘음악인들 사이에 천재라고 불린다’라고 하기에 어느 정도인지 들어주마 하고 들어봤더니 우선 스크래칭 한 판 화려하게 때려주고 시작하는데 이게 우리나라 뮤지션에게서는 처음으로 들어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제대로 된 디제잉이었다.

이후 전통악기들과 전자음향과 스크래칭, 그리고 소리꾼의 판소리와 같은 절대 조화를 이루기 힘들어보이는 소리들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곡이 전개돼갔다. 이전에 국악과 현대음악을 퓨전한다는 시도는 지겹도록 봐왔지만 대체로는 소리가 따로 놀고 어설프기 짝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 이정도로 ‘쿨’하게 국악과 현대음악을 접목한 케이스를 들어보긴 처음이었다. 정재일씨가 정말 천재라는 표현을 듣기에 걸맞을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겠지만 복잡한 설명 다 떠나 연주자와 청중들이 모두 음악 자체에 취해 곡이 끝날 때까지 흥에 겨워 혼연일체가 됐다는 점만으로도 최고수준의 평가를 듣기에 부족함은 없다고 본다.



* Sand Paper 05 – 연주/ 공명, 댄스/ Drifters
앞에서 워낙 화려하게 무대를 장식해버려서 조금 맥이 빠진 느낌이었지만 나쁘진 않은 수준이었다. 드럼매니아 게임을 연상시키는 전자장구가 인상적이었음. 힙합댄스는 꽤 실력 있는 팀이었던 모양인지 고난도의 기술들을 제법 선보인 게 봐줄만했다. 아무튼 이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 Nu Music – IF(Infinite Flow), 공명
* 아리랑, 어부사 – 원썬
* 늑대클럽 – 스퀘어(슈퍼사이즈)
* Feel so good, 종횡무진 아리랑 – MR.J, 공명, 박애리
이들에 대해서는 따로 감상을 쓰기도 싫다. 무슨 기획사하고 협찬해서 신인 힙합뮤지션들 홍보하냐 하는 느낌이었음. 서양식 힙합에서 비트를 넣어주는 타악기를 전통악기로 바꾸기만 한다고 국악과 접목이 되는 건가? 내지는 국악과 전자음향과 랩이 마구 따로 노는데 그걸 가지고 국악과 현대음악의 퓨전이라고 말하고싶었던 건가? 그것도 앞에서 그런 멋진 공연을 보여줬는데 분위기를 갈수록 싸하게 만드는 애들만 내보내는 건 대체 무슨 저의인가. 공연 순서를 조절이라도 해줬으면 불만이 좀 덜했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너무하다 싶었다.

이상으로 세부 감상을 마친다. 전체적으로는 3시간에 가까웠던 긴 공연시간이 마지막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시간 가는줄 모르고 볼 만큼 충실했던 공연이었으며 특히 공짜(라고 해도 국민 세금이지만)였다는 점에서 볼 때 더욱 그렇다. 그래도 마지막 공연팀의 배치 문제라든지 긴 공연인데 중간에 휴식시간 한 번 없었다든지 하는 부분은 주최측의 미스였다고 본다.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만큼 수확도 있었던 재미있는 공연이었고 앞으로도 종종 이런 자리가 마련되길 바라며 줄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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