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2013
 

스팀이 여름 세일을 맞아 드래곤즈 레어를 세일했다. 1983년에 발매된 이 작품은 당시로선 최첨단 영상매체였던 레이저디스크를 이용해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다. 기존에도 LD 영상을 게임에 이용하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지만(최초의 LD를 이용한 비디오게임은 그다지 성공적인 작품은 아니었지만 SEGA의 아스트론 벨트이다. 항상 실속 없이 앞서가는 세가.) LD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을 이용해서 보여준 최초의 게임이 바로 드래곤즈 레어다.

드래곤즈 레어의 게임 방식은 굉장히 단순하다. 화면상에 주인공 Dirk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면 플레이어는 그 타이밍에 맞춰 상하좌우, 혹은 칼질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화면에 그 행동에 의한 결과가 나타난다. 결과는 항상 위기를 넘기거나 더크가 죽거나 둘 중 하나다. (여담이지만 더크가 죽는 모습을 화면의 상황에 하나 하나 맞춰 일일이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 퀄리티는 지금 봐도 감탄사가 나온다.) 어쨌든 이 게임 방식의 핵심만을 놓고 보면 단지 타이밍에 맞춰 버튼 누르기밖에 없지만 여기에 기사 더크가 활약하는 연출을 가미함으로써 이 단순한 게임플레이에 좀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즉 플레이어가 게임의 캐릭터의 행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감각을 부여한 것이다.


드래곤즈 레어의 성공은 곧바로 다수의 아류작의 발매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1985년을 전후해 일본에서 발매된 로드블래스터, 썬더스톰, 타임걸 등 일련의 LD게임시리즈다. 자동차, 헬기, 시간여행을 하는 미소녀 등 컨셉은 다양했지만 기본 골격은 드래곤즈 레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LD게임은 그렇게 장수할 컨텐츠는 아니었다. LD 재생장비 자체가 고가였기에 보급도 쉽지 않았고 관리의 어려움도 있었으며 LD 영상의 고화질에 걸맞는 게임을 만들기에는 당시의 기술력이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위에서 언급한 세가의 아스트론 벨트만 봐도 고가의 폭발영상 감상 게임이라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로 영상과 게임플레이가 이어지지 못했다. 물론 드래곤즈 레어 같은 단조로운 게임 방식이 플레이어들에게 계속해서 어필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렇게 LD게임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게임의 주력 매체가 CD로 넘어가면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영미권에서는 이러한 LD게임을 Interactive movie의 범주로 분류한다. 즉 기존의 영화와 관객의 이야기 전달방식이 일방적이었다면 인터랙티브 무비는 말 그대로 전달이 상호작용한다. 말하자면 영화 속의 인물의 다음 행동을 관객이 선택하는 것이고 이는 기존의 다른 문화장르에 없던 게임만의 고유한 특질, 바로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보상의 구조가 시나리오 전개를 통해 일어남을 뜻한다. 비록 LD게임이 매체로서의 수명은 짧았지만 이후의 게임의 스토리텔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하다.

1990년대 말은 게임의 표현양식이 2D에서 3D로 넘어가는 전환점이었고 이 시기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쉔무다. 쉔무는 게임 내의 스토리텔링을 단순히 3D CG를 이용한 영화적 연출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의 버튼 입력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래서 쉔무는 드래곤즈 레어의 시스템적 계승자라고 할 수 있는데 쉔무의 디렉터 스즈키 유는 이 시스템을 QTE(Quick Time Event)라고 명명했고 이 QTE시스템은 21세기에 들어 발매된 많은 게임들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Last of Us에 등장한 QTE 장면. 플레이어가 버튼을 연타함으로써 주인공 조엘이 적과의 힘싸움을 벌이는 감각과 총을 쥐기 위해 발악하는 느낌을 플레이어와 교감한다.


쉔무의 시스템적 계승작이라 할 수 있는 용과 같이 시리즈 5편의 마지막 전투. 스포일러 있으니 해보실 분은 조심(할 것도 없이 라스보스가 너무 자코라 ㅠㅠ) 전투 중간중간에 다량의 QTE를 삽입해서 드라마틱한 연출을 노렸다. 다만 좀 과한 느낌도 드는 편.


물론 모든 사람들이 QTE를 좋아하는 건 아닌지라 이런 식으로 QTE 까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최근의 게임들에서 쓰인 QTE는 과거에 비해 난이도가 많이 낮아졌고 사용장면도 가리는 편이다. 이 영상에는 다양한 게임들에 쓰인 QTE가 샘플로 등장한다.

위에서도 적었듯 QTE시스템은 다양한 게임플레이어 익숙해진 현대의 게이머들에게 그 자체로는 어필하기 힘든 매우 단순한 게임플레이방식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효과적인 영상 연출과 어우러질 때는 단순히 영상만을 보여줄 때와 비교해 대단히 강력한 감정이입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최근의 게임들은 더 이상 1990년대의 장르 구분만으로는 구별하기 힘들 만큼 각종 장르를 복합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QTE 연출만으로 게임이 성립되진 않지만 QTE시스템이 현대 게임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치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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