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2010
 
마크로스 25주년 기념작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나온 작품이었기에 방영 당시에 관심은 있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뒤늦게 보게 됐다. 사실 마크로스 시리즈엔 마크로스 2 같은 흑역사도 있어서 그다지 큰 기대는 안 하고 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봐줄만한 작품이었음. 이하 내용누설 있는 간략 감상.

두 히로인에 대해서 논하자면 우선 쉐릴 놈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츤데레. 너무도 교과서적이라서 할 말이 없을 정도지만 그러면서도 당당하게 자기 주관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이 시원시원한 매력 만점의 히로인이다. 쉐릴이 시작부터 어느 정도 완성된 캐릭터였다면 란카 리는 성장해나가는 타입의 캐릭터다. 알토와 쉐릴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해나가면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해나가는 모습은 비록 쉐릴에 밀린 감은 있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이제 식상한 떡밥일지도 모르지만 ‘키랏☆’은 최고였다.

시나리오 전개는 막판에 갑작스럽게 몰아쳐서 그렇지 중후반까지의 템포는 아주 훌륭했다. 총감독 카와모리 쇼지가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유서 깊은 작품의 관록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소화불량에 걸려서 해결 못한 부분이 남아있는 게 아쉬웠다.  인간은 바쥬라와 결국 공존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라면 마지막에 바쥬라가 개체간의 차이로 인해 소통을 해야만 하는 인간의 특성을 이해했다는 란카의 대사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되지만 그레이스와 대화를 나누던 존재들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알토의 가족관계에 대한 해결도 미완인 채였던지라 야사부로가 그 오지랖을 부린 의미도 희박해진 상태다. 사오토메 란조가 알토의 비행을 보면서 감탄하는 게 그나마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는 암시지만 불충분하다.

논란의 여지가 될 법한 알토의 양다리에 대해서라면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나로선 이 부분은 어느 정도는 제작진이 시청자의 선택에 맡겼다고 보는 쪽이다. 사실 알토에게는 쉐릴과 란카 둘 모두에게 연애감정이 발생할 당위성이 있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알토는 그저 주변의 흐름에 떠밀려 거기까지 온 느낌도 강하다. 쉐릴과 란카 둘 모두 작품 내내 알토에게 강력하게 자신의 의사를 어필하긴 했지만 그 부분이 알토가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가 되진 않는다. 알토가 우유부단하다기보다는 결말까지 알토는 자신의 주관이 확립이 안 된 상태였다고 본다. 그래서 알토의 청춘은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뜻에서 그런 결말을 낸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알토 입장에서 보자면 일방적으로 까이긴 좀 억울한 감도 있지 않을까 싶다.

높이 평가할만한 부분은 마크로스 전통의 공중전 묘사. 3D CG로 묘사되면서도 그정도 박진감을 연출해낸 점은 과연 마크로스의 정통 후속작이라 할만하다. 미사일 난사, 2대의 전투기의 궤적 묘사 등등 마크로스시리즈를 본 사람이라면 익숙할 장면들이 속출한다.

그리고 마크로스의 필수요소인 음악과 애니메이션을 연계한 연출도 빼놓을 수 없다. 매 에피소드마다 오프닝과 엔딩의 음악을 질리지 않게 배치하고있는데 각 화의 마지막에서 음악이 흐르며 엔딩크레딧으로 넘어가는 장면전환의 기법이 좋다. 무엇보다 마지막화의 경우 급박한 전개야 어쩔 수 없었다 치고 차치하고 보면 란카와 쉐릴이 함께 노래하면서 전투가 벌어지는 연출은 오리지널 마크로스 극장판의 결말부분을 연상시킬 만큼 훌륭했다.

하지만 음악 자체에 대해서라면 내가 칸노 요코를 그다지 좋아하진 않아서 그런지 그냥 나쁘진 않은 수준 이상의 평은 주기 힘들다. 차라리 오리지널곡들은 들어줄만한데「愛、?えていますか」의 편곡은 심히 마음에 안 들었다. 게다가 란카와 쉐릴역 성우 겸 가수들의 가창력이 애초에 글러먹은지라 더더욱 그렇다. 오늘날 일본의 아이돌 내지는 성우 시스템에서 이이지마 마리 같은 인재가 다시 나오길 바라는 건 물론 무리겠지만.

간만에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화까지 달리게 하는 흡인력을 지닌 작품이었다는 점만으로도 좋았고 기존의 마크로스의 집대성이자 새로운 세대에게 마크로스를 알렸다는 점에서 여러 모로 높이 평가할 가치가 있는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방영 당시 실시간으로 챙겨보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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