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042006
 
참고 기사
돈 넣고 상품권 따먹기? 2006.01.03 한겨레
검찰, 불법 성인오락실 무기한 단속 2005-12-28 연합뉴스
“오락실에서 화투게임 즐길 수 있다”…영등위, 등급완화 개정안 공개 2002-09-11 아이뉴스24

개요는 위 기사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 문제니 릴게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넘어가도록 하겠다. 특히 제일 위의 한겨레 기사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아무튼 간략히 말하자면 3년 전 문광부 산하의 영등위에서 침체된 아케이드 산업 중흥을 위해 오락실에서의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고 그 결과 도박성을 띈 성인용 오락실이 크게 늘어나 오늘날과 같은 현실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규제에 들어간다는 조금 우습기까지 한 내용이다. 아무튼 위 기사들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 약간 첨언을 하도록 하겠다.

릴게임의 구조를 살펴보면 대개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분할된 화면(모니터가 두 개인 경우도 있고 하나의 모니터에 상하로 표시되기도 한다)에 주(主:main) 게임이 있고 부(副:sub) 게임이 있다. 주 게임에서는 주기적으로 구슬이 떨어지고 이 구슬은 주게임점수를 획득하거나 부 게임(릴)을 작동시키는 데에 쓰인다. 부 게임이 작동되면 아래의 릴이 돌아가고(일종의 파칭코) 그 결과에 따라 점수를 따게 된다. 왜 바로 릴을 돌리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이런 번거로운 2중 구조를 만들었는고 하니 위의 세 번째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이런 류의 사행성게임은 금지돼있었지만 그러한 사행성 게임이 주가 되는 게 아니고 다른 게임에 부가적인 요소로 넣게 된다면 허용하게 된다는 당시의 웃기지도 않는 법 개정 덕분이었다. 말이 주/부게임이지 실제로 법적으로 주게임과 부게임의 비중은 1:4로 제한하고 있다. 즉 10개의 구슬이 떨어지면 2개의 구슬은 주게임점수를 획득하는 쪽으로 떨어지게 되고 나머지 8개는 부게임, 즉 릴을 작동시키게 된다는 말이다. 이러고도 어쨌든 릴게임은 엄연히 부게임일 뿐이다.

저런 릴게임을 들여놓은 성인오락실에 가보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돈을 수십만원씩 쌓아두고 기계 여러 대 한 번에 점거하고 앉아서 계속해서 돈을 넣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돈을 넣고 릴을 돌리다가 포인트가 5000점이 차면 이를 상품권으로 지급받을 수 있으며 이 상품권은 원칙적으로는 불법이지만 공공연하게 10%정도의 수수료를 떼고 다시 현금화할 수 있다. 그렇게 한참동안 돈을 잃다가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엄청난 고배당이 터지면서 상품권을 쉴새없이 뱉어내는 시점이 있는데 보통 사람들이 이 맛에 릴게임에 빠지게 되고 언제고 저런 대박을 터뜨려서 잃은 돈을 만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게 된다. 즉 그 고배당이 터지는 시점까지 부은 돈을 10이라 하면 이때까지 되돌려받는 돈은 약 2~3이다. 그리고 이 고배당이 터지는 시점에서 5정도의 돈을 돌려준다. 실은 2~3정도의 손해를 본 상태지만 엄청난 이득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맛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고배당을 노리고 그렇게 돌려받은 돈 7~8을 다시 릴게임에 쏟아넣는다.

릴게임에 있어서의 환금률은 법적으로 80% 이상이어야 하도록 규정돼있다. 이 말은 어찌됐든 릴게임을 하게 되면 들인 돈의 80%만을 되돌려받게 돼있고 그나마 상품권에서 10%의 수수료를 떼고 나면 되돌아오는 돈은 72%다. 그리고 이 돈을 다시 릴게임에 들이고 나면 그 다음에 되돌아오는 돈은 약 52%, 즉 두 번만 회전해도 돈이 절반으로 깎이게 돼있는 것이다. 이 또한 제대로 80%의 환금률을 적용했을 때의 경우이며 확률은 업주들이 공공연하게 조작하는 일이 가능하다. 어떻게 하든 플레이어가 손해를 보게 돼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이유로 사람들은 언제고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고 끊임없이 릴게임에 도전한다. 심지어는 인터넷에 릴게임 등에 대한 정보 공유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릴게임별로 ‘공략법’까지 논한다. 결국은 다 잃게 돼있건만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다.

작년에 회사를 전전하던 당시 중간에 사정이 어려워져서 여기 저기 찾다가 할 수 없이 릴게임업체에 잠시 몸담은 일이 있다. 제사정으로 인해 3일만에 그만두고 나왔지만(이전에 올린 이직 관련 포스팅 참조) 어쨌든 당시 경험해본 게 마냥 손해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저 업계에 대한 여러 가지 사정을 알게 됐다는 점 덕분일 것이다. 사실 이런 장르에도 ‘게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마어마한 돈이 모여드는 시장이 형성돼있고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자 이제 와서 공론화가 되고 있다. 사실 오락장 뿐만 아니라 슬슬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도박사이트도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별로 없지만 이미 2002년에 큰 실책을 저지른 마당에 지금 와서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한겨레 기사 참조)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2 Responses to “릴게임”

  1. ‘파칭코’란 단어 보니까 생각난건데 SNK였나… 거기가 원래 파칭코 제조사였죠(닌텐도가 화투짝 만들던거야 워낙 퍼진 이야기라-_-;;).

    하긴, 그러고보니 소니도 양조업이 가업이었다고 전에 기사에서 나오더군요;;

  2. 민규君 // 정확히 말하자면 SNK의 모기업이었던 ARUZE사가 꽤 큰 규모의 파치스로머신 제작사로 알고있습니다.

    뭐 지금 일본의 대기업들이 기원을 살펴보면 그런 곳이 꽤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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