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012007
 
보통 추리만화 하면 전형적인 일본식 추리물 전개를 보여주는  킨다이치소년의 사건수첩이나 거기에 거대 조직과의 암투 등 몇 가지 양념적인 요소를 첨가해 큰 인기를 끈 명탐정 코난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 와중에 처음부터 큰 주목을 끈 건 아니었지만 격월간 잡지 연재이면서도 근근하게 인기를 끌면서 어느덧 25권이라는 장기연재에 이른 추리만화가 바로 이 Q.E.D ~ 증명종료라는 작품이다.

Q.E.D란 라틴어 quod erat demonstrandum의 약자이며 ‘이렇게 증명하였다’는 뜻을 지닌다. 주로 수학의 증명 말미에 붙이는 어구이며 그런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작품에서는 수학을 비롯한 각종 이공계 관련 학문을 미스테리의 소재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러한 부분이 이 작품으로 하여금 기존의 추리물과 일선을 달리하게 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면서도 어딘가 한 번쯤 이야기는 들어봤을 법한 소재들이기에 잘못 쓰면 작가의 지식자랑으로만 끝날 우려도 있는 부분이지만 그러한 어려운 소재들을 마치 생활 과학서적을 보듯 초심자에게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작가의 탁월한 전달능력을 엿볼 수 있다.

추리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추리 그 자체도 있겠지만 탐정의 캐릭터 또한 중요하다. 홈즈나 포와로 등 고전 추리물들의 탐정들은 이름만 들어도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기 마련이다. 킨다이치나 코난이나 성공적인 탐정 캐릭터 형성으로 인기를 끈 작품이다. 이 작품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탐정의 역할분담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홈즈가 사건 해결을 전담한다면 왓슨은 그 사건의 과정을 정리하고 독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전담하는 경우가 있다. 이 작품의 경우는 주인공인 토마 소우가 두뇌를 쓰는 추리를 전담하며 히로인인 미즈하라 카나가 실제 행동하면서 사건에 뛰어들고 단서를 수집하는 일을 전담한다. 이런 부분을 통해 탐정의 성격을 독자에게 각인시키고 성공적인 탐정 캐릭터를 형성하고 있다.

탐정이 사건을 접하게 되는 과정에도 작가가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보인다. 단순히 탐정이 악운이 강하거나 사건에 휘말리는 운명에 처해있다는 조금 비현실적인 설정을 탈피해서 카나가 사사건건 참견하기 좋아하는 성격이고 카나의 아버지가 형사이며 토마에게는 MIT시절에 접하게 된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은 다양한 인간관계가 있었다는 등의 설정들을 통해 나이 어린 주인공들이 기이한 사건을 자주 접하게 되는 일에 당위성을 부여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도 작품이 장기연재 추리물인 이상 어쩔 수 없이 주인공 일행은 싫든 좋든 매번 사건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기존의 작품들에서 지나치게 많이 써먹어서 식상해진 연쇄살인 사건도 가급적 회피하고 보다 다양한 사건과 트릭을 등장시킨다는 점 또한 여타 추리만화에서 맛보기 힘든 감각이다. 앞서 말한 이공계 소재는 물론이고 역사, 민속, 예술, 경제학 등 작가가 다방면의 소재를 도입한 부분은 작품을 연재하는데 많은 연구를 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런 소재들을 이야기로 펼쳐내고 이야기 전개중에 등장한 단서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분석하면서 추리 결과를 이끌어내는 부분이 실로 탁월하다. 단순히 만화의 재미로 보자면 김전일이나 코난 등의 작품도 재밌지만 만화에 있어 ‘추리’라는 장르물로서의 완성도는 이 작품이 단연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소재가 늘 그렇듯 처음에 볼 때에는 얼마나 끌고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었지만 오히려 최근 연재된 부분에서 추리의 전개나 소재의 선정 등이 더욱 세련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아직도 발전도상에 있는 작가다. 또한 최근 ‘C.M.B – 삼라박물관의 사건목록’이라는 작품도 나오고 있다. 나름대로 작가인 가토 모토히로의 추리월드를 펼쳐나가고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앞으로가 기대된다. 추리물 팬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참고 페이지 : http://en.wikipedia.org/wiki/Q.E.D.

덧. 최신간인 25권에서는 일부 황구라사건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나오기도 한다. 하긴 현실이 드라마보다도 기이하다는 게 그런 거긴 하지만 이런 작품에서라면 워낙 써먹기 좋은 소재다.

  7 Responses to “Q.E.D – 증명종료”

  1. 25권이 나왔군요!! < - 조만간 전권 구매의 원대한 야망 QED는 애들도 귀엽고, 살인사건이든 그 외의 사건이든 똑같은 비중으로 진지하게 다루는 게 좋았어요. 코난도 살인이 긴다이치보다 적다고 생각했는데, QED를 보면 살인을 다루지 않아도 추리만화는 그릴 수 있을 듯 :3 이 시리즈를 보다보면 왠지 수학 공부를 다시 하고 싶어지는 건, 절대로 쉬울 리는 없지만 그래도 재미있을 거 같은 거 있죠…근데 요즘도 애들이 정석 베고 잘까요?(!)

  2. Q.E.D…아는 사람만 아는 추리만화의 명작이지.

    근데 월간지다보니 단행본 나오는 속도가 좌절….;;

    그래도 25권까지 꿋꿋하게 책 내어주는 출판사와 작가에게 감사.

  3. http://en.wikipedia.org/wiki/Q.E.D._%28manga%29

    오오 위대할 손, 위키피디아의 힘!

  4. 동굴곰 // 이번에 26권 나왔음. 격월간 한 회에 100페이지 연재니 4개월에 한 권 나오겠지. 코난은 김전일보다 살인이야 적게 나오지만 전개가 좀 지지부진한 느낌이라 안 본지 한참 됐군. 학교에서 정석만큼 베고 자기 좋은 베게 없지 않을까?

    선배 // 월간이 아니고 격월간. C.M.B는 월간연재더군. 아무튼 위에 쓴대로 1년에 세 권. 주변에 본사람 수소문해보면 많지는 않은데 근근히 인기는 있는 것 같기도? 일단 나말고 본 사람들 평은 대체로 좋은 편.

    Cuchulainn // 위키피디아의 위대함이야 말할 것도 없죠. 본문에 사이트링크는 QED란 말 어원 파악하고 달아둔 거…

  5. 여부가 있으려고요. 저 링크가 빠진게 아쉬워서 제가 대신 달았을 뿐입니다. ^^;

  6. 훌륭한 만화지. CMB는 최근에야 읽었음. 언제 다 지른담..orz

  7. QED는 그렇다쳐도 CMB는 절판이라 지를수가 없는 이 안타까움.. [먼산]

 Leave a Reply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

(required)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