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2010
 
대구에 다녀왔습니다. 간만의 야구임에도 개막전을 어웨이에서 한다는 사실에 참지 못하고 대구에 원정 다녀왔습니다. 개막전을 홈구장에서 치를 수 있는 팀 팬들이 부럽습니다. 트윈스도 잠실에서 개막전 좀 해보고싶습니다. 

1. 03/27 개막전
엘지 입장에서는 쉽게 이길 수 있던 경기를 고질적인 마운드 문제로 인해 어렵게 끌고가야 했던 경기입니다.  분명 초중반의 흐름은 엘지가 쥐고있었지만 이재영이 내준 볼넷으로 인해 역전을 허용했고 경기는 난전이 됐습니다.

이 경기를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엘지의 창이 삼성의 방패를 물리친 경기입니다.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속에서 양 팀은 가용한 불펜을 총동원했고 삼성의 간판 마무리 오승환이 등판하며 패색이 짙어진 속에서 9회초 2아웃에 터진 이진영의 솔로홈런은 올시즌 엘지가 지닌 힘을 보여줬습니다.

무엇보다 이 경기에서 얻은 수확은 단연 오지환의 가능성입니다. 타격에는 재질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고 그 소문을 확신으로 바꿨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역시 마운드에 있습니다. 선발 곤잘레스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후속 투수들이 보인 불안한 모습, 총 11개의 사사구는 올시즌도 엘지가 어려운 시즌을 보내게 될 것을 예감했고 다음날 경기에서 이 불안감은 현실로 드러납니다.


2. 03/28 2차전
1회 상대 선발 나이트의 난조를 틈타 3득점을 했습니다. 확실히 올시즌 엘지의 공격력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게 다였습니다.

선발 심수창은 1회 호투하는듯 했지만 2회 이후 위기를 맞자 고질적인 문제였던 심리적 난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볼을 패대기치듯 던지다 난타를 허용했습니다.

반면 삼성 선발 나이트는 1회의 난조 이후 안정을 되찾고 이후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더 이상의 추가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6회까지 호투하여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결국 양 팀 마운드의 높이가 승부를 갈랐습니다. 엘지의 불펜은 이후 나오는 투수들마다 실점을 허용하면서 삼성의 신예 클린업트리오의 기세를 올려줬습니다. 반면 삼성의 불펜은 나오는 투수마다 150km에 육박하는 위력적인 공을 선보이며 엘지의 강타선을 틀어막았습니다. 결국 점수차는 벌어지고 오승환이 등판할 필요조차 없는 경기가 돼버렸습니다.

유일한 소득은 신정락의 가능성을 봤다는 점입니다.  그 외에는 엘지의 취약한 마운드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3. LG 선수들 촌평
오지환 – 올시즌의 기대주 1. 타격재질은 정말 범상치 않았습니다. 변화구에는 좀 더 적응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문제는 역시 수비가 안정적이지 못했습니다. 4-6-3 병살 처리에서 1루주자의 슬라이딩에 막혀 1루송구를 못한 부분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3루주자를 의식한 나머지 놓쳐서 1루주자를 살려준 장면도 아쉬웠습니다. 다만 센스가 없는 선수는 아니니 몇 년 정도 경험이 쌓이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중이고 그렇게 키울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입니다. 유지현 이후 대가 끊긴 공격형 유격수의 부활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설레발을 쳐보는 중입니다.

신정락 – 올시즌 기대주 2. 엘지 마운드에서 유일하게 150km를 찍으면서 삼성 타자를 압도했습니다.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잘 하면 엘지도 파이어볼러 마무리 하나 키워보는 거 아닌가 싶게 설레발을 쳐보는 중입니다.

이재영 – 구위는 여전히 위력적입니다만 제구력 난조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영만한 구위를 지닌 투수가 지금 엘지 불펜에 없다는 게 엘지 마운드의 비극입니다. 어찌 됐든 이재영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재영이 제 역할을 못 해준다면 엘지는 정말 힘든 시즌을 보내야 합니다.

곤잘레스 – 생각보다 좋은 투구를 보여줬습니다. 몇 경기 더 봐야겠지만 일단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카모토 – 타자를 윽박지를만한 구위를 지닌 것 같진 않습니다. 스스로 불지르고 스스로 껐는데 적어도 지금 엘지 불펜에는 불을 끌 능력조차 부족한 선수들이 태반이란 걸 생각하면 어쨌든 중요한 전력임엔 틀림 없습니다.

이진영 – 엘지 타자들 중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오승환에게 9회 투아웃에서 때려낸 동점 홈런이 압권이었습니다. 올시즌도 좋은 활약 보여주리라 예상합니다.

이병규 – 여전히 방망이에 갖다 맞추는 재주는 비상합니다. 적극적인 타격자세도 여전합니다. 놔두면 알아서 안타도 치고 홈런도 치고 할 선수니 좀 두고 봐야 합니다.

조인성 – 여전히 포수로서의 기본기는 훌륭합니다. 좋은 블로킹으로 투수를 안심시켜주는 장면을 여러 번 보여줬습니다. 타격감도 나쁘진 않아보였습니다. 다만 도루 허용이 많았는데 조인성의 문제라기보다 엘지 투수들이 너무나 주자 견제를 못해줘서 조인성이 2루 송구 해볼 틈조차 안 줬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이대형 – 타격 자세 바꾸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닙니다. 그래도 이대형이 출루할 경우의 득점확률은 매우 높습니다. 어쨌든 두고 봐야할 듯 합니다.

박병호 – 대타로 나와 삼진당하는 모습은 좀 아쉬웠습니다. 사실 큰 기대를 걸고있진 않습니다만 적어도 이성열보다는 잘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족이지만 내가 너때문에 두산팬하고 내기까지 했단 말이다.

심수창 – 제가 심수창선수에 대해 지닌 안 좋은 이미지들을 고스란히 다 보여줬습니다. 위기만 오면 공을 패대기치면서 실점하는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충분히 10승 이상을 해줄 수 있는 기량을 지녔으면서도 저런 멘탈의 문제가 극복이 안 되니 답답합니다.

4. 삼성 선수들 촌평
양준혁 – 안타는 못쳐냈지만 타석에서의 존재감은 여전합니다.

오승환 – 이진영에게 맞은 홈런은 그냥 이진영이 너무 잘 친 겁니다. 148 – 106 – 146으로 정성훈을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에선 실로 전율했습니다. 첫 게임에서 블론을 저질렀지만 어쨌든 올시즌 자기 역할은 충분히 해낼 것으로 보입니다.

정현욱, 안지만, 권오준 – 삼성불펜 사기. 시즌 내내 삼성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저 벽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립니다.

나이트 – 처음에 불안했지만 이후 안정을 찾으면서 보여준 구위가 정말 위력적이었습니다. 150km의 직구에 140km의 슬라이더가 제대로 들어오면 대체 어떻게 치라는 건가 싶었습니다. 슬로우스타터라면 역시 초반을 공략하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

백정현 – 이틀동안 삼성에서 등판한 불펜투수들 중 유일한 구멍이었습니다. 27일 경기에서 11회 2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제구도 안 되고 구위도 빼어나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 내보내는 저의가 궁금하더군요. 아직 제가 모르는 선감독이 눈독들일만한 뭔가를 지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듭니다.

진갑용 – 이틀 연속으로 홈런도 치면서 좋은 타격감 보여줬습니다. 역시 공격력에선 역대 포수들 중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만합니다.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 삼성의 새 클린업트리오의 시작은 일단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이대로만 가주면 삼성의 공격력은 무시를 못할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명철 – 하위타선에서 좋은 활약 보여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삼성에서 가장 예측하기 힘든 선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5. 총평
결과적으로 원정에서 1승 1패라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보였지만 내용면에서 LG의 모든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2연전이었습니다. 마운드가 불안하니 쉽게 잡을 경기도 어렵게 잡거나 역전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하고 지는 경기는 허망할 정도로 쉽게 무너집니다. 작년까지 엘지가 하위권에서 헤맨 원인도 결국은 마운드였는데 이 점이 나아지지 않으면 미래는 없습니다.  결과론이라고는 해도 초보 감독인 박종훈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도 문제를 보였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올시즌 엘지 4강진출의 핵심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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