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02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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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메트러 에이지(국내제목 미스테리극장 에지, 번역 서현아)의 한 컷. 카메라를 업으로 하는 도촬변태가 나오는 편인데 저기에 나오는 한 고유명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컬트와이스’ 렌즈? 대체 이게 무슨 상표일까. 잠시 생각해보고서 바로 답을 낼 수 있었다. 대체 이게 뭘까.

답은 カ?ル ツァイス, 바로 칼짜이스(Carl Zeiss)렌즈이다. 이 표기를 소리나는데로 읽으면 카-루츠아이스, 영어식 표기라고만 생각하면 저런 발음으로 여길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이상하지도 않았나? 뭔가 자기가 모르는 고유명사가 나오면 대체 무슨 뜻일지 궁금하지도 않은 건가? 그것도 돈 받고 프로 번역을 한다는 나름대로 이름도 알려진 사람이다. 구글 저팬에서 カ?ルツァイス라고 검색해보면 한큐에 Carl Zeiss Japan 홈페이지가 나온다. 이건 알고 모르고의 문제를 떠나 그저 무성의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서현아씨야말로 가장 과대평가 받는 만화번역자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심심치 않게 보이는 저런 고유명사의 오류도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의 하나다.

여기서부터는 사견이고 불쾌하게 보실 분도 계시겠지만 평소에 생각하던 바에 대해 한 마디 하고자 한다. 최근 들어 느끼는 게 번역에 있어서의 ‘전문성의 결여’는 여성 번역자에게 특히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여성만의 풍부한 감수성과 언어감각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수많은 번역작을 보면서 항상 눈에 거슬리는 고유명사 표기의 오류는 대체로 여성 번역자에게 나온 것이었다. 저 (오역 많기로) 유명한 박연씨는 말할 것도 없고 좀 알려졌다 싶은 번역자(만화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 등지에서도)들도 이런 오류를 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물론 여성이 번역하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은 아니다. 틀림없이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도 충실히 연구해서 정확한 표기를 하는 여성 번역자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느낌을 받게 되는 건 평소 접하게 되는 경우의 수의 차이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편견 – 어떻게 보면 성차별적인 – 을 갖게 되는 걸 싫어한다. 그렇기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거나 번역가를 지망하는 분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번역을 할 때 제발 이런 부분에 대해 신경을 써줬으면 한다.

덧. ‘남성보다는 여성 번역자의 수가 훨씬 많지 않은가’라는 의견도 있긴 했는데 남성의 번역은 말투가 딱딱하거나 어색한 경우는 봐도 저렇게 어이없는 오류를 보는 경우는 드문 편이었다.

  13 Responses to “어이없는 번역 하나”

  1. 또 하나 떠오른 황당한 번역 시리즈:

    1. America’s funniest Home video 중:

    Bob Saget: … Imagine a frog licking a [rocky road.]

    저게 “땅바닥을 핥고 있는 개구리를 상상해보세요” 라고 자막이 떠올랐습니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요? 저게 알기 쉽다거나 -_- 이해하기 쉬운가요? 땅바닥을 핥는 개구리라니 -_-!? 실제 번역은:

    [아이스크림을 핥고 있는 개구리를 상상해보세요.] 가 되어야 합니다. Rocky Road란 마쉬멜로우와 아몬드를 넣은 초콜릿 아이스크림이거든요.

    예 2:

    MBC Newsdesk중 Tax Break를 “탈세” 라고 번역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 말이죠. *부쉬가 “부자들만 감세의 덕을 보는게 아니라, 세금을 내는게 부자뿐이야” 라는 헛소리를 한 적이 있는데 그게 MBC로 넘어오면서 “부자들이 [탈세]하는것 처럼 보이는데 그게 아니라…” 라고 오역됐죠.*

    Tax break란… 세금 감면을 뜻하죠.

    ————————————————————-

    그나마 우리나라에서 제일 쓸만하다는 방송국 번역조차 저꼴이니 다른 곳은 더 말 할 필요가 없을겁니다. *저도 한동안 SBS에서 번역일을 해본 경험이 있는데, 거기서도 진.오역난무의 물결은 엄청나더이다.*

  2. 카메라쪽은 잘 몰라서 그냥 넘어갔는데 저게 ‘컬트 아이스’가 아닌 ‘칼짜이스’였군요(-_-)

    컬트 아이스는 아무래도 브랜드명으로서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만화니까(…) 가상 브랜드명이 나올수도 있고;;

  3. 이미도씨같은 분도 번역가로 이름을 날리는 작금의 한국 상황에서 더 나은 걸 바라시면 곤란하죠. *도올선생이 안그래도 우리나라의 번역문화에 대해서 일침을 가한적이 있을겁니다만.*

  4. 굳이 한마디만 더하자면:

    … (Friends 중 한 장면)

    Ross: I was a quarterback of Tampa Bay Buccaneers

    Matt: Bucs? They’ve got a terrible team!

    로스: (꿈에) 내가 버캐니어스 쿼터백이 되어서 경기를 하고 있더라고

    맷: [그 팀 상당히 거칠잖아?] (< - 이게 그때의 번역 말투였음) ->실제는 “그 팀 존내 못하는데 -_-!” 가 되어야 하죠.

    연속된 이야기

    (꿈에 로스가 쿼터백이 됐는데, 센터가 뒤로 빼준 물건이 풋볼이 아니라 자기가 기르던 애완 원숭이였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여기서도 이해가 안되는지 모르는건지 대충 얼버무립니다. 로스가 “수비수들이 태클하러 뛰어오길래 원숭이를 던져버렸다”는 이야길 하자 나온 답변이 다음:)

    Matt: Couldn’t you take a sack?

    여기서 Sack을 무려 포/대/기/ 라고 번역해주시는 센스를 발휘하십니다. *그냥 “차라리 원숭이를 끌어안고 태클을 당하지 그랬어?” 정도만 해줘도 대충 이해하기 쉬운데 말이죠*

    (번역가는 박찬혜씨)

  5. 고유명사나 특정 용어에서 오역이 나오면 역자가 아무리 권위가 있느니 무슨 경력이 있느니 어쩌느니 해도, 신뢰성을 가질 수 없게 되는 게 사실이긴 하죠. 저도 비슷한 이유로 학을 뗀(-_-) 번역 전문가를 한 분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생각 외로 그 역자분에게 호평을 보내는 거 보고 참 ….. 기분이 오묘하더라구요..;

    여튼 간만의 족적입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지요? :3 ;;

  6. 비몽사몽간에 남기는 답글이라 문장을 너무 이상하게 썼네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오.. (어흐흑 ㅠㅠ;;)

  7. 저도 번역을 한다고 깝죽대는 사람 중 하나이긴 합니다만, 음… 저는 ‘칼 차이스’에 대해서는 번역자라는 입장에서 조금 변명을 하고 싶습니다.

    사실 ‘번역’은 ‘해석’과는 다릅니다. ‘해석’은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목적이지만, ‘번역’은 ‘알기 쉽게’. ‘읽기 쉽게’ 전달하는 게 목적입니다. 비문을 쓰지 않고 외국어투(이 경우엔 일본어투)의 문체를 지양하며 보다 깔끔하게 읽히는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번역자에게는 더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서는, 번역자보다도 더 일본어를 못 하는 것 같은 작가들의 뭣같은 문장(정말 있습니다… 이런 거 번역할 때는 죽을 것 같아요)을 문장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번역자가 할 일입니다.

    극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칼 차이스’ 정도는 사실 그리 크리티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칼 차이스’나 ‘컬트와이스’나 이 경우에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까요.

    서현아씨의 경우 다른 번역가들에 비해 문장 능력이 좋기 때문에 평판이 좋은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물론 그 엄청난 번역량도 있습니다만). 저런 부분을 조금 더 안다고 해서 훌륭한 번역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8. 칼 짜이스를 모르기 때문에 훌륭한 번역가라고 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모르는 고유명사나 용어를 보고 확인해볼 생각을 하지 않은, 어떻게 말하면 방만한 태도를 문제삼으신 것 같은데요.

    몇년 전만 해도 번역자가 완벽을 기하기 위한 모든 자료를 다 섭렵하는 것은 불가능했겠지만, 요즘은 구글신 덕분에 이런 종류의 체크가 무척 쉬워졌으므로 번역자가 변명할 여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9. 민규君 // 그러니까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콘탁스와 칼짜이스렌즈의 명성이란 라이카와 더불어 일종의 신화와도 같습니다. 최초의 설계가 나온지 수십년이 돼가는 렌즈들이 아직도 명성을 떨치고 있고 캐논이나 니콘의 디지탈 카메라가 보편화됐음에도 그런 일제 렌즈들은 자동화기능은 편리하게 앞서있을지언정 결과물, 즉 찍히는 사진의 퀄리티에서는 아직도 짜이스만한 결과물을 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세계 최고의 렌즈를 만들어온 이름이고 최고의 광학기술의 상징 같은 건데 그걸 저렇게 오역을 내버렸으니 보다가 어이가 없어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Cuchulainn // 빨리 영어도 자막없이 볼 수 있도록 숙달해야지 이거 정말 생각하면 분한 일입니다 OTL.. 그나마 일어는 원어로 접할 수 있으니 조금 나은 셈이긴 합니다만.

    NeCo // 거 혹시 ㄱㄴㅈ씨? 만만치 않은 모양이던데. 암튼 오랫만. 잘 지내려나 모르겠네. 메신저에도 잘 안 보이던데. 나야 늘 그렇듯 그럭저럭 지내지. 그쪽 블로그 개설한 것도 링크했음. 언제 얼굴이라도 좀 보자.

    Panzerwind // 단적으로 말하자면 크리티컬합니다. 번역문에서의 고유명사의 정확한 표기라는 게 그렇게 가볍게 넘길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위에 설명해둔 것도 있고 저기에서 작가가 굳이 ‘니콘’이나 ‘칼짜이스’ 같은 유명 메이커를 언급한 이유가 뭐겠습니까. 그만큼 카메라 사용자에게 있어서 상징성 높은 이름이고 그렇기에 작중에 그 물건들이 훼손당하는 상황의 아픔에 대해 이에 대해 아는 이들이 공감하게 되는 겁니다. 그 이름을 모르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 이름을 아는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는 전적으로 번역자의 미스입니다.

    번역이란 게 단순히 문장만 부드럽게 번역하고 넘어간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번역자는 언제나 자신이 번역하는 작품과 관련된 전반적인 상식을 필요로 하는 법이지만 항상 자신이 잘 아는 장르의 작품만 번역하게 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렇기에 모르는 장르에 대해서도 항상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건데 아래 까마귀님이 적어주셨듯이 명색이 돈받고 일한다는 번역자가 그런 자세가 전혀 돼있지 않기 때문에 제가 이런 글을 쓴 겁니다. 그것도 요즘처럼 인터넷에서 관련 자료 구하기가 쉬워진 시대가 돼서 그런 류의 미스는 더더욱 변명의 여지가 없는 태만입니다..

    하얀까마귀 // 뭐 제가 하고싶은 말은 대신 해주신 셈이군요. 사실 문장 오역은 원판이라도 대조해보면 알기 힘들기 때문에 어지간히 심한 오역이 아니면 눈에 잘 안 띄는 편인데 저런 고유명사 오류는 눈에 확확 들어오니 더욱 심기에 거슬립니다.

  10.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번역자들에게 모자란 덕목이 저게 아닐까 싶습니다. 위에 박찬혜씨의 예도 들어드렸거니와, 프렌드의 저 에피소드가 나왔을 당시 (1999년 아니면 2000년입니다) TB라는 팀이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는 espn.go.com같은 곳만 들여다봐도 빤히 알 수 있고요. (설마 번역일을 하시는 분이 영어를 못해서 그런데를 갈 엄두도 못냈다는건 어불성설일테죠.) 또한 Sack이 뭔지는 거기 나오는 NFL 관련 기사만 서너개 읽어봐도 대충 통밥을 굴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다른 말로, 저 예가 증명하는 점이라면 상대문화에 대해 모르는 것이 나왔을 때, 그게 뭘지조차 캐볼 생각도 안하고 그냥 자기 상상대로 대충 (그래봐야 아는 사람도 없을테니!) 얼버무리고 있는 데 그게 우리나라 대다수의 전문번역가들이라는 사람들의 자화상이라는 것이죠.

  11. 으하하하하하 땅바닥을 핥는 개구리라니 T.T

    그러고보니 얀코빅의 I Love Rocky Road라는 곡 생각나는군요. 무슨 곡 패러디인지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을 테고.

  12. 얼마 전 모 영화를 보는데

    “맨체스터 연합을 위하려!”

    라는 자막이 뜨더군요. 경악했죠…-_-

  13. akachan // 최고입니다 그거! 어느 영화인지는 몰라도 그정도면 올해의 번역쯤은 따놓은 당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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