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2006
 

이병규는 말이 필요없는 한국 프로야구 유일의 5-tools를 모두 갖춘 플레이어다. 타격왕은 1회에 그쳤지만 10시즌동안 통산타율 .312로 한국 프로야구 통산타율 역대 4위의 기록을 갖고 있다. 1~2시즌 그보다 반짝한 선수는 많지만 이병규 이상의 수준으로 꾸준히 활약해준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단 세 명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앞서 말한 소위 5-tools, 즉 컨택트능력과 장타력과 주루와 수비, 강한 어깨를 겸비했다는 점에서 보면 이병규는 한국 야구 사상 최고 수준의 야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이병규선수가 FA로 풀렸을 때 적정 몸값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내 개인적으로는 60억을 받았던 심정수와 40억을 받았던 장성호의 중간 레벨, 50억정도가 적정선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마 본인도 그정도를 생각했던 모양이고 구단이 적정선을 제시한다면 웬만하면 구단에 잔류할 의사가 있다고 다들 믿고있었다.

그러나 FA협상이 결렬됐을 때 모두들 의아해했다. 대체 이병규가 얼마를 요구했고 구단은 얼마를 제시했나 하는 거였다. 후일 밝혀진 바로는 구단은 처음에 마이너스옵션 낀 40억(플러스로 44억까지)를 제시했던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자존심이 상한 이병규는 자신의 요구액을 일절 함구했고 구단은 이 이상 진전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LG구단의 배짱이었던 모양이다. 이병규의 연봉의 300%에 달하는 보상금과 보상선수까지 내주면서 그를 데려갈 국내구단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러나 이병규가 어떤 선수인가, 그 즉시 한국선수로 재미를 본 경험이 많은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컨택이 왔다. 알려진 바로는 4년간 옵션포함 8억엔. 옵션이란 것도 2년간 .250에 연간 50경기 이상만 출전하면 획득, 즉 부상만 안 당하면 이룰 수준의 옵션이다. 게다가 고급 주택과 통역, 벤츠 차량과 언론 홍보 담당 제공 등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한 역대 용병들 중에서도 최고수준의 대우를 보장받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병규는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몸값을 낮춰보려는 얄팍한 수를 쓴 LG보다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준 주니치행을 택했다. 이를 두고 배신이니 어쩌니 하는 팬들도 있지만 결국 프로의 가치의 증명은 몸값이고 몸값을 많이 주는 구단이 곧 자신을 알아주는 구단인 것이다. 이병규가 LG에게 무슨 이유로 그렇게 의리를 챙겨줘야 한다는 말인가. 그래봐야 지난 수 년간 팽당한 LG의 기존 베테랑들의 전철을 밟을 게 뻔한데. 이병규를 욕하는 팬들은 이병규가 그런 사실에 대해 느끼는 바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설마.

트윈스는 지난 수 년간 이상훈 기타파동 이후 트레이드, 김재현 각서파동, 유지현 강제은퇴, 서용빈 강제은퇴 등 팀의 간판선수들을 억지로 은퇴시키거나 방출해왔다. 그 결과 팀은 꼴찌로 주저앉았고 아직도 전력보강의 여지는 보이지 않는 판이다. 그 와중에 이병규를 잡는 데 있어서도 얄팍한 술수 부리려다가 놓친 격이 됐다. 그나마 남아있던 유일한 간판을 잃었으니 남은 박용택만으로는 실로 역부족이다. 과연 내년시즌 전력보강을 어떻게 할 생각인지 모르겠다. 구단의 삽질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은데 올시즌의 경우는 그래도 어중간한 유망주들보다야 확실한 전력인 마해영 몸값만한 활약 못한다고 방출선언 해놓는 바람에 가치 있는대로 떨어뜨리고는 다시 트레이드카드로 타팀에 제시하는 어처구니 없는 짓거리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 외에도 말하자면 끝이 없지만 어쨌든 이병규 놓친 건 결정타 중의 결정타다.

속이 쓰린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병규 개인을 위해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가 일본 프로에 가서도 빠르게 적응해서 좋은 활약 거두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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