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2006
 
오늘 경기는 일단 심수창 대 류현진이라는 LG의 떠오르는 새로운 에이스와 올시즌 한국 야구 최고의 투수로 떠오른 류현진의 대결로 주목을 모은 게임이었다. 심수창은 LG의 무너진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연승을 이어가는 등 10승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고 류현진 또한 고졸신인 사상 최초의 20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입장이었기에 어느 한 쪽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올시즌 심수창은 류현진과 두 차례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배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류현진에 대한 설욕을 노리고 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우선 기선은 LG가 제압했다. 한화가 1사 만루의 찬스를 무산시키면서 이어진 다음 회 LG 공격에서 LG는 정의윤의 불의의 투런 홈런으로 2-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덧붙여 말하자면 정의윤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인데 신인이었던 2005년 초반 뛰어난 타격센스로 좋은 활약을 보인 바 있지만 이후로 다시 그만한 폭발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나를 아쉽게 했던 선수였으나 오늘의 활약(3타수 2안타 2타점 1홈런)으로 다시금 가능성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컸다.

한화도 이에 질세라 데이비스의 홈런으로 1점을 추격했다. LG도 2연속 안타로 만들어낸 무사 1,3루에서 1루주자 조인성의 견제사에 이은 찬스 무산과 무사 1루에서 안재만의 보내기 번트 실패 등 추가 득점기회를 번번히 놓쳤고 결국 한화의 8회초 공격에서 김태균의 역전 2타점 적시타로 역전을 허용했다.

그리고 2-3으로 뒤진 9회말, 오늘 경기의 하일라이트이자 최고의 명장면이 연출된다. 9회까지 던지면서도 투구수 100개가 넘지 않는 경제적인 피칭을 선보이고 있던 류현진은 9회 1사에서 LG 박용택에게 안타를 허용했고 타석에는 최길성이 등장한다. 투수코치가 올라와 의사를 타진했고 류현진은 계속 던지겠다는 의사를 보이자 투수코치는 다시 내려간다. 그리고 자신감 과잉이었을까, 류현진은 어린 선수다운 패기로 과감하게 직구 힘싸움을 걸었고 최길성은 이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끝내기 역전 2점홈런으로 연결했다. LG에서 맥이 끊겼던 오른손 거포의 등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심수창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선발승이 날아갔다는 점, 양 팀 모두 좋은 득점기회를 놓치고 서로 힘든 경기를 이어갔다는 점 정도가 아닐까. 물론 양팀 투수들의 호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다만 LG는 8회 2실점하던 시점의 계투 연결에서 확실한 셋업맨이 없다는 약점을 노출하는 등 불안요소를 드러내기도 했다.

아무튼 LG는 승리했고 근래에 들어 그동안 무명으로 지내던 몇몇 선수들이 새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최길성의 3루수 기용은 공수 양면에 있어 성공적이었고 앞서 언급했듯 정의윤이 다시금 가능성을 보였으며 오태근이라는 쓸만한 톱타자감을 발굴했고 심수창, 정재복, 신재웅과 같은 젊고 뛰어난 선발투수들이 나타났다. 그렇다고 올시즌 LG의 전력이 갑자기 강해지거나 한 건 아니고 지난 3년간의 파행운영으로 인해 팀이 거덜날대로 거덜난 상황에서 간신히 리빌딩을 하고있는 상황이라 올시즌 당장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이 젊은 선수들의 앞날을 생각하면 LG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덧. 그나저나 정말 생각해보면 Fe감독 2년 반동안 어떻게 건진 선수가 단 하나도 없는지 경악스러울 지경이다. 그나마 있는 선수들만 가지고 먹고살다 올시즌은 정말 거덜날대로 거덜났으니 팀이 이꼴 됐지. 그리고 그가 물러나고 몇달이나 지났다고 벌써 저만큼의 선수들이 출현했다. LG의 팜의 선수층은 확실히 타팀에 비해 두터운 편임에도 이 싹수있는 선수들을 제대로 키우고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은 명백하게 전 감독의 실책이었다.

덧 2. 가서 찍은 사진 중 몇 장.
http://www.slrclub.com/bbs/vx2.php?id=canon_d30_forum&no=494988

  5 Responses to “[관전평] 2006/08/12 LG 대 한화 – LG의 희망을 보다”

  1. 둘째줄 오타, 류현진이 아니라 심수창이겠지 LG부분은 (….)

    그리고 LG 는 2-3년 후에 저 재목들이 제대로 성장한다면 좋은팀이

    될거라 생각한다, 원체 “선수자원” 자체가 비리비리 했던 팀이 아니고

    선수 구성 자체는 좋은데 그 조합을 제대로 못한 지휘쪽 문제였을테니.

  2. 룬 // 이크 후다닥 수정했음(..)

    그리고 김재현 SK 계약기간 끝날 때 다시 데려오기만 한다면 완벽하죠. 물론 각서따위 파기하고 최고대우 보장하면서(..)

  3. 제가 메이저리그 야구를 약간 보면서 배운건, 감독이 팀 성적에 끼치는 영향은 거기서 거기다… 라는 점이었는데, 이런 제 생각을 철저히 산산조각내주는 사람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

    제가 알기로는, 일반적으로, 명감독이 팀을 꾸린다고 할지라도, 한 시즌에 상승/하락하는 경기 수는 그래봐야 +- 5경기 (162경기이니 3% 안팎) 로 알고 있었거든요. 실제로 우승 양키즈 팀을 구축한 Showalter나, 현 양키즈 감독인 Joe Torre, 혹은 명감독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La Russa 감독등이 새 팀을 떠맡은 이후 기록을 살펴봐도 그다지 틀린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아실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Fe 감독은… 저로서도 뭐라 할 말이 없군요 oTL

    이뤄놓은 거도 없고 […] 성적은 성적대로 바닥 […] 그렇다고 선수 발굴을 잘 했느냐면 그것도 아니고 […]

    그나마, 유망주 팔아서 팜을 망가뜨리는 불상사는 저지르지 않았으니 이건 불행중 다행인가요? […]

    여튼 황당할 따름입니다 -_-; 저리도 무능한 사람이 어떻게 저리도 오랫동안 감독직을 이행할 수 있었는지.

  4. Cuchulainn // 유망주 팔았어요. 올시즌 기아가서 펄펄날고있는 이용규가 원래 LG에있었고 그 트레이드가 Fe감독 작품이죠(….)

  5. Starless//

    거 참 할 말이 없게 만드는… 그야말로 완벽한 감독이군요 -_-; 어디 하나 욕 안먹을 구석이 없는 …

    졌습니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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