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2005
 
http://www.baduk.or.kr/news/homenews_view.asp?gul_no=506166&gdiv=3

김용소설 속의 바둑 묘사에 대해 흥미를 느끼셨던 분이라면 읽어볼만한 글. 다음과 같은 구절들이 인상적이었다.

(전략)

당시 중국의 최정상 고수였던 천주더와 김용의 대국은 4점 치수로 이루어 졌다. 천9단은 김용의 기력을 아마5단의 실력정도라고 평가했으며 다른 기사들도 김용의 기력은 아마4단에서 5단사이라고 말했다.

후에 천9단은 이에 관해 웃으면서 “김용은 덕망이 높으며 바둑에 대한 공헌도 적지 않으니, 1,2단 정도 더 보태도 상관없다.”라고 말했다.

(중략)

하지만 녜9단을 당황하고 어쩔줄 모르게 만드는 것이 있다. 매번 대국시마다, 김용은 다 두고 나서 주머니에서 작은 편지봉투를 꺼내고는 두 손으로 건네는 것인데 그 안에는 약간의 지도 대국료가 들어 있었다.

“받지않으면 안됩니다.”

김용의 태도는 아주 진지했으며, 그는 “프로기사는 이것을 업으로 삼기 때문에 지도료를 받지않는 것은 규율을 깨뜨리는 것이 된다.”라고 말했다. 녜9단은 “이뿐만 아니라 김용 선생은 또 다른 취미가 하나 있다. 기력이 그보다 높은 기사이기만 하면 그는 매번 스승으로 모시고 아주 예의를 깍듯이 하고 선물 등 을 준다. 이러니 김용 선생의 스승은 천하에 수도 없이 널렸으며 모두 합치면 100단도 넘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중략)

부인이 장고를 할 때 리우9단은 “나는 기다리는 것이 짜증이 난다. 참지 못하고 부인보고 빨리 두라고 재촉한다. 그러나 김용은 언제나 조급해 하지 않고 우아한 풍채로 똑바로 앉아 있어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후략)
12월 242004
 
  중국의 무협소설을 보면 대체로 주인공은 억압받는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를 실천하는 의인으로 등장한다. 김용의 녹정기에 등장하는 위소보나 고룡의 무협소설의 주인공들 같은 예외적인 케이스도 있지만 대체로는 그렇다. 꼭 근현대의 신무협이 아니더라도 고전인 수호지 같은 경우를 봐도 악한 관리에 저항하고 백성들을 보호하는 의적들을 볼 수 있고 우리나라에는 드라마를 통해 잘 알려진 판관 포청천의 경우도 저러한 의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중국인들의 행태를 보고있자면 과연 저 나라 사람들이 과연 그런 의협적인 인물들의 나라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지난 월드컵 당시 중국의 축구팬들이 벌인 작태나 한중전에서 한국 응원단에게 벌인 난동, 그리고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는 여러 모습들은 과연 대국을 자처하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각이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기사를 보자.
http://news.naver.com/hotissue/read.php?hotissue_id=279&hotissue_item_id=9900&office_id=105&article_id=0000001100§ion_id=7


습득 현찰 돌려줬다가, 이혼 당한 남자

[팝뉴스 2004-12-23 12:05]  

습득한 돈을 돌려준 한 남성이 가정 파탄을 맞게 되었다.
22일 DPA 통신이 ‘차이나 데일리’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럭 운전을 하는 한 중국 남자가 길에서 가방을 주었다.

그 속에는 휴대폰과 한화 360만원 가량의 현찰이 들어 있었고, 남자는 주인을 찾아 돌려주었다.

하지만 난징에 거주하는 이 소박한 남자의 선행이 가정 불화를 야기했다. 아내와 가족들은 그 돈으로 빚이나 갚지 왜 굴러온 복을 차버렸냐고 쏘아붙인 것. 특히 아내는 남편에게 멍청하다 비난했다고 한다.

부부의 갈등은 6개월간 지속되었으며 아내는 ‘견딜 수 없이 멍청한’ 남편과 이혼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겨버렸다.

팝뉴스 김민수 기자


  저 남자는 돈을 잃어 곤란해하고 있을 사람을 위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의협(義俠)의 개념에 걸맞는 행동을 하고도 아내에게 이혼을 당했다. 즉 오히려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바보취급을 당하는 사회가 오늘날의 중국사회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중국인이 그런 것은 아니며 개중에는 저 기사의 남자와 같은 사람들도 틀림없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무협지의 주인공들과 같은 뛰어난 무공과 지모를 지니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는 조금 시각을 바꿔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협소설들에 등장하는 의리의 사나이들이 아닌 평범한 일반적인 대중들의 성격을 봐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천룡팔부에서 소봉이 거란인임이 밝혀지자 그때까지 그를 영웅처럼 떠받들던 군웅들의 태도가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부분들, 연성결과 비호외전의 보물에 눈이 멀어 부모형제조차 안중에 없는 무리들, 소오강호의 겉으로는 명문정파를 표방하면서 실은 권력을 잡기 위한 암투를 벌이는 각 문파의 인물들을 들 수 있다. 저들은 작품 내에서는 독자들의 비난 내지 조롱을 받는 대상으로서 존재하지만 실은 그들이야말로 오늘날 중국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려낸 것이 아닐까.

  다시 관점을 돌려 한국의 무협을 살펴보자. 한국 무협소설들은 중국 무협의 영향을 받아 탄생했지만 그 성격은 매우 다른 한국인들만의 정서가 담긴 독특한 형태로 발전돼온 장르라 할 수 있다. 한국 무협이 중국 무협과 가장 차별되는 부분을 들자면 중국의 무협은 주인공 개인을 중시함에 반해 한국무협은 주인공이 이끄는 조직을 중시함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한국 무협에서 천애 고아인 주인공이 절정의 무공을 쌓는 과정은 그리 길게 묘사되지 않는다.  반면에 주인공이 특정한 조직의 우두머리가 돼서 여타 세력을 흡수하고 조직을 키워나가 마지막에 숙적이 이끄는 집단을 무너뜨리는 과정은 매우 상세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주인공이 숙적과 마지막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보통 1~2페이지로 끝마치기 마련이다.

  이상이 한국 무협의 클리셰이지만 여기에서 왜 한국 무협이 이런 형식을 취하게 됐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즉 주인공이 조직의 우두머리가 된다 – 조직을 이끌어 키워낸다는 과정에서 보이는 주인공의 뛰어난 통솔력을 보게 되는 것이다. 정치적인 발언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나라는 전통적으로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나고 자기 발전에 대한 열의도 높은 반면 그들이 조직으로서 뭉칠 때는 그다지 좋은 화합을 이룬다고 보긴 힘들었으며 특히 통솔자의 리더쉽은 여기에서 언제나 항상 문제시돼왔던 부분이다. 그렇다고 집단이기주의나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고 이런 특성 또한 일장일단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러한 종류의 얘기는 여기서는 접어두도록 한다. 어쨌든 중요한 건 우리 사회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뛰어난 리더를 갈망해왔지만 그러한 염원이 실현된 일은 역사적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또 다른 이웃나라인 일본은 어떠한가. 그들에게는 무협이라는 장르는 없지만 대신 자신의 이상을 부르짖으며 싸운 사무라이들의 이야기와 우정과 근성을 부르짖는 열혈물이 있다. 그러나 저 나라 또한 역사적으로 볼 때 만만치 않게 배신과 암투로 점철된 역사를 자랑한다. 좁아터진 땅덩이가 수십개의 다이묘들의 세력으로 갈려 백여년간의 전란을 치렀던 전국시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오다 노부나가는 전국시대 종식을 목전에 뒀지만 부하인 아케치 미츠히데에게 배신당해 죽었으며 아케치 미츠히데는 다시 토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토벌당한다. 토요토미의 천하로 결말이 나는가 싶더니 후계자가 어리다는 빈틈을 탄 도쿠가와에 의해 다시 한 번 반전이 이루어진다. 그런 역사적 배경이 있기에 그들에게 있어 신선조나 쥬신구라 같은 이야기들은 더욱 값져보인다. 지난 월드컵의 예를 들어봐도 정작 한 편의 열혈물 같은 스토리를 실현한 것은 우리나라였지 일본은 아니었다. 그러나 일본의 스포츠물에는 언제나 그런 감동적인 드라마들이 나오지만 현실의 일본 국민들이 월드컵에 우리나라 국민들처럼 열광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있어 이런 열광은 일상일지도 모르지만 일본 국민들에게 있어선 자신들이 갖지 못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예를 통해서 보면 왜 중국의 무협에서 이토록 많은 의협지사가 등장하는지의 답이 명약관화해진다. 의와 협이야말로 대개의 중국인들이 갖지 못한 특질이며 그렇기에 그들은 가상의 세계에서나마 이러한 의협지사를 갈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 말한 오늘날의 중국인들의 모습을 볼 때 이러한 생각을 더욱 확실히 할 수 있었다. 반드시 중국인이 나쁘다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중국인들 중에도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좋은 사람들은 있을 것이며 다른 나라에도 좋지 않은 사람들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그러한 사람들이 주류에 속하느냐 비주류에 속하느냐에 따른 문제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협지사들이 주류에 들어가지 못하는 중국사회였기 때문에 무협지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이상적인 의협지사로 나타나는 것이다.
12월 022004
 
오늘은 문답의 날인가, 이런 걸 발견하고 안 해볼 수 없다는 생각에 해보는 김용소설 문답.
출처는 http://hyunmu.egloos.com/604574

1. 귀공을 김용무림으로 이끈 입문서는?
영웅문 1~3부 (사조영웅전,신조협려,의천도룡기)

2. 언제, 어떻게 입문했는가?
중학교때 서점에서 우연히 보게 돼서.

3.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복수가능) ?
안 좋아하는 작품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천룡팔부와 녹정기

4. 가장 재미없었던 작품은?
세상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5. 소장하고 있는 김용작품은?
고등학교때만 해도 전질을 갖고있었지만 세월의 무상함에 못견디고 군대간 사이에 책의 절반이 사라져있었다. 지금 가지고있는 건 김영사간 정식판 사조영웅전. 그 외에 설산비호(설산객 버전, 백마소서풍&원앙도 포함), 연성결, 벽혈검, 천룡팔부, 중문판 설산비호+백마소서풍+원앙도, 일어판 연성결, 일어판 설산비호+백마소서풍+원앙도

6.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남녀불문,복수가능)
소봉, 무진도장, 소림의 무명승, 영호충, 황약사, 강남사우(황종공, 독필옹, 흑백자, 단청생), 위소보, 쌍아, 양과, 조민,

7. 가장 싫어하는 인물은?(남녀불문,복수가능)
진가락. 구양극만도 못한 놈. 적어도 그는 황용을 위해서는 진심을 보였다.

8.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 또는 장면은?(복수가능)
신조협려, 화산에서 홍칠공과 구양봉이 얼싸안고 죽는 장면
의천도룡기, 조민이 장무기의 결혼식장에 난입해서 연적과 맺어지는 걸 저지하는 장면
녹정기, 위소보가 상결과 그 사제들로부터 구난을 구출하는 장면
녹정기, 위소보가 신룡교를 포격하고 홍교주에게 잡혔다가 살아나는 장면
녹정기, 네르친스크 조약 체결 전반
녹정기, 이자성과 오삼계의 재회
천룡팔부, 단예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
천룡팔부, 아주의 최후
천룡팔부, 소봉의 최후
비호외전, 무진도장과 호비의 대결
연성결, “나는 당신을 이곳에서 오랫동안 기다려 왔어요! 나는 벌써 당신이 이곳으로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사조영웅전, 황용이 주자류가 낸 시제 ‘금슬비파 팔대왕일반두면’으로 남녀유별함에도 황용과 곽정이 착 달라붙어 금슬이 좋음을 풍자하자 ‘이매망량 사소귀각자두장’으로 일등대사의 사대제자가 집요하게 자신들을 방해하는 모습이 꼴사나움을 풍자해서 맞받아치는 장면.
연성결, 밤마다 벽돌을 쌓는 만진산
백마소서풍, “다 좋은 사람들이야. 허나 내가 좋지 않은걸.”
월녀검, 서자봉심의 유래


9. 가장 갖고싶은 무기는?
위소보의 비수. 의천검이나 도룡도는 현실적으로 들고다니기 빡세다. 무기는 아니지만 위소보의 보의도 탐난다.

10. 가장 익히고 싶은 무공은?
이혼대법. 이걸로 타인들을 마인드컨트롤! (…)

11 . 당신이 김용무림에 떨어진다면 가장 친구로 사귀고 싶은 인물은?
영호충. 함께 일배의 술을 나눌 가치가 있는 인물 아니겠는가.

12 . 등장인물 중 이상형이 있는가? 있다면 누구?
위소보. 돈과 권력과 여인을 한손에 넣는다.

13. 가장 스승으로 삼고 싶은 인물은?
황약사. 그에게라면 진심으로 탄복하고 고개를 수그릴 수 있을 것이다.

14. 귀공의 생각에 최고로 여복이 터진 인물은?
말이 필요없다. 위소보.

15. 귀공은, 최고의 불운아는 누구라고 보는가?
양강. 자기가 원한 것도 아닌데 곽정과는 너무나도 대비되는 삶을 산 데다 요절하기까지 한다.

16. 반대로 최고의 행운아는 누구라고 보는가?
허죽. 무공과 권력과 여인을 한 손에!

17. 김용무림의 등장인물 중 하나가 된다면 누가 되고 싶은가?
위소보!!

18. 김용의 이름을 도용한 위서(僞書)중에 (여러가지 의미로)흥미로웠던 작품은?
전용(全庸)의 위소보전. 저 작가 이름만 봐도 뭔가가 느껴지지 않는가.

19. 게임 중 최고의 작품과 그 이유는?
그런 거 없다.

20. 게임 중 최악의 작품과 그 이유는?
플스판 사조영웅전.

21. 영상물 중 최고의 작품과 그 이유는?
김용소설 영상화에서 쓸만한 걸 찾아보기는 거의 힘들다. 드라마고 영화고 뭐그리들 망쳐놓는지. 오히려 김용소설 원작 자체와 큰 연관은 없더라도 구양봉과 황약사라는 두 인물의 이미지를 훌륭하게 살려낸 왕가위의 동사서독을 최고로 쳐주고싶다.

22. 영상물 중 최악의 작품과 그 이유는?
동방불패. 아래 영화문답에서도 쓴 얘기지만 원작훼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23. 만화로 그려진 작품 중 최고/최악의 작품과 그 이유는?
최고는 이지청의 사조영웅전.
최악은 그 외의 전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24. 처음 김용무림에 입문하려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은?
역시 고풍스러운 느낌이 잘 살아있는 사조영웅전 3부작.

25. 귀공이 김용소설을 읽고 있는걸 본 타인들의 반응은?
고등학교때 야자시간마다 들고다니면서 읽었는데 일부 전파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지만 대체로 ‘무협지따위 왜읽냐’였다. 김용소설이 멋지다는 걸 인정해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건 훨씬 뒷이야기.

26. 귀공에게 김용무림이 끼친 영향은?
내 인생의 바이블

27. 김용 캐릭터점을 해보셨습니까? 하셨다면 결과는 맘에 드시는지요?
흑백무상 상백지 상혁지 형제..; 비중이 낮잖아!!

Omake Quiz!

1. 김용이 세운 홍콩에서 잘 나가는 신문 이름?

2. 김용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3. ‘飛雪蓮天射白鹿 笑書神俠倚碧鴛’ 의 의미는?

상식수준의 문제지만 답은 가립니다.


1. 명보
2. 생활비 벌려고
3. ‘눈이 몰아치는 날 흰 사슴을 쏘고 글을 비웃는 신비한 협객은 푸른 원앙에 기대다’
10월 112004
 
./files/attach/images/74660/497/081/cf3f624d114786abf40598828bf497ff.jpg
김소림양 블로그로 트랙백
http://rurun.egloos.com/404327

내 결과는 서검은구록과 비호외전에 나오는 홍화회의 쌍둥이형제 흑백무상이었다. 무공도 꽤 강하고 개성도 있는 인물이지만 비중이 그렇게 높다고 보긴 힘든 캐릭터인지라 조금 아쉽긴 하다. 기왕이면 타편천하무적수 금면불 묘인봉이나 양과 같은 인물이 나와줬으면 했지만 뭐 어차피 재미로 해보는 거니.

해보실 분은 이곳
http://www.54niuniu.com/other/happy015.html
7월 152004
 

제가 철들고 처음으로 제 돈 주고 산 피겨입니다. 올 초까지 한동안 호주에서 살고 있던 Grard 하모군이 어느날 인근 피겨샵에서 발견했다고 하기에 바로 사다달라고 부탁했던 물건입니다. 강남칠괴 + 어린 곽정 피겨 세트이고 이미지는 이지청이 그린 코믹스판 사조영웅전으로부터 나온 겁니다. 나름대로 강남칠괴 각각의 무공자세와 무기라든지 얼굴표정 같은 게 잘 살아있어서 꽤 마음에 들더군요. 회사 옆자리에 계신 분 카메라로 대충 찍은 사진이라 잘 안 나왔고 산지도 꽤 되는 물건입니다만 일단 올려봅니다.

제일 앞줄 맨 왼쪽이 마왕신 한보구, 비천편복 가진악, 묘수서생 주총. 다음줄 왼쪽부터 요시협은 전금발, 소미타 장아생, 어린 곽정, 남산초자 남희인. 제일 뒤가 월녀검 한소영입니다.

나중에 제 카메라라도 사면 개별적으로 찍어서 다시 올려볼 수도 있을 겁니다.

6월 032004
 
중국 후한시대의 조엽이라는 인물이 썼다고 하는 오월춘추라는 책은 춘추시대 오나라와 월나라의 상쟁을 기록한 책이다. 거기에는 월나라 병사들의 검술이 오나라의 병사들만 못해 늘 전쟁에서 졌지만 월녀라는 신비의 고수 여검객의 지도를 받아 월나라 병사들의 검술은 천하무적이 됐고 덕분에 오나라를 이길 수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말하자면 월녀란 중국 야사에서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여협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월나라에는 아름다운 한 처녀가 살고있었다. 그녀는 남쪽지방의 인적과 멀리 떨어진 북쪽 대나무 숲속에서 자라났다.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신묘한 검술을 칭찬하였다. 월나라왕은 사신을 파견해 격금무극술을 가르쳐 달라며 후한 예물을 보내 그녀를 초청하였다. 그녀는 월나라왕을 만나러 가다가 자칭 원공이라는 한 늙은이와 만나게 된다. 원공이 그녀에게,

“듣자하니 네가 검술을 제법 잘한다는데 한 수 배워 보자꾸나.”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당당하게 대꾸하는 것이었다.

” 소녀, 어찌감히 노선배를 속일 수 있으리오 노선배께서 한번 시험해 보시죠.”

이에 원공의 손길이 숲속에 있는 대나무에 뻗치자 마자 흡사 고목이 쓰러지듯 댓가지가 잘려져 나갔다. 그녀는 손을 뻗어 떨어지는 대나무 가지를 받아들었다. 원공은 대충대충 다듬은 댓가지를 꼰아쥐고는 그녀를 향해 찔러 나갔는데,그녀의 반응은 전광석화처럼 빨랐다. 가늘고 짧은 대나무 끝으로 반격해나갔는데 정확하게 원공의 죽간 끝을 맞추어 찔렀다.
이렇게 서로 3번씩 공수를 주고 받은 후 그녀는 다시 원공을 향해 깊이 찔러나니 원공은 이를 당해낼길이 없어 훌쩍 높은 나무위로 올라가 갑자기 흰원숭이로 변하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길게 울부짓다가 어디론지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그뒤 그녀는 월나라왕을 만나게 되고 왕은 장교들을 보내 그녀로부터 그 신묘한 검술을 배우게 하여 다시 이것을 보졸들에게 가르치니 월나라 군대의 무술은 그 수준이 열국 중에서 제일 높게 되었다.
(출처 : http://www.netuni.net/netropolitan/network/network.asp?id=249&City=%EB%B2%A0%EC%9D%B4%EC%A7%95 )

그리고 위의 이야기를 각색해 신비한 무협의 세계로 이끌어낸 작품이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월녀검이라는 작품이다. 월녀검은 김용의 15편의 작품 중 가장 짧은 작품임과 동시에 가장 나중에 발표한 최후의 작품이기도 하다.(탈고한 시기로 보면 녹정기가 최후의 작품이 된다.)

이 작품은 오나라와 월나라에 얽힌 세 가지의 소재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 하나는 위에서 소개한 월녀의 전설, 또 하나는 오월동주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치열했던 오나라와 월나라간의 상쟁과 그 중에서도 와신상담으로 잘 알려진 월왕 구천과 오왕 부차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언제나 중국 사대미인의 제일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절세미인 서시와 월나라의 대부 범려의 로맨스다.

우선 월녀라는 인물이 실존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다. 애초에 오월춘추가 정사를 다룬 책이라기보다는 잡기에 가까운 기록이기 때문에 오월의 치열했던 경쟁 속에서 양념처럼 피어난 설일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소설의 소재로 다루는 데 있어 그런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월녀라는 여류 고수의 기록이 있다는 사실이며 이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무협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거기에 작가는 월녀라는 캐릭터를 설정하면서 약간의 양념을 덧붙인다. 즉 소위 무협소설의 여고수라 하면 차가운 이미지로 남성을 짓밟거나 교태로운 이미지로 남성을 홀리는 형태의 캐릭터가 주류를 이루는데 오월 양국의 명운을 뒤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월녀쯤 된다면 대체 어떤 여성이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기 마련이다. 작가는 그 허를 찌르고 산 속에서 양을 치며 지내는 순박한 시골처녀 아청을 등장시킨다. 세상 물정 모르는 그녀는 위의 설화의 원공을 각색한 하얀 원숭이와 매일 같이 싸우면서 절세의 검술을 이뤘지만 정작 자신은 그게 검술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고 따라서 검술을 가르칠 줄도 모르기에 범려는 병사들을 그녀와 대련시켜서 모든 병사가 조금씩 그 초식을 익히게 하고 다시 서로에게 그 초식을 가르치게 해서 단 3일의 지도만으로 월나라 병사들의 검술은 천하무적이 된다. 이렇듯 캐릭터 설정뿐만 아니라 검술을 월나라의 병사에게 전수하는 방식 또한 기이하기 짝이 없어서 위의 설화를 보고 일반적으로 상상하게 되는 월녀에 대한 이미지는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오월동주와 와신상담에 대한 고사는 워낙에 유명하니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시대적 배경이기도 하고 스토리 전개의 핵심을 이루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점은 이 소설은 월왕 구천의 오왕 부차에 대한 복수 이야기 같은 게 아닌 범려와 서시, 그리고 월녀 아청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범려와 서시가 이후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범려는 이후 월왕 구천의 곁을 떠나 치이자피라고 이름을 바꾸고 다른 나라로 건너가서 큰 부를 이뤘고 서시는 거기서 자결했거나 분노한 오나라 백성들에게 죽었다는 설이 있다. 반대로 범려와 서시는 서시가 오나라로 가기 전부터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이후 둘은 재회해서 태호변에서 뱃놀이를 하며 행복하게 지냈다는 설도 있다. 당연하게도 소설에서 써먹기에 매력적인 소재는 후자이고 작가는 여기에 다시 아청이 실은 범려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3각관계라는 양념을 첨가한다.

아청은 재회의 기쁨에 겨운 두 사람에게 질투를 느끼고 살의를 느껴 서시의 가슴에 칼을 들이대게 된다. 이 부분만을 놓고 보자면 여느 흔한 로맨스물 같은 전개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의 필력이 진가를 발휘하는 부분은 바로 이 장면에 있다. 연적의 가슴에 칼을 겨누고 찌르려 했지만 서시의 아름다움을 본 아청은 그만 그 아름다움에 경탄하고 말게 되고 자신은 그처럼 아름다운 여인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여겨 칼을 거두고 떠나고 만다. 중국의 많은 문학작품에서 서시의 아름다움을 찬양하지만 정작 그 실물을 볼 길은 없다. 작가는 여기서 서시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기 위한 방법으로 연적조차도 그 아름다움에 감복하고 칼을 거두게 만든 것이다. 대체 얼마나 아름다우면 그럴 수가 있는 것일지 독자는 무궁무진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그리고 아청이 서시에게 칼을 겨눌 때 뻗는 기로 인해 내상을 입은 서시는 이후로 종종 가슴에 통증을 느껴 표정을 찡그리며 가슴을 부여잡게 되고 이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여서 후일 여인의 미태를 표현하는 말인 서자봉심(西子捧心)의 근원이 됐다고 하니 독자들은 그 아름다움은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지경이었으리라 여기게 된다.

이렇듯 월녀검이라는 작품은 오나라와 월나라 사이에 있던 몇 가지 실화와 설화를 작가가 적당히 짜집기하고 거기에 스스로 각색을 더해 만든 월녀라는 신비의 여성과 서시와 범려에게 바치는 오마쥬가 아니었을까. 그리하여 이 작품은 김용의 작품 중 가장 짧으면서도 가장 기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으로 남게 된다.

6월 092003
 
  1. 김용 최후의 작품 녹정기

필자가 최초로 김용소설을 접하고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각 작품별로 평균 10여회를 읽었고 이젠 몇번을 읽었는지조차 셀 수 없지만 김용의 소설들은 볼 때마다 크게 새로움과 깨달음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 중에서 김용의 최고 걸작을 꼽으라면 필자는 언제나 천룡팔부와 녹정기 두 작품을 쌍절로 꼽으며 그 중에서도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필자는 언제나 녹정기를 꼽는다.

녹정기는 김용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일문을 이룬 작품이다. 녹정기는 김용이 최후로 탈고한 작품이고 기존의 작품들과 매우 틀린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그로 인해 녹정기가 연재될 당시 독자들로부터 이는 김용이 쓴 작품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다고 한다. 대인대의를 품고 절정신공을 휘두르는 다른 작품의 주인공들과 달리 이 작품의 주인공 위소보는 제대로 된 무공을 구사하지도 못하며 열심히 익히려 들지도 않는다. 무림의 분규는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며 줄거리의 흐름은 역사적인 사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무협소설이라기보다는 역사소설에 가까운 면이 많다. 그러면서도 독자는 이 기이한 이야기를 통해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을 적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품게 된다. 이러한 작품이 지니는 특이한 성격에 대해 중국 남창항공대학 중문학과의 진묵(陳墨)교수는 1984년 자신이 쓴 김용소설감상이라는 책의 녹정기 평론에서 ‘사불상(四不象)’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즉 무협이되 무협이 아니고(非武非俠) 역사소설이면서 기정소설이기도 하다(亦史亦奇)는 말이다.

  2. 역사소설 녹정기

서문에서 설명했듯 이 작품은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작품이다. 이야기의 도입부는 명사(明史) 편찬과 관계된 수많은 선비들이 떼죽음을 당한 문자옥(問字獄)의 배경 설명과 함께 그 화를 입을 뻔한 당대의 선비 고염무와 당시 청을 물리치고 명을 되찾자는 반청복명(反淸復明)의 기치를 내걸던 비밀결사 천지회(天地會)의 총타주 진근남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위소보는 양주십일(楊州十日)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강희 초년간 양주지역의 기녀원 출신이며 우연히 강호의 호걸 모십팔을 구하게 된 위소보는 모십팔과 함께 북경으로 올라가 우연히 황궁으로 들어가 황제의 총애를 얻게 된 뒤 수많은 역사적 사건에 관여하게 된다.

위소보는 후에 성조(聖祖)라는 묘호를 받게 되는 강희황제(康熙)의 명을 받아 당시 어린 황제를 대신해 섭정을 하며 권력을 휘두르던 보정대신(輔政大臣) 오배(鰲拜)를 제거하는 일을 통해 황제가 권력의 기틀을 다짐을 시작으로 해서 불안했던 청나라 초기의 정세를 대변하는 여러 가지 사건들 – 삼번(三番)의 난(亂)(명말 청나라가 중국을 정복하는데 공을 세웠던 3명의 한인 출신 왕이 반란을 일으킨 사건), 대만 병합(명 멸망 이후 정성공(鄭成功)은 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강희는 정성공의 사후 손자 정극상이 다스리던 대만으로부터 항복을 받아냈다),  네르친스크 조약(중국이 타국과 맺은 최초의 근대조약.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확정지었다.), 그 외의 크고 작은 사건들 – 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원래 역사 속의 실존인물과 가상의 인물을 공존시키면서 가상의 인물이 단지 역사속의 주변인물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역사의 주요 무대에 등장하도록 하는 기법은 김용소설에서 가장 장기로 내세우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그러한 기법은 그의 여느 작품보다도 빛을 발하고 있으며 이는 김용이 그의 처녀작 서검은구록의 후기에서도 밝힌 것처럼 ‘사가(史家)는 정사(正史)를 선호하지만 소설가는 야사(野史)를 선호하기 마련이다’라는 말처럼 작품 곳곳에 야사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실제처럼 꾸며내는 기법과 어우러져 독자는 마치 위소보라는 인물이 역사 속의 실존인물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마저 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상당 수준의 배경지식이 필요한 반면 작가는 작품의 부분 부분에 당시의 사회,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을 자연스럽게 깔아둠을 잊지 않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의 흐름을 잃지 않게 하는 배려를 하고있다. 이와 같은 기법 덕분에 독자는 명말청초의 중국 역사 공부를 하게 됨과 동시에 실제 역사와는 다른 위소보라는 인물이 존재했던 또 하나의 역사를 접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기에 이 작품이 역사소설이면서 또한 기정소설이기도 한 것이다.

  3. 주인공 위소보

  주인공 위소보는 실로 독특한 캐릭터이다. 본래 기녀의 사생아 출신으로서 동네의 건달에 불과했던 그는 모십팔을 따라 상경한 이후 가짜 태감(환관)으로부터 시작해서 일등 녹정공, 무원대장군 등의 작위를 받는 황제의 총애를 받는 대신이 된다. 반면 청나라에 저항하는 비밀결사 천지회의 총타주 진근남의 제자가 되고 청목당의 향주가 됨으로써 청의 대신이자 반청조직의 간부라는 이중적인 신분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벌이기도 한다. 그뿐이 아니고 사이비종교 신룡교에서는 백룡사라는 직책을 맡게 되며 황제의 명을 받고 소림사에 출가하니 소림방장 회총의 사제가 되어 회명이라는 법명을 받게 되고 몽고 왕자와 서장의 라마와 결의형제를 맺는가 하면 러시아로 건너가 표트르대제의 누나인 소피아공주와 정을 통하고 소피아공주가 권력을 찬탈하는데 일등공신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위소보는 절대 인의를 내세우는 협사가 아니다. 그는 타인을 속이고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일을 밥먹듯이 하는 비열한 인물이며 여타 무협소설의 주인공처럼 고강한 무공을 휘두르지도 못하고 상대의 눈에 석회가루를 뿌려 암습을 가하거나 후반부에 익히는 신행백변이라는 경신술을 이용해 도망을 치는 것만을 장기로 삼는다. 글재주가 뛰어난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그가 아는 글자는 불과 7,8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디에서나 큰 성공을 거두고 어느 조직에서나 2인자의 자리에 올라서는 놀라운 정치력을 보인다. 이는 작품 내에서도 수시로 묘사되는 도박에 대한 묘사에서 그 연관을 찾아볼 수 있으며 위소보는 걸어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아는 큰 도박꾼이다. 비록 도박사로서의 위소보는 참꾼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함이 많은 속임수에 의존하여 하수만을 잡아먹는 야마시꾼에 불과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그가 그런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은 속여도 자신의 사부인 진근남과 황제 강희만은 속이지 않았으며 그의 연전 연승을 높이 본 선비들이 그를 황제로 추대하려 했을 때에도 그는 이를 거부했다. 필요할 때는 과감한 결단력을 보이고 위급하다 싶으면 즉시 물러선다. 이러한 나아감과 물러섬을 아는 자세는 그의 머리가 목 위에 붙어있도록 함과 동시에 언제나 큰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됐다.

  위에서도 간단히 언급했지만 이 작품에서 위소보와 가장 큰 연관을 지니는 인물을 꼽자면 그의 사부인 진근남과 주군인 강희제이다. 진근남은 한족(漢族)을 상징하는 인물이자 구시대, 즉 명나라를 대표하며 위소보의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이다. 강희제는 만주족을 상징하는 인물이고 신세대, 즉 청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며 위소보의 죽마고우이다. 위소보의 출신은 불분명하다. 그는 기녀 위춘방의 사생아이며 아버지를 모른다. 따라서 그는 한족일 수도 있고 만주족일 수도 있고 그렇기에 그가 이중의 신분을 지니면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사실 또한 납득할 수 있으며 그런 그에게 아이덴티티를 제공하는 인물이 이 두 명인 것이다. 김용의 여타 작품에서는 이민족을 배척하는 한족 정통론을 내세우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민족까지도 모두 중국인으로 보는 포괄적인 개념의 중화사상을 내세운다. 작품 중에서 진근남이 사망하면서 천지회가 몰락하고 청나라가 기틀을 잡아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은 신구세대의 교체를 나타냄과 동시에 그러한 사상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위소보야말로 모든 이민족을 하나의 중국인으로 묶는 통합된 중화사상을 한몸에 축약시킨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비열한 소인배이지만 임금에게 충성하고 친구를 돕는다. 한인도 아니고 만주인도 아니기에 – 무엇보다 본인에게 그런 자각이 없기에 – 어떤 민족성을 지니지도 않는다. 무공과 지식은 형편없지만 과감한 결단력과 뛰어난 언변과 놀라운 임기응변으로 난국을 타개하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이 위소보란 인물을 창조해냈다는 사실이야 말로 이 작품이 그 어떤 소설과도 차별화되는 무도 아니고 협도 아닌 독자적인 일문을 이룬 작품이라는 근거라 할 수 있다.

  4. 천하(天下)를 좇는 군웅들

  작가는 이 작품의 도입부에서 선비들의 대화를 통해 제목의 뜻에 대한 설명을 풀어놓는다. 사슴은 순하고 저항할 줄 모른다. 하지만 무리를 지어서 행동하기 시작하면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고대 중국에서는 백성들을 종종 사슴(鹿)에 비유하곤 했다. 하(夏)의 우왕(禹王)은 구주(九州)의 쇠를 거둬들여 아홉 개의 솥을 만들고 거기에 각각 구주의 명칭과 산천을 새겨 아홉 개의 솥을 가지는 자가 천하의 주인이 된다고 했다.

  그러한 제목 그대로 이 작품에는 패권을 노리거나 그에 관련된 군웅들이 나온다. 부모자식간의 정을 그리워하면서도 결국은 국가지대사를 더 중요시하는 강희제, 매국노의 오명을 쓰면서 권력을 쥐었지만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반역을 일으키는 평서왕 오삼계, 명나라를 멸망시켰으나 순식간에 천하를 청나라에게 빼앗긴 틈왕 이자성, 명나라의 마지막 공주 장평공주, 헛된 망상에 사로잡히는 신룡교 교주 홍안통, 형을 시해하고 연평군왕 자리를 찬탈하는 정극상과 이를 돕는 풍석범, 섭정여왕의 자리에 올랐으나 소설상에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후일 동생을 시해하려다 실패하고 역으로 유폐당하는 러시아의 소피아공주 등등. 녹정기는 이러한 천하를 노리는 군웅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삼국지와 같은 장수들의 무용과 군사들의 신기묘산이 어우러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못지 않은 인물들의 이해관계와 감정싸움이 얽힌다.

  그리고 여기서 작가는 강희제라는 인물을 하나의 이상적인 군주의 형태로 내세운다. 필자는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에 실제 그의 치적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까진 알 수 없지만 그도 사람인 이상 틀림없이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는 정치를 펼친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강희의 시대에 중국은 문화 경제 외교면에서 역대 그 어느 왕조보다도 융성했고 강희는 역대 중국 황제 중 가장 오랜 제위기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작품 중에서 그런 강희의 치세에 따라 천하는 점차 안정돼가고 청나라의 기틀이 공고해짐에 따라 천하를 잡아보겠다는 야망은 하나 둘 사그러진다. 심지어 선비들은 마지막 희망으로 위소보에게 황제가 되어 반란을 일으킬 것을 종용해보지만 그조차도 위소보의 거부로 무산된다. 그리하여 천하는 이민족이 세운 청나라의 시대로 굳어지게 되니 이야 말로 역사의 흥망성쇠가 한 편의 소설 속에서 고스란히 묘사됐다고 볼 수도 있다.

  5. 맺으며

  비록 장황하고 딱딱한 글이 됐지만 녹정기는 곳곳에서 작가의 뛰어난 유머감각을 엿볼 수 있는 재기 넘치는 작품이다. 다른 김용의 소설들을 찾아봐도 이정도로 많은 말장난과 개그를 찾아보긴 힘들다. 이는 주인공 위소보라는 인물의 성격 설정으로 인한 부분도 크지만 덕분에 어떻게 보면 김용의 다른 작품에 비해 딱딱한 분위기로 전개되는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 배려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어쨌든 장대한 스케일, 수많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 소설의 긴 분량이 절대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작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등 여러 모로 이 작품은 김용 소설 중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것이며 그렇기에 필자는 이렇듯 졸문을 남겨가면서까지 이 작품의 일독(一讀)을 권하는 바이다.

  끝으로. 여담이지만 옛날 중원문화에서 나왔던 최초의 녹정기 번역판은 서장 부분의 명사사건에 대한 개요와 오륙기와 고염무, 그리고 진근남이 만나는 장면이 잘렸다. 그리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텍스트파일판 녹정기에서도 이 장면이 잘려있으니 그러한 불완전한 것으로는 이 작품의 진경을 맛보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녹정기를 보고자 하는 분은 반드시 제대로 된 완역판을 구해서 볼 것을 권장한다.

5월 212003
 
당연한 얘기지만 김용은 중국인이다. 그의 작품들은 중국인에 의해서 쓰여진 것이며 그렇기에 중국인의 사상, 감정, 역사, 지리, 생활 등이 녹아 들어있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읽다 보면 느끼게 되는 한 가지의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중국인 특유의 중화사상(中華思想)에 관한 것이다. 김용의 작품들에는 집필된 시기에 따라 조금씩 확대 해석되는 변모한 중화사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실제 그의 작품들 – 주로 녹정기 – 를 통해 이러한 변화를 알아보도록 하자.

김용의 초기 작품을 읽어보면 주로 한인 우월주의가 바탕에 깔린 일반적인 형태의 중화사상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작품 중 상당수가 중국 대륙이 이민족에 점거 당했고 그에 항쟁하던 시대를 그리고 있다. 데뷔작인 서검은구록에서는 만청(滿淸)에 대항하는 홍화회(紅花會)라는 가상의 조직을 내세우고 야사에나 등장할 소재인 건륭한인설(乾隆漢人說)을 사실처럼 쓰고 있으며 심지어 건륭을 주인공 진가락의 형제로 설정하고 있다. 사조영웅전 3부작에서는 남송(南宋)으로부터 원에 이르는 여진족과 몽고에 대한 항쟁을 그리고 있으며 이러한 시대를 민중들에게 있어서의 암흑기로 묘사하고 있으며 주인공은 이들 이민족을 물리쳐야 하는 사명에 불타는 영웅들로 설정돼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향은 그의 후기작품에 들어서면서 변화하게 된다. 천룡팔부에서는 주인공인 소봉의 출생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고 그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갈등하는 부분, 한족만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역설하는 여러 장면들에서 이런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관념의 변화는 그가 마지막으로 완결지은 작품인 녹정기에서 극에 달하게 된다. 주인공 위소보는 기녀원에서 자란 아버지를 모르는 사생아다. 마지막 장면에서 위소보가 그의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를 보자.

위소보는 어머니를 방안으로 끌어들이면서 다짜고짜 물었다.
[어머니, 나의 아버지는 도대체 누구지요?]

위춘방은 눈을 부릅떴다.

[내가 어떻게 아니?]

위소보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머니가 뱃속에 나를 잉태하기 전에 어떤 손님들을 받았나요?]
[그때 너의 어머니는 매우 예뻤단다. 그래서 매일 여러 손님들이 찾아들곤 했는데 내가 어찌 그들 모두를 기억할 수 있겠느냐?]
[그 손님들은 모두 한인들이었나요?]

위춘방은 말했다.

[물론 한나라 사람도 있었고, 만주의 벼슬아치도 있었으며, 또 몽고의 무관도 있었다.]
[외국의 귀신 같은 작자는 없었나요?]

위춘방은 화를 내며 말했다.

[너는 너의 에미가 썩어 문드러진 갈보인 줄 아느냐? 외국 귀신들마저도 받게? 빌어먹을! 나찰귀, 홍모귀(紅毛鬼) 들이 여춘원으로 들어올 때마다 이 에미는 빗자루로 그들을 쓸어 냈단다.]

위소보는 그제서야 안심을 했다.

[그것 참 잘하셨습니다.]

위춘방은 고개를 쳐들고 옛일을 희상해 보다가 말했다.

[회족(回族) 사람이 있어서 종종 나를 찾아왔는데 그의 얼굴 모습이 매우 준수했단다. 나는 종종 너를 볼 때마다 너의 잘생긴 코가 그를 닮았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러면 한인, 만주인, 몽고인, 거기에다가 회족 사람까지 있었군요? 그럼 서장 사람은 없었나요?]

위춘방은 크게 의기 양양해져서 말했다.

[어째서 없었겠느냐? 그 서장의 라마는 침대 위에 오르기 전에 반드시 불경을 외웠지. 불경을 외우면서 또 한편으로는 눈동자를 슬금슬금 굴려서 나를 쳐다보았단다. 너의 눈동자가 흘금거리는 것을 볼 때면 그 라마를 보는 것 같다니까!]

이 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위소보는 다수민족국가인 중국에서 어느 민족에 해당되는지조차 알 수 없게 설정돼있다. 이러한 위소보의 애매한 출생 설정은 그가 반드시 반청복명이라는 대의명분에 얽매여야 할 이유가 없었고 만주족인 강희제와의 우정과 한인을 대표하는 조직인 천지회에 대한 의리 사이에서 갈등했던 부분에 대한 당위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김용의 기존의 작품에서 보이던 한인 우월주의를 통한 중화사상이 점차 확대 해석되어 중국이라는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민족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의 중화사상으로 변모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결국 김용이 이 보다 포괄적인 중화사상에서 강조하는 것은 서양 문물에 대한 경각심이며 동양인이 절대 그들보다 열등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정성공이 대만의 네덜란드 세력을 몰아내는 일화에 대한 부분, 위소보가 러시아에 건너가서 폭동을 선동하는 부분, 그리고 후일 위소보가 흑룡강 일대에 출정해서 승리를 거두고 네르친스크 조약을 맺는 부분 등에서 엿볼 수 있다. 다음은 녹정기에서 네르친스크 조약 중 국경선 결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흑룡강 일대의 땅을 러시아가 점거하고 있었으니 러시아의 땅이라는 말에 협상에 참가하고 있던 색액도가 갑자기 그렇게 따지자면 모스크바는 중국의 땅이라면서 반박하는 부분이다.

[이 징기스칸은 우리 중국에서 원태조(元太祖)라고 부르고 있소. 왜냐하면 그는 우리 중국에서 원나라를 창건하신 태조이기 때문이오. 그는 몽고사람이오. 귀사도 방금 말했지만 만주 사람이나 몽고 사람, 그리고 한인은 모두 중국 사람이며 전혀 차이가 없다고 했소. 그때 몽고의 기마병은 서쪽을 정벌하였는데 한때 나찰 군사와 크게 몇 번 싸운 적이 있소. 귀국의 역사책에 똑똑하게 기술되어 있을 것이오. 그 몇 차례의 커다란 싸움에서 우리 중국인이 이겼소? 아니면 귀국의 나찰인이 이겼소?]
비요다라는 잠자코 있더니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몽고인이겠죠.]

색액도는 말했다.

[몽고인은 중국 사람이오.]

비요다라는 한참 동안 눈을 부릅뜨고 있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위소보는 옛날의 일을 모르고 있었는데 그와 같은 말을 듣자 새삼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끼고 말했다.

[중국 사람과 나찰 사람이 싸움을 한다면 나찰 사람은 반드시 지게 마련이오. 그대들의 재간은 확실히 뒤떨어지지요. 다음에 다시 싸운다면 우리들은 그저 한 손으로 싸워도 충분할 것이오. 그렇지 않을 때는 쌍방의 격차가 너무나 심해 싸워도 아무런 재미가 없을 것이외다.]

이 장면을 통해서 김용은 자신의 기존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이민족에 대해 그어왔던 경계선을 없애고 그들을 명확히 ‘중국인’이라는 틀에 묶고 있으며 당시 강대국이었던 러시아를 징기스칸에 대한 인용을 통해 기존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한족 – 이민족의 구도, 즉 한족보다 열등한 민족이라는 개념을 그대로 중국인 – 서양인의 구도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민족의 한족 지배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초기의 작품들은 ‘이민족에게 지배받던 시대 = 암흑기’라는 단조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족이 차별대우를 당했던 원, 한족이 굴욕적인 항복을 하고 조공을 바쳐야했던 남송 시대는 그랬을지도 모르겠지만 왕조 교체기때마다 전란이 끊이지 않았던 중국 역사상 과연 그것이 한족만으로 이루어지던 시대보다 암울했다고만 할 수 있겠는가? 위소보와 강희의 대화를 통해 한인으로 이루어진 왕조라도 어리석은 황제들은 얼마든지 있었으며 그 때마다 민중들은 고생했어야 했다는 점을 역설한다. 오히려 녹정기에 등장하는 대내적으로 강희제는 민생을 안정시키고 내란을 제압하며 대외적으로 중국의 세력을 확장하는 등 중국 역사상 보기 드문 명군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실은 다음의 김용이 직접 썼던 후기에서도 밝히고 있는 바이다.

나의 초기 작품들은 한나라 왕조의 정통성을 내세우려는 의도가 매우 강했다. 하지만 후기에 이르러서는 중화민족의 각 민족을 한 울타리로 보는 관념이 기조를 이루게 되는데, 이는 모두 나의 역사관이 세월을 거쳐 진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천룡팔부(天龍八部)><백마소서풍(白馬嘯西風)><녹정기(鹿鼎記)>에서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녹정기>의 주인공 ‘위소보’의 부친이 한족, 만주족, 몽고족, 회족, 서장족 중 하나일 가능성이라든지, 제1부 소설<서검은구록>에서의 주인공인 ‘진가락’이 후에 회교로 귀의한다는 설정을 해놓아 민족의 관념에서 좀더 자유로워졌다.

어떤 민족, 어떤 종교, 어떤 직업이든 그 어느 곳에서든지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나쁜 황제가 있으면 좋은 황제도 있고, 몹쓸 대관이 있으면, 백성을 정말로 사랑하는 대관도 있을 것이다. 책 속에 나오는 한족, 만주족, 거란족, 몽고족, 서장족 등 역시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다. 그리고 스님, 도사, 라마승, 서생, 무사 등 모든 등장인물은 각양각색의 개성과 품성을 지니고 있다.

어떤 독자들은 주인공들을 딱 둘로 나누어, 좋고 나쁜 사람으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각각의 상황을 추론하여 전체 집단을 판단하는데, 이는 절대로 작가의 본 뜻은 아니다.
역사상의 사건과 인물은 당시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 송과 요나라 때, 원과 명나라 때, 그리고 명과 청나라 때에 한족과 거란, 몽고, 만주족 등 사이에 격렬한 민족투쟁이 있었다. 몽고와 만주족은 종교를 정치도구로 이용했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모든 부분들은 모두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관념과 생각들이며, 이는 후세나 현대인의 관념을 그대로 본따 묘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그의 역사와 민족에 관한 시각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변하고 있고 중국인이 아닌 우리의 입장에서 바라보기에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조금 거리낌이 일어나는 사상일 수도 있다. 어쨌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의 글에 담겨있는 사상의 함축도는 더욱 높아지고 원숙해지고 있다는 점이며 이런 작가의 사상의 변화를 직접 읽으면서 느껴보는 것 또한 김용소설을 읽는 큰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5월 212003
 
中, 98년 발견 소행성에 소설가 이름붙여”발견자 이름 부여” 관례 깨

중국과학원 국가천문대는 98년 2월에 발견한 소행성에 무협소설작가 진융(金庸) 의 이름을 붙였다.

6일 저장(浙江)천문대에서 열린 명명식에 나온 진융은 “큰 영광”이라고 기뻐하면서 “관례대로 발견자인 국가천문대 주진(朱進)박사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거듭 고사했었다”며 그간의 사정을 밝혔다. 그러나 소행성 발견에 매달려온 과학자들이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어 별을 관측할 일이 없어지면 대개 진융의 무협소설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로 시름을 달랬기에 이에 대한 보답이 필요하다며 진융의 이름에서 따와야 한다고 고집한 것. 목성과 화성 사이 궤도를 도는 진융소행성은 발견된 지 1년 4개월 만인 99년 6월 국제공인을 받았다. 진융의 무협소설은 중국 한국 대만 일본에서 1억권 가까이 팔렸다.

5월 212003
 
이곳 게시판에서 글을 읽다보면 김용의 진본 15종에 대한 글이 그렇게 많이 올라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잘 모르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전에도 제가 이곳 게시판에 올렸던 적이 있는 김용의 진본 15종의 목록과 국내에서 발매 될 때 나온 제목까지 다시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국내 발매 제목부분에선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와있는것들의 대부분은 수록해놓았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리고 여기서 언급이 되지 않았음에도 김용의 이름을 달고나온 작품들은 십중팔구는 김용의 작품이 아니라고 단언해둡니다.
일단 김용의 작품목록 15가지를 모두 외우는데는 김용이 자신의 작품 15부 중에서단편인 월녀검(越女劍)을 제외한 14부의 제목의 앞글자를 따서 지었다는 다음의 대련을 참고하시는게 편리합니다. 그 대련은 다음과 같습니다.

     飛雪連天射白鹿(비설연천사백록)       笑書神俠倚碧鴛(소서신협의벽원)

이 대련의 뜻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늘 가득히 눈이 휘몰아쳐 흰 사슴을 쏘아가고
글을 조롱하는 신비한 협객은 푸른 원앙새에 기댄다’

입니다. 참고로 이 해석은 무림백과라는 책에서 인용했습니다.

그리고 위의 대련은 각각 순서대로 다음 작품들의 앞자에서 따온것입니다.

1. 飛狐外傳(비호외전)

김용의 다른 작품인 雪山飛狐(설산비호)의 주인공인 호비(胡斐)의 어린 시절에서 청년 시절까지를 다루고있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여기서 호비라는 인물을 통해 진정한 대장부를 표현해 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원제목 그대로 비호외전이라고 나온게 있고 그 외에 ‘비호’,’천룡문’,’월녀검’ 이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는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월녀검이라는 제목으로 나와있는 책은 김용의 단편인 월녀검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것입니다.

2. 雪山飛狐(설산비호)

비호외전의 전편격인 작품으로 시대적 배경으로는 이것이 뒤에 해당되지만 이것이 먼저 발표된 작품입니다. 이자성의 난과 그 수하에 있던 무사들, 그리고 그 후손들의 대대로 얽힌 원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며 불완전한 결말로 인해 말이 많았던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산객이라는 제목으로 나와있으며 이 설산객에는 김용의 두가지 단편인 白馬嘯西風(백마소서풍)과 鴛鴦刀(원앙도)가 함께 수록되어있습니다.

3. 連誠訣(연성결)

김용의 작품 중에서는 단 두권으로 이루어져있는, 꽤 짧은 편에 속하는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김용의 여느 작품 못지 않게 강렬한 느낌을 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온갖 추악한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가운데에서도 인간미 넘치는 감동적인 스토리를 절묘하게 조화시킴으로써 큰 감동을 남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제목 그대로 연성결이라고 나와있습니다.

4. 天龍八剖(천룡팔부)

아시는 분은 다 아실 鹿鼎記(녹정기)와 함께 작가 자신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김용의 양대 걸작으로 꼽는 작품중 하나입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김용만이 해낼수있는 방대한 스토리, 역사와 허구의 절묘한 조화, 살아 숨쉬는 개성적인 인물들이 존재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김용의 불교에 대한 깊은 조예를 통한 독특한 불교적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 이기도 합니다. 김용의 팬임을 자처하시는 분이면서도 이 작품을 아직도 안보셨다면 당장 가서 사보실것을 권유해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에 ‘대륙의 별’ 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었다가 다시 원제목 그대로 천룡팔부라는 제목으로 나온바 있습니다. 둘다 역자는 박영창님이며 어느쪽을 사도 내용 자체에는 상관이 없을거라 여기지만개인적으로는 원작의 느낌을 좀더 잘 표현한 원제목 그대로 나온 천룡팔부쪽을 추천하고 싶군요. 이쪽은 원작과 같이 소설 전체가 정확하게 50회로 나눠져있고 고시(古詩)에서 인용되어있는 각 회의 소제목 또한 그대로 나타나있습니다.

참고로 천룡팔부 2부라고 나온것은 김용의 다른 작품인 俠客行(협객행)과 같은 것이며 천룡팔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작품입니다.

5. 射雕英雄傳(사조영웅전)

이 제목의 뜻을 풀이하면 말 그대로 ‘독수리를 쏜 영웅의 이야기’ 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제목 그대로 ‘영웅이란 무엇인가’ 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까요.이 작품에는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며 거기에는 영웅적인 인물과 비영웅적인 인물이라는 크게 두가지의 전형이 등장합니다. 여기에서 작가는 가장 이상적인(여기서 이 이상적이라는 말에는 중국적 영웅의 기준이 많이 작용하겠지만) 영웅의 인물상으로서 곽정이라 는 인물을 등장시킨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웅문 1부로 출판되어있습니다.

6. 白馬嘯西風(백마소서풍)

김용의 세가지 단편중 하나입니다. 단편인만큼 방대한 스케일이나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키진 못했지만 김용의 작품이니만큼 볼 가치는 있을겁니다. 어떤 형태이든 간에 김용의 작품은 모두 한번 이상은 볼 가치가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또한 나름대로 장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다른 맛을 느낄수 있을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설산객의 2권에 함께 수록되어있습니다.

7. 鹿鼎記(녹정기)

역시 천룡팔부와 함께 김용의 양대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김용은 위소보와 강희제, 진근남이라는 세 인물의 조화와 대립을 통해기존의 한족만을 기준으로 한 중화주의에 의문부호를 던지고 한족이나 몽고, 만주족, 기타 중국의 소수 민족까지 그 범위에 포함시키는 새로운 중화사상을 나타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뿐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김용의 명청 교체기에 관한 역사적 시각등을 알 수 있는 작품이죠. 여 러가지 의미에서 김용의 최고 걸작이라고 꼽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입니다. 이것도 필독해야할 작품이니 안보신 분이 있다면 꼭 보시길.

우리나라에서는 옛날 중원문화사에서 나왔던 11권짜리 녹정기와 서적포에서 나온 12권짜리 녹정기가 있는데 서적포판이 표지도 세련됐고 중원문화사판에서 잘라먹은 1권의 앞부분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완역본입니다. 그리고 중원문화사판에는 한자를 잘못 읽었다던지 하는 사소한 오류가 있었습니다. 요즘에 중원문화판도 다시 12권으로 재판을 찍었던데 아무래도 표지가 멋지다는 이유가 결정적인지라 서적포판을 추천하고싶군요.

8. 笑傲江湖(소오강호)

이 소설의 제목을 해석해보면 ‘웃으며 강호를 업신여긴다’ 입니다. 말 그대로 강호에서 일어나는 권력투쟁, 인간의 지저분한 욕망 등에 염증을 느끼고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주인공 영호충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한 제목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바로 어떠한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방의 초식에 따라 천변만화하는 독고구검이라는 검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원문화판의 원제목 그대로 나온 소오강호, 그 외에 ‘아! 만리성’,’동방불패’ 등의 제목으로 나와있는데 중원문화판 소오강호는 절대 사지 마십시오. 1권 제일 앞부분의 청성파가 복위표국을 멸망시키는 부분을 잘랐습니다.

9. 書劍恩仇錄(서검은구록)

김용의 처녀작입니다. 처녀작인 만큼 여타 김용의 작품에 비교해보면 아직 미숙해보이는 부분이 눈에 띄긴 하지만 그나마도 여타 무협작품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어쨌든 이 작품에서는 후일 김용의 다른 작품에서 쓰이는 요소들의 원형이 드러나고있습니다. 역사적 실존인물과 허구적 인물과의 조화, 야사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를 소재로 다룬다는것 등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향비’ 라는 제목으로 고려원에서 출판되어있습니다.

10. 神雕俠侶(신조협려)

김용의 작품들 중에서 보다가 이렇게 답답한 느낌이 드는 작품도 없을 겁니다. 양과와 소용녀의 이루어질 듯 하면서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그러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것이겠지만 그렇기에 두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질때 그 감동이 더욱 커지는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그렇기에 이 소설이 그토록 애절한 느낌을 주는 게 아닐까요.

이 작품의 주제나 등장인물, 등장하는 소재들은 모두 정(情)이라는 단어와 밀접한 관련을 지닙니다. 그중에서도 젊은 시절의 실연으로 인해 그토록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던 이막수는 아마도 김용의 작품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성 조연이자 악역이 아니었을까 하고 여깁니다. 또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정화(情花)라는꽃은 그야말로 이 작품의 주제가 모조리 함축되있는 소재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웅문 2부로 출판되어있습니다.

11. 俠客行(협객행)

역시 김용의 작품 중에서 짧으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헤매게 만들다가 결국은 마지막까지 뭔가 여운이 남는 애매모호한 결말을 지음으로서 매우 독특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죠. 이러한 구성은 후에 천룡팔부에서 사용하게 되는 기법의 모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제목 그대로 협객행이라고 나온것과 ‘천룡팔부 2부’라는 제목으로 나온 두종류가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제가 않읽어봐서 어떤지 잘 모르겠군요.

12. 倚天屠龍記(의천도룡기)

사조영웅전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이 소설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군요.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좋아하지 않아서일까요. 어쨌든 이것도 봐둬야 할작품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웅문 3부로 출판되어있는것이 대표적이고 그 외에 ‘대평원’ ‘대륙의 영웅’ 등의 제목으로 나온것이 있습니다.

13. 碧血劍(벽혈검)

김용의 초기작으로 후일 김용이 즐겨 사용하던 소재인 이자성의 난, 명청교체기 등을 다루고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인 명나라의 장평공주, 뒤에 여승 구난이 되는, 진원원, 오삼계, 이자성, 하척수 등은 후일 녹정기에서 다시 등장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승부’ ‘금사검’ ‘열하성’ 의 제목으로 나와있습니다. 제가 대승부는 못봐서 잘 모르겠고 금사검과 열하성은 어느것 하나 번역이 제대로 된게 없고 둘 다 거지같습니다. 듣기로는 대승부의 번역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합니다만 대승부는 구하기가 좀 힘듭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는 알아서 하셔야겠죠.

14. 鴛鴦刀(원앙도)

김용의 세 단편중 하나로 위트넘치는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것도 한 번쯤 보시는게 좋을듯. 역시 설산객에 함께 수록되어있는 단편입니다.

15. 越女劍(월녀검)

이 작품은 그동안 제가 구해보지 못하고있다가 얼마전 박영창님이 내놓으신 무협소설 CD-ROM인 ‘영웅천하’ 에 이 작품이 수록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는데 마침 하이텔 무림동 회원에게 이 CD를 염가판매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즉시 그 CD를 구입하여 가까스로 보게 된 작품입니다. 이것을 보고서 겨우 김용의 작품 15종을 모두 보게된 샘이죠.

역시 김용의 세 가지 단편중 하나이며 김용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짧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사실 김용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탈고된 작품은 녹정기이지만 김용이 가장 마지막으로 구상한 작품은 이 월녀검이었다고 합니다. 다만 월녀검은 단편이었기에 이쪽이 더 먼저 끝이 났을 뿐이라고 합니다.

이 소설은 사조영웅전에서도 잠깐 등장하는 춘추 전국 시대의 오나라와 월나라와의 싸움, 그리고 서시와 범려의 이야기, 그리고 거기서 월나라 병사들에게 검을 가르쳤다는 ‘월녀’를 소재로 다룬 이야기입니다. 보통 우리가 월녀에 대한 고사를 듣게 된다면 그에 대해 뭔가 신비하고 경외로운 이미지를 연상하게 되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이 작품에서 김용은 정 반대로 순박하고 세상물정을 모르며 양을 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시골 처녀를 ‘월녀’ 로서 등장시킵니다. 정말로 짧은 작품이기때문에 순식간에 다 볼 수 있었지만 보고 나서 한참동안 여운이 남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에 적어놓은대로 박영창님이 내놓으신 무협소설 CD-ROM’영웅천하’ 에 수록되어있습니다. 또 ‘월녀검이라는 제목으로 나온 김용의 작품은 월녀검이 아니라 비호외전입니다.

이걸로 김용의 진본 15종과 그에 대한 간단한 평을 마칩니다. 이 글을 통해 무협,그리고 김용의 작품세계에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며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