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042007
 
뭐 이런저런 얘기도 있는 모양인데 다 필요없다. 닥치고 보면 되는 영화다. 우주 제일의 극빈궁상 수퍼히어로이자 우리 모두의 친절한 이웃은 여전하다. 내용누설은 노골적으론 안 썼지만 미묘하게 돌려 쓴 부분도 있으니 민감한 분은 읽기 피해주시길.

일단 일부에서 논란이 되는 게 피터의 이기적인 모습과 MJ의 바람기에 대한 부분인듯 한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피터라는 청년의 학창시절을 생각해보자. 그는 집안도 가난하고 공부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왕따였다. 벤 삼촌과 앤 숙모 부처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다고는 해도 일반 대중 앞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아본 기억이 없는 그다. 그러던 청년이 어느날 대중의 우상이 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된다. 세상은 온통 장밋빛이다. 애인도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니 좌절의 가능성 같은 건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 게 당연하다. 그렇게 기고만장해져서 이상할 게 전혀 없다.

MJ의 경우도 그렇다. 자신은 힘들어 죽겠는데 눈치없는 애인이란 놈은 영웅놀이에 빠져서 자신이 힘들어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려 않는다. 그런 와중에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봐온 매력적이고 돈많은 친구가 자상하게 대해주는데 어느 누가 잠시나마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 장면의 책임은 전적으로 피터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이 영화에서 피터파커와 MJ는 각각 홀로 존재할 수 없고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 상호보완해나가면서 존재한다. 동등한 입장에 서있으면서 서로에 대한 유일한 이해자이기에 어느 한 쪽이 흔들리면 다른 한 쪽도 같이 흔들리게 돼있으며 이 과정에서 마찰이 일어날 수 있지만 결국 어느 한 쪽에게 책임이 있다든지 하는 결론을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  장황하게 써놨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둘 다 한창 자기정체성에 고민할 시기에 사소한 오해로 트러블이 생긴 거라고 보면 된다.

얘기가 무거워졌지만 각설하고 보면서 든 잡상 나열.

1. 브루스 캠벨 최고! 무슨 말인지는 보면 안다.

2. 자신이 백조임을 깨달은 미운오리새끼란 참 뭣한 존재다.

3. 하숙집아가씨 다시 나오는 건 반가웠고 여전히 귀여웠지만….그냥 한숨

4. 뷰글지 국장이 드디어 호적수를 만난다. 무슨 말인지는 역시 보면 안다.

5. 생각해보면 3편에서 나온 트러블은 전부 피터파커가 문제. 이 양키 수퍼히어로물의 미묘한 균형감각이란 건 참 재미있다.

6. 해리오스본, 어쩌다 친구랑 아버지 잘못 만나서..역시 한숨

7. MJ가 평론가에게 혹평받은 건 피터가 극장 안에 들어가 맨 앞줄에 앉았을 때 양옆에 앉은 사람들에게 ‘쟤가 내 여자친구’ 운운 자랑질했고 그 사람들이 실은 평론가였기에 빡돌아서 혹평쓴 게 아닐까 생각중.

8. 이걸로 1~3편에서 벌여놓은 이야기에 대해서는 마무리를 지은 느낌이다. 샘레이미 만세!

9. 좀 아쉬운 부분이라면 이야기가 4파전으로 벌어지니 샌드맨과 베놈 개개인의 카리스마 연출이라든지 배경설명이라든지가 살짝 부실해진 감이 없지 않다. 원래 감독은 이번편에 베놈을 낼 예정이 없다가 제작사의 압박에 냈다는 얘기도 있는듯. 그래도 그 와중에 작정하고 피터에게 포커스를 집중해서 이야기 잘 수습해나간 감독이 대단하긴 함.

10. 우주쓰레기에는 항상 주의하자.

  4 Responses to “스파이더맨 3”

  1. 저도 브루스 캠벨 최고 ;ㅁ; 이 아자씨는 전편들에서보다 비중이 확 늘어서 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4편에서 또 나오게 된다면 뭘로 나올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째 3편은 주연들보다 조연들쪽이 더 빛나는 것 같아요

  2. pian // 최고지. 4편이 나올지가 문제긴 한데.. 샘레이미가 계속 감독 맡아줘야 하기도 하고. 이번편 조연들 진짜 유쾌했음..

  3. 7번의 해석에 감탄했습니다. 날카로운 추리!!! 정말 그럴거 같아요/

  4. 살아가자 // 그런 아저씨가 혼자서 뮤지컬 맨 앞줄에서 보고있다는 건 무진장 좋아하거나 관계자라는 결론밖에 나올 게. 게다가 나름 권위 있는 평론가였다든지.. 덕분에 줄줄이 혹평으로 이어졌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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