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2020
 

용과 같이 7: 빛과 어둠의 행방, Yakuza: Like a Dragon

개인적으로 이전 시리즈에서 제일 좋아했던 건 4편이었다. 주인공을 키류에서 확대해서 4인 주인공이라는 전작에 없던 시도를 하고 이들의 드라마를 결말로 엮어낸 과정이 제법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5~6편이 다시 전작들보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이 시리즈도 매너리즘에 빠진 것인가 하는 아쉬움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게임을 턴제배틀로 바꾼다는 것도 무모한 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이 모든 우려는 플레이를 시작하고 대략 1시간만에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턴제배틀은 생각보다 높은 몰입도를 안겨줬고 이 시스템조차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엔 감탄사가 나오기도 했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장르가 바뀌는 건 게임계에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다. 고전 중에선 마성전설 시리즈 1~3편이 각각 세로스크롤 슈팅 – 사이드뷰ARPG – 어드벤처로 나온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악마성 드라큘라 월하의 야상곡이 전작과는 달리 ARPG가 됐다든지 앨리스소프트의 란스 시리즈는 아예 귀축왕 이후로는 같은 장르로 나온 작품이 전혀 없다든지 등등의 케이스도 있다.

결국 제일 중요한 문제는 바뀐 시스템이 재미있는가 그렇지 못한가라고 본다. 그리고 용과 같이 7은 이 점에서 당당하게 명작의 반열에 오를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턴제배틀의 정체된 느낌을 해소하기 위해 저스트 가드, 라이브 커맨드 등의 요소를 도입했고 이는 FF시리즈의 ATB와는 다른 느낌의 긴박감을 턴제 전투에서 구현해냈다.

라이브 커맨드는 기존 JRPG에서 보지 못했던 생소한 개념인데 요약하자면 플레이어가 커맨드를 선택하지 않고 있으면 필드상의 캐릭터들이 멋대로 이동을 해버린다. 즉 적이 뭉쳐있는 진형에 빠르게 광역기를 날려야 하는데 망설이고 있다면 광역기의 효용이 떨어져버린다. 그래도 FF처럼 내가 가만있는다고 적이 계속 공격해오는 방식은 아니기에 선택 자체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7편의 스토리는 1편의 오마주이면서도 안티테제다. 새로운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은 1편의 키류와 유사한 과정을 통해 저지르지 않은 살인죄로 감옥에 가게 되고 18년형을 살게 된다. 출소 후 동료의 배반을 겪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에도 유사점이 있다. 하지만 키류가 이를 천생신력의 무용으로 홀로 돌파해나간다면 이치반은 동료들을 모아 집단의 힘으로 어려움을 돌파한다.

카스가 이치반은 전형적인 밑바닥에서 기어오르는 주인공이다. 이는 이름의 뜻을 살펴봐도 알 수 있는데 ‘카스'(찌끄러기)가 ‘이치반'(최고)가 된다는 뜻이다. 이치반은 유흥가의 밑바닥 소프랜드에서 태어나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자란다. 어린 시절 막 나가다가 만난 야쿠자 아라카와구미의 보스 아라카와 마스미를 만나 그를 오야로 모시고 야쿠자가 된 뒤 조직 간부의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형무소에서 18년간 복역하게 된다. 그리고 출소 후에는 약속한 것처럼 배신을 당하고 총을 맞은 다음 요코하마의 노숙자들 틈에 끼어 생활하면서 진실을 찾아나가게 된다.

악역 겸 라이벌의 관계도 유사점이 보이는데 1편에서 키류의 대척점에 선 인물이 니시키야마 아키라였다면 7편의 이치반의 대척점은 아오키 료다. 주인공의 캐릭터는 키류와 이치반 사이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악역의 완성도 측면에서 아오키 료는 니시키야마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설득력을 갖춘 캐릭터라고 본다. 특히 결말부분의 이치반의 설득과 아오키 료의 개심, 그리고 반전을 통해 캐릭터의 완성과 업보 청산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장면은 빛과 그림자의 행방이라는 부제에 걸맞는 이 작품 스토리 연출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 작품 전반에는 드래곤퀘스트에 대한 오마주가 깔려있다. 유년기에 드래곤 퀘스트를 처음 접했던 게이머들이 이제 40대 전후가 됐음을 생각해보면 이 작품은 그런 어른들을 위한 드래곤퀘스트라고 할 수도 있다. 용사가 동료들의 도움을 얻어 난관을 돌파하고 마왕을 물리친다는 뻔한 시나리오를 야쿠자물과 엮음으로써 기묘한 몰입감을 부여한다.

하지만 게임의 결말에서 이 작품은 시리즈 전통의 양대 야쿠자 조직의 해체와 함께 야쿠자의 시대는 끝났음을 알린다. 드퀘 세계관적으로 보자면 폭력조직의 결말로는 당연한 귀결이지만 이는 동시에 기존 시리즈에 대한 초대형 반역이기도 하다. 카스가 이치반은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고 게임의 완성도 또한 큰 만족감을 안겨줬지만 이 상태로 후속편이 나온다면 어떻게 전개를 하려고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글이 길어졌지만 턴제 전투 변경에 대한 거부감만 극복한다면 용과 같이 7은 분명 시리즈 최고의 명작으로 꼽을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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