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2006
 
언젠가부터 여성 대상 잡지 심심풀이용 지면에나 오를 만한 소재던 혈액형별 성격분석 같은 이야기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자주 화제로 오르내리게 됐다. ABO식 혈액형에 따라 사람 성격이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이 근 수 년간 부쩍 늘었다. 보통은 재미삼아 하는 수준이지만 매스컴과 각종 매체의 호들갑과 함께 그런 재미의 수준을 넘는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철통 같은 믿음을 갖게 된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짓거리냐고 하고싶은 심정이다. 사람의 성격에는 선천적인 요인보다는 후천적인 요인이 절대적으로 크게 작용한다. 선천적인 요인이라봐야 키, 몸무게, 외모 등의 신체적 조건 정도일 것이다. 그 외에 무수하게 많은 유형의 성격이 존재한다. 이걸 단지 네 가지의 ABO식 혈액형만 가지고 분석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 분석이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있을 법한 성향을 적당히 나눠서 그럴 듯한 말로 꾸며놓은 걸 진리처럼 믿는다. A형이라 소심하다느니 B형이라 괴팍하다느니 하는 식의 논리다. 혈액형의 유전자 구조로 인해 신체의 호르몬 분비에 차이가 있고 그로 인해 같은 일에도 혈액형별로 반응이 달라진다는 식의 의학적 분석이라도 나온 일이 있는가? 그저 주먹구구식으로 갖다 붙인 걸 가지고 멋대로 인용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사람의 성격을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리 없다고 하면 나름대로 통계적 근거가 있으니까 나온 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통계적 근거란 게 대체 어디에 있냐고 딴지걸고 싶은 건 넘어간다. 그래서 누군가의 성격이 그 말에 맞는다고 생각하면 ‘X형 다운 X형’이라고 말하는 것까지도 그렇다 친다. 그럼 누군가의 성격이 그 혈액형별 분석에 맞지 않으면 ‘X형 답지 않은 X형’이라고 말하는 건 대체 뭐냔 말이다. 애초에 그런 혈액형론따위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있음을 반증하고있을 뿐인 표현 아닌가.

최근에는 심지어 그걸 더 세분화해서 AO, AA, BO, BB 등의 세분화, 거기에 A형 남편과 B형 아내의 딸과 아들별 성격 분류 같은 종류의 글까지 본 기억이 있다. 이건 이미 심심풀이 수준을 넘어서서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다. 사람 성격이란 게 그렇게 속편하게 파악할 수 있는 거면 프로이트니 융이니 하는 학자들이 나오지도 않았을 거다. 혈액형론이야말로 진지한 자아성찰 내지는 타인의 성격에 대한 고찰에 대한 자신을 갖지 못한 현대인들이 편하게 생각하기 딱 좋게 나온 인스턴트식품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10 Responses to “혈액형 성격론 비판”

  1. 하하하~

    저도 동의는 하는데요. 맞지 않는다는 근거를 몇가지 더 늘어놔보면.

    혈액형 구분 방법은

    Rh+, Rh-

    ABO

    이외에 수십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ABO형만 성격을 알 수 있나요?

    그리고 제가 알아본것에 따르면

    혈액형 성격론은 2차 세계 대전때 독일의 의사들이 만든 인종론이

    기반이 된 이론이라고 하는것입니다.

    뭐. 어쨌든 혈액형 성격론은 쓰레기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제 혈액형 부터 물어보더군요 ㅡㅡ;;

    물론 B형이긴 하지만. 그것때문에 제 의견이 쓰레기 취급받는걸 보면

    상당히 열받습니다 ㅡㅡ;

  2. 아하하~ 오라버니 A형이시죠? (따악!!!)

    뭐 :3 혈액형별로 유형을 나누는 것이 바로 이런것을 위해서가 아닌가 싶어요. “당신 X 형이지?”같은거요 -ㅂ-

    처음 만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때 혈액형을 맞추기만큼 좋은 화재도 드믈죠 (콜록)

    그걸 재미 이상으로 맹신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문제가 있는 거겠지요;

    만약 맹신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상대방의 혈액형을 물어봐서 당신은 그 성격에 정확하게 들어 맞냐고 반론해보세요.

  3. 대화의 화제거리가 빈곤하기 때문입니다.

    어서빨리 전국민의 오덕후화로 화제가 절대로 고갈될 일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4. 노병국 // 예 그렇다고 하더군요. 의학 전공은 아니라서 자세한 건 모르지만. 아무튼 그래서 혈액형론따위 근거 없다고 하면 먼저 혈액형 물어보고 B형이라고 하면 B형이니까 안 믿으려고 하는 거다라는 식으로 나오면 혈압이 치솟으려고 할 지경입니다(..)

    BACTERIA君 // 유감스럽게도 B형임. 역시 근거 없다니까(먼산)

    하얀까마귀 // 훌륭한 마음가짐입니다. 확실히 교양의 부재 –>공통된 화제가 부족함 –>시시콜콜한 유행 따라 혈액형 얘기라는 과정도 무시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5. 덧붙여 말하자면, 토정비결같은걸 믿는다는 것도 어불상설.

    겨우 144개의 괘를 가지고 60억 인류의 일년 운명을 운운한다는게 참..

    단순히 한국인만 따져도 37만4천명이 똑같은 일년 운세를 지닌다는…

    그냥 재미삼아 혈액형을 화제 삼는것은 나쁠것이 없는데,

    문제는 일부사람들, 특히 여자들이 혈액형을 아주 맹신한다는 점.

    처음 만나자마자 혈핵형부터 묻고, 그걸로 그 사람을 결정지어버리는데는 어이가 없음.

  6. 뭔가 뜨끔하는 글이잖습니까 T_T… 방명록에 달아둔 꼬리를

    지워야하나.. 하고 생각해버렸다는 ;ㅅ; 흑흑;;;

    재미삼아 혈액형별 궁합 같은거 가끔 본다는 ( ….)

  7. 선배 // 전적으로 동감. 말한 바와 같이 통계적으로 봐도 말이 안 됨. 혈액형에 무슨 별자리 끌어들여서 무슨자리 O형이니 무슨자리 A형이니 하는 것도 보고있으면 어이없지.

    단비 // 헉 딱히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타이밍이 미묘했군요..; 그냥 웹상에서 무슨 혈액형 리포트 어쩌고 하는 만화를 보고 기가 막혀서 발끈해서 쓴 글이었습니다. 재미삼아 하는 것까지 딱히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

  8. 단순히 재미로 웃자고 한다면 모를까 저런걸 신봉하는 사람들이 꽤 됨 … 뭐 내 경우에는 맞선자리에서 그런 말 꺼내는 사람 보고 꼭지돌더만 -_-;;; 도대체 노골적으로 “혈액형이 B형이시면 저랑 좀 안맞으시겠네요” 라는 건 무슨 헛소리냐구 -_-; (그것도 정말 진지한 표정으로)

  9. 처음에는 그냥 재미려니 했는데 요즘 혈액형 개그인가…때문에 아이들도 괜한 편견을 가지게 되고, 면접관들도 물어본다는 걸 듣고 정도를 넘어 지나치다고 생각은 했습니다. 그런데 전 왠지 성신님이 B형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성격 매칭은 잘 모르지만 왠지 저 혈액형론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게 B형 남성인 것 같아서…이유는 도통 모르겠습니다만;

    덧붙여 혈액형론이 통하는 나라는 아마 한국과 일본 정도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서양 애들은 특별히 혈액에 관련된 증세가 있지 않으면 자기 혈액형조차도 모르니까 말이죠. 유일하게 서양에서 혈액형론의 흔적을 본 것은, 헌혈할 때 기다리는 자리에서 적십자에서 헌혈홍보 팸플랫의 재미용으로 조금 삽입한 부분 정도라…; 그곳의 별자리 정도로 가볍게 즐기면 모르겠지만 너무 진지하게 개입하면 곤란하죠. 하긴 이전에는 그게 [띠]였죠…

  10. 룬 // 흐흐 맞선자리에서 그런 소리 들으면 진짜 혈압오르셨을듯. 차라리 그냥 마음에 안 든다고 하고 딱지놓으면 속이라도 편하겠죠.

    시바우치 // 근데 또 웃기는 게 혈액형론 좋아하는 건 B형이고 싫어하는 건 A형이란 말도 있더군요(..) 역시나 근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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