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2006
 
내용누설있으니 가림


일단 잘 만들어진 영화긴 했지만 소문만큼 관객이 들어찰만한 작품이었나에 대해서는 좀 의구심이 든다. 작품의 문제점들이랄까, 괴물의 설정의 취약함으로 인해 영화의 분위기가 많이 흐지부지해진 느낌이랄까.

우선 괴물의 유전자변형. 방부제로 쓰이는 포르말린은 치명적인 독성을 가졌고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있다. 즉 포르말린을 방류하자 이로 인해 어떤 어류 내지 양서류쯤에 있는 생물의 유전자가 변형돼서 작품 내의 괴물이 탄생했다는 설정이다. 처음엔 머그컵에 들어갈 정도로 작았던 괴물이 불가사리처럼 인근의 생물들을 먹고 또 먹고 커져서 작품 내의 괴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어딘가 황당무계한 설정이지만 지극히 희박한 가능성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이 부분은 넘어간다. 다만 괴물의 유전자의 베이스가 된 생물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미흡해서 단순히 돌연변이로 생겨났다고 하기에는 약간 억지스러운 느낌이다.

다음은 괴물의 생태. 일단 영화에서 보고 알 수 있는 괴물의 생태는 잠은 잔다는 것과 사냥을 통해 식료를 모아다 자신의 둥지에 쌓아놓고 배고플 때 먹는다는 정도뿐이다. 영화 내내 괴물이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알려지는 바가 거의 없다 보니 미지의 생물의 전모가 드러남에 따라 느끼게 되는 카타르시스가 없다. 그다지 공포감도 느껴지지 않고 왜 미군의 에이전트 옐로우에 약점을 노출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 그야말로 뜬금없이 화학병기를 살포하고 뜬금없이 주인공 가족에게 잡혀 최후를 맞는다. 결국 괴물이란 존재는 그냥 사람 없는 곳에 방치했다면 인류에게 무해하게 살아갔을 생물이었을 뿐이다. 다만 극중에서 많은 사람을 실제로 죽이고 말았으니 사람 입장에서는 더이상 살려둘 수 없게 돼버린 생물이 돼버리긴 했지만.

결국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괴물’은 괴물 그 자체가 아닌 괴물에 대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이 작품에서 비교적 악역으로 설정된 미군의 존재의 밋밋함으로 인해 흐지부지해지고 만다. 그들은 철저한 악역도 아니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집단도 아니다. 단지 주인공 가족의 대립각에 서있는 조직이었을 뿐이다. 단지 근 수 년간의 미국의 행태를 풍자한 것으로 보이는 작품 내 미군의 행동들 – 화학약품 방류, 바이러스 보균자 격리를 빙자한 가혹행위를 통한 이라크전 비판 – 등은 영화의 분위기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정치적 메시지들이었으며 그들이 그런 행동을 취해야 했던 개연성도 희박하다. 미군이 좀 더 이기적으로 움직이고 자신들의 행동이 왜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해주면서 넘기기만 해줬어도 보다 개연성 있는 극 전개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그런 점에서 극중에 박남일을 밀고해서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자 했던 이통사 직원의 등장 부분은 꽤 괜찮았던 장면이기도 했다.

결국 이 작품이 가지는 단 하나의 의의는 작품의 카피문구였던 ‘한강에 괴물이 출현했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들이 바로 공포의 무대로 돌변할 수 있다는 작품의 근간이 되는 설정이야말로 가장 한국인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친숙함이자 한국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작품은 의의를 갖고 볼만한 작품으로 올라섰지만 감독의 전작인 살인의 추억에서처럼 밀도 높은 긴장감의 연출에는 실패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덧. 마지막에 배두나가 불붙여 활쏘는 장면은 그렘린 2 생각나더라. 근데 그렘린은 또 람보 패러디였으니 나름대로 돌고 도는 세상?

  2 Responses to “영화 ‘괴물’”

  1. 저기…. 포르말린은 마취제가 아니고 방부제…..

    극약인데다가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물질입니다. (삐질삐질)

    너무 독해서 보통 희석해서 사용하는데, 영화에서는 원액을 그냥 한강에다 방류해 버린거죠. (1%짜리도 냄새가 독해서 마스크를 쓰고 작업해야 하는데 원액이라면…. ㅇ< -<) 전 괴물이 미군을 악역으로 설정해 정치적으로 풍자했다기보단 있는 현실을 풍자 했다고 생각합니다 :9 솔찍히 진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정치인들은 전부 손놓고 미군에게 모든 권한 넘겨줘 버리고 미군은 지네들끼리 북치고 장구치다가 “결국엔 대량살사무기…아니 바이러스가 없었네요 마이 미스테이크~”해버릴꺼고 시민들은 자신들이 살기위해 민명대를 만들어 괴물을 퇴치했을테죠 -ㅂ-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큰 일이 일어나면 윗대가리들은 보따리 싸들고 도망가고 백성들만 남아서 의병을 조직하고 승병들과 함꼐 나라를 지켰…..orz

  2. BACTERIA君 // 아차 클로로포름하고 헷갈렸군(….)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그렇다면 이제 남는 의문은 어떤 유전자가 변형해서 이런 괴물이 태어났는가 하는 건데…음 글을 수정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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