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2007
 

영상은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5분 40초 무렵에 김재현이 대타로 출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김재현은 고관절 부상으로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나 팀 동료들이 자신의 등번호를 헬멧에 새기고 나오는 상황에 자신도 방관할 수만은 없다면서 투지를 불태웠다.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성 타구를 치고도 절뚝거리면서 간신히 1루까지 걸어나간 다음 관중들의 환호에 호응하는 그의 모습은 타팀팬들도 감동시켰던 한국 야구사의 명장면이다.


지금은 LG트윈스를 떠나 부산 영도구청장이 되신 어윤태 전 LG트윈스 구단주께서 이뤄낸 최대(최악)의 위업 중 하나가 바로 김재현으로 하여금 팀을 떠나게 만든 건이다. 김재현은 1994년 서용빈, 유지현과 함께 신인3인방으로 불리면서 신인으로는 이례적인 20홈런-20도루 달성과 함께 팀 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팀동료였던 유지현과 함께 신인왕경쟁을 벌였던 선수다. 그런 선수가 고질적인 고관절 부상으로 선수생명이 위태로워지자 결국 수술을 단행하게 되는데 당시 LG구단은 김재현의 복귀조건으로 경기중 일어나는 모든 부상은 김재현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각서를 쓰게 했고 선수에게 이는 상당히 굴욕적인 조건이었으나 김재현은 경기에 출장하기 위해 피치 못한 선택을 해야 했다.

그리고 복귀한 김재현이 수술한 선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FA 조건을 채운 2004년 시즌 종료 이후 김재현은 LG구단에 FA계약을 위해서는 각서를 파기해줄 것을 요구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였다. 그러나 구단은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이를 거부했고 결국 김재현은 정들었던 LG구단을 떠나 SK와이번스와 4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김재현은 SK로 이적한 첫해 팀동료였던 LG의 이병규와 마지막까지 타격왕 경쟁을 벌이면서 당시 침체했던 SK 타선에서 고군분투하며 눈부신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6년에 주춤하더니 올시즌은 타율 .195로 데뷔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그랬기에 포스트시즌에서도 큰 기대를 받는 형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한국시리즈에 들어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1,2차전 연패로 팀이 벼랑 끝에 몰린 사황에서 3차전에서는 결승타, 4차전에서는 결승득점과 쐐기를 박는 홈런, 5차전에서 다시 결승타, 6차전에서 또다시 쐐기를 박는 홈런을 기록하면서 팀의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팀이 올린 4승의 요소마다 그의 활약이 있던 것이다. 그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SK가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이후 4연승으로 역전의 드라마를 일궈내는 게 그리 손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LG에 있던 시절부터 김재현은 대 두산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고 결국 이번에도 두산의 심장에 비수를 박는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만약 그가 계속 LG에 있었다면 과거 수 년간 LG가 두산에게 그렇게 일방적인 열세에 몰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2002년에 약체팀을 가지고도 준우승을 거둔 김성근감독을 일방적으로 내친 이후 이상훈 김재현 유지현을 차례로 내치는 등 파행운영을 하지 않았어도 팀이 2003~2006시즌 4년동안 6-6-6-8위라는 막장코스를 밟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이순철감독이 망가뜨린 팀을 김재박감독이 부임해 간신히 바로잡고 있다. 여기에 김재현이 SK와 맺은 계약기간이 끝나는 내년 말에 그를 다시 LG로 영입하고 각서를 파기하는 일이야말로 LG가 그동안 밟아온 어긋난 행보를 바로잡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다시금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뛰는 김재현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덧. 어쨌든 결과적으로 올 시즌은 SK의 우승으로 끝났다. 그동안 김성근감독은 해박한 야구지식과 야구에 대한 열정에도 불구하고 항상 어딘가 망가진 팀, 불안정한 팀만을 맡으면서 추스리기에만도 벅찬 그런 팀들을 가지고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결국은 안정된 전력의 팀에게 포스트시즌에서 안타깝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시즌 그가 SK와이번스라는 그동안 착실하게 젊은 선수들을 키워온 멀쩡한 전력을 보유한 팀을 맡게 되자 나는 이번에야말로 그의 감독인생에 우승이라는 트로피를 장식하게 될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 바 있고 결국 그 예상은 현실이 됐다. 이 자리를 빌어 김성근이라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노감독과 SK와이번스라는 팀의 첫우승에 대해 축하의 뜻을 표한다. 김성근의 야구를 무작정 욕하는 자들은 야구에 대해서 뭣도 모르는 풋사과들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3 Responses to “SK와이번스 우승, 그리고 김재현 MVP”

  1. 다른건 몰라도..올시즌 SK의 빈볼 시비와 거친 플레이등은 욕먹어 마땅하다고 봐.
    뭐 김성근의 감독으로서의 역량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는 바이고
    이전에 그가 맡았던 팀에서 저런 문제들이 불거져 나온 적은 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SK선수들의 과잉의욕이라고도 볼 수 있는 문제지만,
    관리 야구로 유명한 김성근이 저런 걸 몰랐다고 볼 순 없다는게 크지.

    • 난 감독의 주도 하에 일어난 상대팀 흔들기였다고 보는 쪽이니까. 좋은 소리 듣긴 힘들지만 결과적으로 그 흔들기를 이용해 팀의 승리를 이끌어냈다면 그 또한 감독의 역량이라고 보고있음. 욕먹을 짓 해놓고 졌으면 그게 뭔 쪽이겠어. 서승화라는 좋은 예가 있잖아(…)

  2. 김캐넌의 골두무혈성괴사..내가 어렸을 때 걸렸던 병이라서 저때 아주 캐공감을…
    이번 한국시리즈 때, 김성근 감독이 예전과 달리 무리수를 잘 안두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만큼 전력이 충실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02년의 이상훈 연투 같은 잘 돼도 못 돼도 욕 먹을 그런 선수 운용이 안 보였다는 점에서 이 양반도 대오각성의 경지로 들어간 게 아닐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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