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062007
 

Wizardry IV : Return of Werdna
일반적으로 PC용 RPG의 양대산맥으로 꼽는 시리즈가 Ultima 시리즈와 Wizardry 시리즈이다. 울티마 시리즈가 탑뷰방식의 2D맵 RPG의 원조라면 위저드리 시리즈는 1인칭 시점 RPG의 원조다. 현존하는 모든 PC 내지 콘솔용 RPG는 울티마나 위저드리 둘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의 영향에 있다고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오늘날의 1인칭 시점 게임들처럼 픽셀단위로 세세하게 움직이는 묘사는 당시에는 불가능했기에 초기의 위저드리는 1 cell씩 전후로 이동하면서 동서남북의 4방향으로 회전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위저드리 시리즈의 네 번째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몇 가지 특이점을 지닌다. 첫째로 주인공의 존재다. 이 작품의 전편이라든지 당시의 서양 RPG들이 캐릭터메이킹을 통해 플레이어의 고유한 캐릭터를 만들게 하던 것에 반해 이 작품에는 주인공이 정해져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정의의 히어로가 아닌 1편에서 Trebor가 보낸 모험자들에게 무너진 사악한 대마법사 Werdna라는 점이다. (여담이지만 Werdna는 Andrew C. Greenberg, Trebor는 Robert Woodhead의 이름을 뒤집은 것이다. 초기의 위저드리 시리즈의 개발자들이다.) 전편에서 무너진 이 마법사는 이번 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게임은 그가 지하 미궁의 가장 깊은 곳(지하 10층)에서 부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 번째 특이점은 몬스터 파티 시스템이다. 이 작품에서 Werdna는 최대 3종의 몬스터를 자신의 파티원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전투를 돕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미궁의 상층부로 올라갈수록 점차 강한 몬스터를 데리고 다닐 수 있게 된다. 다만 몬스터인 만큼 어떤 감정이입이나 성장을 시킬 여지는 없으며 도중에 몬스터가 죽으면 미궁의 각 층마다 존재하는 Pentagram을 통해 보충하면 될 뿐인 철저하게 소모품적인 존재다.

세 번째 특징은 이 게임에는 경험치 축적을 통한 레벨업이라는 개념이 존재치 않는다는 점이다. 전편에서 악의 대마법사였던 Werdna는 도주의 과정에서 힘을 잃어 극도로 쇠약해져있고 최초에는 약한 체력과 초보적인 마법을 지닐 뿐이다. 이를 몬스터의 도움을 얻어 미궁의 상층부로 올라가면서 각 층에 존재하는 Pentagram에 접촉할 때마다 상위 레벨의 스펠과 몬스터를 얻을 수 있게 될 뿐이다. 물론 다음 층으로 올라가서 새로운 Pentagram을 찾기까지의 험난함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주인공이 악의 존재에 경험치라는 개념이 없고 파티원 대신 몬스터를 끌고다닌다는 점은 개념들은 지금에 와서는 그렇게 드물지 않게 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통념을 크게 일탈한 개념들이었다. 이러한 실험성들이 후일 다른 RPG들에 영향을 끼친 바가 크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지금에 와서도 뇌리에 남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극악한 난이도에 있다.

이 작품은 어렵다. 너무도 어려워서 필자조차도 어린 시절 얼마 가지 못해 포기한 기억이 있을 정도다. 오토매핑 같은 개념도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나온 3D 던전 RPG라는 점은 이 작품이 어려운 이유에 끼지도 못한다. 극악의 전투 난이도, 점차로 복잡해지는 미궁의 퍼즐구조, 곳곳에 깔린 함정들, 다음 층으로 올라가 더 강한 적들을 만나고 새로운 펜타그램을 발견할 때까지의 위험천만한 행보 등등. 게다가 경험치가 존재치 않기에 레벨업도 정해져있어서 무한한 레벨업을 통해 플레이어를 강화시켜서 클리어한다는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개발자의 플레이어에 대한 도전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여담이지만 필자가 최초로 접한 Wizardry 시리즈가 바로 이 4편이었고 덕분에 아직도 위저드리 시리즈와는 그다지 친하지 못한 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지닌 여러 특징적인 요소들과 그 요소들이 후세에 끼친 영향들을 생각해본다면 이 작품이 게임사에서 지닌 가치에 대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덧. 여담이지만 첨부한 타이틀화면의 스샷에 있는 4명의 인물은 전작(Wizardry 1)에서 설정상 Werdna를 무찌른 파티다. 파티명은 Softalk All-stars. 참고로 좌측에서 두 번째의 닌자의 이름이 Hawkwind, 이 작품의 실질적인 최종보스이자 그만 따로 떨어져 행동하고 그가 빠진 파티의 이름에는 less one이 붙는다. 나름 양키센스(…)  Softalk란 80년대 미국 게임잡지 이름이고 파티원의 명칭도 그 편집자들로부터 따왔다고 한다.

  One Response to “Wizardry IV : Return of Werdna”

  1. 최근 위저드리는 일본 아틀라스에서 판권을 사다가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부신이라는 작품이 가장 멋지더군. 물론 일본식 RPG 느낌이 무지하게 강하긴 하지만, 오랜만에 RPG 같은 RPG 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작품임. 물론 세세한 부분에서 불만도 많지만…

    나중에 리뷰 할 기회가 있으면 정리해서 소개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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