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072018
 

이미 2달쯤 지난 소식이지만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라 할 수 있는 김용 대종사님께서 지난 10월 30일에 타계하셨다.

나름 천수를 누리고 가셨으니 잘 가셨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내 인생의 일부를 차지한 인물이 동시대에 살아있다는 것과 더 이상 함께 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는 느낌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애독자의 입장에서는 조금 더 작품을 남겨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작가로서의 힘이 다해갈 때쯤 해서 현명하게 절필을 선언한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나이가 들어 체력이나 사고력이 저하됨에 따라 집필의 질이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기 마련이다.

아무튼 애독자의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일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역시 지난 10월에 김영사에서 소오강호의 정식본이 출간됐다. 2007년 10월에 의천도룡기가 출간되고 나서 11년만이다.

그동안 김영사에 수 차례 다음 김용소설의 출간 예정이 있는지 문의를 넣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지금은 확실치 않다는 내용뿐이었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무엇보다 큰 기쁨은 이에 이어 녹정기와 천룡팔부의 출간도 예정돼있다는 사실이다. 하루 빨리 대종사님의 나머지 작품들도 출간됐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소오강호의 정식 출간본은 대종사님이 2003년에 내신 3차 개정판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개정판의 변경 내용은 정식 출간본의 번역자님의 블로그를 찾아가면 확인할 수 있다.

소오강호의 번역은 기존에 중원문화사, 세계, 언어문화사 등에서 나온 판본이 존재하는데 이중 언어문화사간 ‘아 만리성’을 제외하면 번역이 매우 조악했다.(박영창 번역으로 표기돼있지만 박영창님의 명의를 도용했다는 얘기가 있다.) 또한 아 만리성은 지금은 구하기가 힘들어 웃돈을 줘야 살 수 있는 레어 판본이다. 나도 예전에 아 만리성을 소장하고 있었으나 군대에 다녀온 사이에 분실한 아픈 기억이 있다. 이후 중원문화사에서 2010년 무렵에 비곡 소오강호라는 제목으로 다시 한 번 출간한 일이 있지만 번역이 과거 그대로고 역시나 해적판이기에 굳이 구하려 애쓰지 않는 편이 좋다.

이번 전정은님의 번역은 대체적으로 고전 무협의 테이스트를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하오체로 대변되는 말투와 어느 정도 한자어를 살린 번역 등 번역자가 무협의 테이스트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일반적인 독자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한자어는 어느 정도 한국어로 풀어 씀으로써 독자의 편의를 봐준 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번역자가 실력과 더불어 김용의 소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지녔다는 점 덕분에 좋은 번역이 나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언어는 변화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야 하듯 새로이 이 작품을 접하는 독자는 새로운 번역으로 접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주변인들에게 소오강호를 권할 때 추천할 수 있는 판본이 생겼다는 점이 기쁘다.

 Leave a Reply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

(required)

(requ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