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2007
 
현대 유니콘스, 출범 당시부터 말 많고 탈 많았던 구단이었다.

당시 야구를 보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지금이야 재계 순위가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재계에서 지금의 삼성 이상의 위상을 차지하고있던 공룡그룹 현대가 야구판에 뛰어들면서 저질렀던 행태를. 대략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아마야구팀 현대피닉스를 창단해서 문동환 문희성 조경환 등 프로 진출을 앞둔 아마야구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싹쓸이해서 프로팀 창단의 기반으로 삼으려 한 점. 덕분에 한국야구 사상 유례 없는 대어들의 홍수였던 당시 대학 졸업 선수들의 상당수가 아마에 잔류함으로서 프로야구의 선수 수급이 치명타를 입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당시 연세대와 국가대표 에이스였던 문동환은 아마야구에서 제2의 선동열 소리를 듣던 언터처블의 투수였으며 롯데의 1차지명 선수였다.

2. 태평양을 인수해서 현대 유니콘스를 창단한 뒤에는 당시에 지금의 현대처럼 모기업 부실로 어려움에 처했던 쌍방울로부터 돈으로 간판선수를 빼오면서 프로야구판의 질서를 흐트러뜨린 점. 이후 가뜩이나 약체팀이었던 쌍방울은 급격이 전력이 하락했으며 이후 삼성마저 현대를 본받아 이 돈지랄에 동참하게 되면서 쌍방울은 도저히 프로야구팀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3. 본래 프로팀 창단 후 자기네 선수들로 쓰려는 꿍꿍이였던 현대피닉스 선수들이 퇴단하고 프로로 가게 되자 현대 피닉스 입단시 거액의 계약금을 받았던 문동환을 원래 1차지명팀인 롯데에 내줘야 하는데 문동환의 계약금 배상이 문제가 됐다.(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계약시 받은 10억 상당의 아파트가 문제였던 걸로 기억) 이를 면해주는 대가로 대신 롯데에게서 전준호를 거저먹기 식으로 받아왔다.

4. 역시 현대피닉스를 이용해 해태의 1차지명 선수였던 박재홍을 어거지로 데려온 점. 당시 박재홍은 현대피닉스와 4억 3천에 입단계약을 맺은 상태였고 해태는 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없던 상태에서 현대유니콘스는 해태에게 최상덕을 내주고 박재홍의 1차지명권을 가져오는 형태로 박재홍을 얻는데 성공했다. 위의 전준호 – 문동환 트레이드와 함께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엽기적인 트레이드 중 하나다. 물론 이를 받아들인 해태와 롯데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이 현대구단의 무리한 행태로 인해 프로야구 팀간의 전력격차가 심화됐고 이는 프로야구 관중감소의 요인의 하나가 됐다.

덕분에 현대 유니콘스는 강해졌다. 만년 하위였던 삼미와 청보핀토스, 태평양을 봐왔던 당시 인천야구팬들에게는 우승은 꿈만 같은 얘기였으나 현대는 그 꿈을 실현시켜줬고 인천팬들은 이 사실에 열광했다. 비록 그 수단이 판을 깨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방식이었을지라도. 그러나 현대는 이 인천야구팬들마저 배신한다. 서울 입성을 외치며 당시 모그룹 부도로 결국 해체된 쌍방울의 선수들을 거둬들여 새로 창단한 SK에게 인천 연고지를 내준 것이다.

당연히 인천팬들이 느낀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까지 해서 서울 입성을 외쳤으나 현대그룹 내부의 변화로 인해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현대 유니콘스도 재정위기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당연 서울 입성은 물거품이 됐으며 SK로부터 연고지를 내주는 대가로 받은 비용도 위기를 틀어막는데 모두 써버리고 말았다. 비록 기존에 벌어둔 선수자원이 워낙 뛰어났고 체계화된 팜 육성 덕에 꾸준히 좋은 선수를 발굴해서 좋은 성적을 거둔 덕에 쌍방울의 만년처럼 비참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모기업 문제로 팀 해체의 위기에 놓였다는 점은 쌍방울과 비슷하다.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대의 모습을 보고있으니 오만가지 감정이 다 교차한다. 현대가 쌍방울에게 그랬듯이 우리도 현대에게 돈을 주고 정성훈 이택근 장원삼 같은 선수들을 빼올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프로야구 전체를 위해 현대 유니콘스 문제는 해결이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대 구단이 지금의 전력적으로는 높은 가치를 유지한 채로 다른 기업에 매각이 돼야 한다. 농협이 발을 뺀 이상 어딘가 다른 기업이 나서줄 수밖에 없다. 만약에 현대가 인천 연고를 버리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인수협상에 난항을 겪었을까, 다른 팀의 선수들을 돈으로 빼오는 행태를 벌이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등등. 물론 이미 벌어진 현실 앞에 가정형은 무의미하다. 하루빨리 현대를 인수해줄 기업이 나타나주길 바랄 뿐이다.

  2 Responses to “현대 유니콘스를 보며 느끼는 씁쓸함”

  1. 그러잖아도 외국계 기업 (주축은 한국인인듯) 에서 인수의사를

    나타냈다고 하는데 대단히 다행임 (현대라는 팀이 싫다는 건 일단 제외)

    결과적으로 선수들 몸값올리는데 일조한건 현대였고 (그 뒤에 삼성이 결정타) 프로야구판의 균형을 흔든것 역시 현대가 원조였는데 이제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뒤를 친다고 생각하니 진짜 아이러니 -_-;

    그래도 현대가 없이는 프로야구판이 망하니 이번 인수건이 낚시질만 아니었으면 하는 바램은 간절함. 농협 즐 -_-;

  2. …결국 낚시로 끝났죠. 하이닉스도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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