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2012
 

부임 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기태 감독이 정규시즌을 맞이한지 1주일, 정확히는 8일이 지났다. 우천으로 순연된 롯데와의 화요일 경기를 제외하면 총 7게임을 치렀다. 상대는 우연하게도 작년인 2011 시즌의 1,3,4위팀을 순서대로 만났고(롯데는 페넌트 2위였지만 한국시리즈는 SK가 진출했으니) 이 만만치 않은 팀들과의 대결에서 전력상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4승 3패라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물론 삼성은 여전히 최강전력으로 분류되고있고 롯데는 이대호가 빠졌음에도 막강타선을 자랑하고 있으며 KIA는 선동열 감독의 부임 아래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고 있는 팀이다.

올해의 LG 전력은 두말할 나위 없이 약체다. 주전 포수를 포함한 FA 3명의 이적, 전년도 13승 에이스를 포함한 선발투수 2명의 공백 등 모든 면에서 최악의 악재들을 두루 갖췄다. 단적으로 말해 2군급 포수만 가지고 시즌을 치러야 하고 주키치를 제외한 선발 4자리가 미지수이며 중간계투에는 삼성의 권오준 정현욱 같은 필승의 카드가 없으며 갑작스럽게 마무리로 전업한 리즈도 아직은 불안요소다. 타선엔 다행히도 좋은 좌타라인이 갖춰져있지만 여전히 강력한 해결사는 없다. 지금 이 팀이 과연 1996년 당시의 유력한 꼴찌후보 쌍방울보다 형편이 낫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모든 전문가들은 당연하게도 올해의 꼴찌후보로 LG를 예상했다. 대체 감독은 이 암울한 팀을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까. 우리는 여기서 김기태감독이 쌍방울의 어려운 시절에 김성근 감독 밑에서 선수생활을 했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김기태 감독의 운영 스타일은 전반적으로 선발을 빨리 내리고 중간계투의 물량공세로 끌고가는 성향으로 보인다. 그렇다, 바로 벌떼야구다. 전력상으로 봐도 당시의 쌍방울처럼 질적으로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선수 구성을 가진 지금의 엘지를 운용하기 위해 김기태감독은 당시의 김성근감독의 운용을 벤치마킹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 표는 개막 이후 LG 선발투수들의 투구이닝과 성적을 요약한 것이다.

날짜 상대 선발 이닝 투구수 선발실점(자책) 등판 투수 수 계투 실점 결과
7 삼성 주키치 6 92 1 5 2 6-3 승
8 삼성 이승우 4.2 80 0 5 2 3-2 승
11 롯데 임찬규 5 75 3(2) 6 5 3-8 패
12 롯데 김광삼 6 98 0 4 0 4-0 승
13 KIA 주키치 6.2 114 5 6 3 6-8 패
14 KIA 이대진 3.1 75 6(5) 4 3 7-9 패
15 KIA 정재복 5 60 2 7 1 5-3 승
평균     5.2 84.9 2.43(2.14) 5.29 2.29  

선발이 매 경기에서 약 5.2이닝의 투구를 했고 85구를 던지고 물러났다. 이승우 김광삼 정재복 등의 깜짝 호투가 빛을 발한 결과지만 그걸 감안해봐도 선발을 매우 빠르게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기당 투수가 5.29명이 등판했는데 이는 2011년 리그 전체 평균인 4.16명, LG 평균인 4.24명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2010년 LG 평균인 4.86명과 비교해봐도 더 많은 수치다. 그리고 선발이 6회 이전에 물러난 경기에서 LG는 4승 2패를 기록했고 7경기동안 선발투수는 평균 2.14 자책점을 기록했다. 이기는 경기에서 중간계투진은 평균 1.25점을 실점했다. 이는 선발 조기 강판 이후의 필승계투진 운용이 좋은 결과를 냈음을 나타낸다.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다.

그러나 초보감독은 확실히 초보일 뿐이란 사실을 잘 보여줬던 경기가 바로 4월 13일 기아전이었다. 이날 주키치는 썩 좋은 출발을 보이진 않았지만 에이스답게 6이닝을 채우고 100구가 넘어가는 투구를 기록하고있었는데 주키치의 힘이 빠졌음이 역력하게 보였음에도 김기태감독은 주키치를 교체하지 않았다. 벌떼 야구는 필연적으로 중간계투진의 체력 저하를 불러온다. 따라서 장기전에서 에이스급 선발이 가급적 이닝을 먹어주는 편이 좋지만 이날은 주키치의 강판 타이밍을 놓침으로 인해 불필요한 추가 실점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이 상황에서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고 결과적으로 중간계투진의 소모는 예정보다 더 커졌다. 게다가 경기는 마무리 리즈의 16구 연속 볼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패배했다는 게 무엇보다 뼈아팠다.

이런 사태를 겪었음에도 일단 김기태감독의 초반 운영에는 합격점을 주고싶다. 서두에 썼듯 우선 약체화된 전력을 가지고 전년도 4강팀들을 상대로 5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또한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포지션 전문화 선언을 하면서 전임 감독 시절에 단 한 번도 안정되지 않았던 내야의 2-유라인이 안정됐다. 지나친 좌좌우우 없이 어느 정도 고정된 선수기용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팀내에서 가장 잘 치는 좌타자 둘을 상대 선발이 좌완이라고 빼는 만행을 저질렀던 전임 감독과는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안요소는 아직도 산재해있다. 우선 관건은 중간계투진의 체력 문제. 선발진이 불안정하기에 필연적으로 계투진에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체계적으로 선수들을 운용해서 시즌 마지막까지 계투진의 고갈을 막을 수 있을지는 김기태감독이 올해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싶다. 특히 전임 감독이 (심지어 선발진이 안정된 상황에서도) 가장 크게 실패했던 게 바로 이 부분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는 김기태의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평가할 확실한 근거가 되기 때문에 중점적으로 지켜봐야 할 요소다.

두 번째 불안요소는 바로 주전 포수 문제. 7경기에서 상대팀의 도루시도 11개를 단 하나도 막지 못하고 모두 허용한 배터리는 치명적이다. 특히 14일 KIA전에서 6개의 도루를 허용했다는 사실은 한동안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앞으로도 시즌 내내 상대팀들은 이 부분을 집요하게 노리고 들어올 것이 명약관화하지만 당장 이를 해결할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시범경기에서 몇 차례 좋은 송구를 보여준 유강남도 결국 경험부족을 드러낸 판국이다. 주자견제 뿐만 아니라 블로킹도 지금은 SK로 간 조인성은 말할 것도 없고 타팀의 주전포수들과 비교해봐도 차이를 보인다. 11일 경기에서 유강남이 보였던 패스트볼이 좋은 예다.

세 번째 불안요소는 아직도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리즈의 마무리다. 뒷문 강화는 선발진의 한 축을 빼서라도 시도할 가치가 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있지만 리즈는 시범경기에서도 한 차례 그러더니 정규시즌 들어와서도 매번 마무리로 등판할 때마다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리즈를 마무리로 올려보는 김기태감독의 뚝심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신하기 힘들다.

사실 LG의 형편상 올해는 정말로 성적에 대한 기대를 걸기가 힘들다. 그야말로 4강에 들어가면 기적인 수준이지만 10년 연속 4강 진출 실패라는 처참한 결과를 바라는 팬은 아무도 없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과연 김기태감독의 LG가 어디까지 선전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으리라 본다. 부디 그가 전임 감독처럼 조급증에 걸리지 않고 초반의 뚝심 있는 운영을 시즌 마지막까지 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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