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2013
 

스팀이 여름 세일을 맞아 드래곤즈 레어를 세일했다. 1983년에 발매된 이 작품은 당시로선 최첨단 영상매체였던 레이저디스크를 이용해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다. 기존에도 LD 영상을 게임에 이용하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지만(최초의 LD를 이용한 비디오게임은 그다지 성공적인 작품은 아니었지만 SEGA의 아스트론 벨트이다. 항상 실속 없이 앞서가는 세가.) LD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을 이용해서 보여준 최초의 게임이 바로 드래곤즈 레어다.

드래곤즈 레어의 게임 방식은 굉장히 단순하다. 화면상에 주인공 Dirk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면 플레이어는 그 타이밍에 맞춰 상하좌우, 혹은 칼질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화면에 그 행동에 의한 결과가 나타난다. 결과는 항상 위기를 넘기거나 더크가 죽거나 둘 중 하나다. (여담이지만 더크가 죽는 모습을 화면의 상황에 하나 하나 맞춰 일일이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 퀄리티는 지금 봐도 감탄사가 나온다.) 어쨌든 이 게임 방식의 핵심만을 놓고 보면 단지 타이밍에 맞춰 버튼 누르기밖에 없지만 여기에 기사 더크가 활약하는 연출을 가미함으로써 이 단순한 게임플레이에 좀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즉 플레이어가 게임의 캐릭터의 행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감각을 부여한 것이다.


드래곤즈 레어의 성공은 곧바로 다수의 아류작의 발매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1985년을 전후해 일본에서 발매된 로드블래스터, 썬더스톰, 타임걸 등 일련의 LD게임시리즈다. 자동차, 헬기, 시간여행을 하는 미소녀 등 컨셉은 다양했지만 기본 골격은 드래곤즈 레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LD게임은 그렇게 장수할 컨텐츠는 아니었다. LD 재생장비 자체가 고가였기에 보급도 쉽지 않았고 관리의 어려움도 있었으며 LD 영상의 고화질에 걸맞는 게임을 만들기에는 당시의 기술력이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위에서 언급한 세가의 아스트론 벨트만 봐도 고가의 폭발영상 감상 게임이라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로 영상과 게임플레이가 이어지지 못했다. 물론 드래곤즈 레어 같은 단조로운 게임 방식이 플레이어들에게 계속해서 어필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렇게 LD게임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게임의 주력 매체가 CD로 넘어가면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영미권에서는 이러한 LD게임을 Interactive movie의 범주로 분류한다. 즉 기존의 영화와 관객의 이야기 전달방식이 일방적이었다면 인터랙티브 무비는 말 그대로 전달이 상호작용한다. 말하자면 영화 속의 인물의 다음 행동을 관객이 선택하는 것이고 이는 기존의 다른 문화장르에 없던 게임만의 고유한 특질, 바로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보상의 구조가 시나리오 전개를 통해 일어남을 뜻한다. 비록 LD게임이 매체로서의 수명은 짧았지만 이후의 게임의 스토리텔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하다.

1990년대 말은 게임의 표현양식이 2D에서 3D로 넘어가는 전환점이었고 이 시기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쉔무다. 쉔무는 게임 내의 스토리텔링을 단순히 3D CG를 이용한 영화적 연출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의 버튼 입력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래서 쉔무는 드래곤즈 레어의 시스템적 계승자라고 할 수 있는데 쉔무의 디렉터 스즈키 유는 이 시스템을 QTE(Quick Time Event)라고 명명했고 이 QTE시스템은 21세기에 들어 발매된 많은 게임들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Last of Us에 등장한 QTE 장면. 플레이어가 버튼을 연타함으로써 주인공 조엘이 적과의 힘싸움을 벌이는 감각과 총을 쥐기 위해 발악하는 느낌을 플레이어와 교감한다.


쉔무의 시스템적 계승작이라 할 수 있는 용과 같이 시리즈 5편의 마지막 전투. 스포일러 있으니 해보실 분은 조심(할 것도 없이 라스보스가 너무 자코라 ㅠㅠ) 전투 중간중간에 다량의 QTE를 삽입해서 드라마틱한 연출을 노렸다. 다만 좀 과한 느낌도 드는 편.


물론 모든 사람들이 QTE를 좋아하는 건 아닌지라 이런 식으로 QTE 까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최근의 게임들에서 쓰인 QTE는 과거에 비해 난이도가 많이 낮아졌고 사용장면도 가리는 편이다. 이 영상에는 다양한 게임들에 쓰인 QTE가 샘플로 등장한다.

위에서도 적었듯 QTE시스템은 다양한 게임플레이어 익숙해진 현대의 게이머들에게 그 자체로는 어필하기 힘든 매우 단순한 게임플레이방식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효과적인 영상 연출과 어우러질 때는 단순히 영상만을 보여줄 때와 비교해 대단히 강력한 감정이입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최근의 게임들은 더 이상 1990년대의 장르 구분만으로는 구별하기 힘들 만큼 각종 장르를 복합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QTE 연출만으로 게임이 성립되진 않지만 QTE시스템이 현대 게임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치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2월 152008
 
http://www.ani.seoul.kr/webzine/articleView.jsp?IDX=102
http://www.ani.seoul.kr/webzine/articleView.jsp?IDX=103

전문게재는 귀찮아서 링크로 대체. 어쩌다 보니 저런 걸 쓰게 됐습니다. 혹시라도 잘못 쓴 부분 있을까봐 공포에 떠는 중이지만 그래도 실수한 부분 있으면 가차없는 태클 부탁드립니다. 글쓰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B君과 그 외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
1월 042006
 
참고 기사
돈 넣고 상품권 따먹기? 2006.01.03 한겨레
검찰, 불법 성인오락실 무기한 단속 2005-12-28 연합뉴스
“오락실에서 화투게임 즐길 수 있다”…영등위, 등급완화 개정안 공개 2002-09-11 아이뉴스24

개요는 위 기사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 문제니 릴게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넘어가도록 하겠다. 특히 제일 위의 한겨레 기사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아무튼 간략히 말하자면 3년 전 문광부 산하의 영등위에서 침체된 아케이드 산업 중흥을 위해 오락실에서의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고 그 결과 도박성을 띈 성인용 오락실이 크게 늘어나 오늘날과 같은 현실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규제에 들어간다는 조금 우습기까지 한 내용이다. 아무튼 위 기사들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 약간 첨언을 하도록 하겠다.

릴게임의 구조를 살펴보면 대개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분할된 화면(모니터가 두 개인 경우도 있고 하나의 모니터에 상하로 표시되기도 한다)에 주(主:main) 게임이 있고 부(副:sub) 게임이 있다. 주 게임에서는 주기적으로 구슬이 떨어지고 이 구슬은 주게임점수를 획득하거나 부 게임(릴)을 작동시키는 데에 쓰인다. 부 게임이 작동되면 아래의 릴이 돌아가고(일종의 파칭코) 그 결과에 따라 점수를 따게 된다. 왜 바로 릴을 돌리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이런 번거로운 2중 구조를 만들었는고 하니 위의 세 번째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이런 류의 사행성게임은 금지돼있었지만 그러한 사행성 게임이 주가 되는 게 아니고 다른 게임에 부가적인 요소로 넣게 된다면 허용하게 된다는 당시의 웃기지도 않는 법 개정 덕분이었다. 말이 주/부게임이지 실제로 법적으로 주게임과 부게임의 비중은 1:4로 제한하고 있다. 즉 10개의 구슬이 떨어지면 2개의 구슬은 주게임점수를 획득하는 쪽으로 떨어지게 되고 나머지 8개는 부게임, 즉 릴을 작동시키게 된다는 말이다. 이러고도 어쨌든 릴게임은 엄연히 부게임일 뿐이다.

저런 릴게임을 들여놓은 성인오락실에 가보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돈을 수십만원씩 쌓아두고 기계 여러 대 한 번에 점거하고 앉아서 계속해서 돈을 넣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돈을 넣고 릴을 돌리다가 포인트가 5000점이 차면 이를 상품권으로 지급받을 수 있으며 이 상품권은 원칙적으로는 불법이지만 공공연하게 10%정도의 수수료를 떼고 다시 현금화할 수 있다. 그렇게 한참동안 돈을 잃다가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엄청난 고배당이 터지면서 상품권을 쉴새없이 뱉어내는 시점이 있는데 보통 사람들이 이 맛에 릴게임에 빠지게 되고 언제고 저런 대박을 터뜨려서 잃은 돈을 만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게 된다. 즉 그 고배당이 터지는 시점까지 부은 돈을 10이라 하면 이때까지 되돌려받는 돈은 약 2~3이다. 그리고 이 고배당이 터지는 시점에서 5정도의 돈을 돌려준다. 실은 2~3정도의 손해를 본 상태지만 엄청난 이득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맛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고배당을 노리고 그렇게 돌려받은 돈 7~8을 다시 릴게임에 쏟아넣는다.

릴게임에 있어서의 환금률은 법적으로 80% 이상이어야 하도록 규정돼있다. 이 말은 어찌됐든 릴게임을 하게 되면 들인 돈의 80%만을 되돌려받게 돼있고 그나마 상품권에서 10%의 수수료를 떼고 나면 되돌아오는 돈은 72%다. 그리고 이 돈을 다시 릴게임에 들이고 나면 그 다음에 되돌아오는 돈은 약 52%, 즉 두 번만 회전해도 돈이 절반으로 깎이게 돼있는 것이다. 이 또한 제대로 80%의 환금률을 적용했을 때의 경우이며 확률은 업주들이 공공연하게 조작하는 일이 가능하다. 어떻게 하든 플레이어가 손해를 보게 돼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이유로 사람들은 언제고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고 끊임없이 릴게임에 도전한다. 심지어는 인터넷에 릴게임 등에 대한 정보 공유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릴게임별로 ‘공략법’까지 논한다. 결국은 다 잃게 돼있건만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다.

작년에 회사를 전전하던 당시 중간에 사정이 어려워져서 여기 저기 찾다가 할 수 없이 릴게임업체에 잠시 몸담은 일이 있다. 제사정으로 인해 3일만에 그만두고 나왔지만(이전에 올린 이직 관련 포스팅 참조) 어쨌든 당시 경험해본 게 마냥 손해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저 업계에 대한 여러 가지 사정을 알게 됐다는 점 덕분일 것이다. 사실 이런 장르에도 ‘게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마어마한 돈이 모여드는 시장이 형성돼있고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자 이제 와서 공론화가 되고 있다. 사실 오락장 뿐만 아니라 슬슬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도박사이트도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별로 없지만 이미 2002년에 큰 실책을 저지른 마당에 지금 와서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한겨레 기사 참조)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10월 152003
 
http://www.square-enix.co.jp/http://www.ff12.com80년대 중반 ~ 90년대 초반에 걸쳐 메이저 하드웨어였던 닌텐도의 패미컴과 수퍼패미컴의 높은 보급률과 게임 자체의 뛰어난 완성도에 힘입어 드래곤 퀘스트와 경쟁 체제를 확립하며 일제 RPG의 양대산맥으로 잡았던 FF 시리즈, 그러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넘어온 이후의 FF는 많은 변질을 겪으면서 기존 시리즈와 단절되는 양상을 보여줬고 덕분에 기존 시리즈의 팬들에게 격렬한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그 선구자적인 작품이었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넘어온 FF의 첫 작품인 FF7은 이전의 게임에서 보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세계 디자인, 기존 시리즈의 간판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아마노 요시타카 대신 과감히 사내 스탭이었던 노무라 테츠야를 중용한 점, 인물 그래픽의 3D 표시 등의 많은 변화를 가져오면서 시리즈 사상 최대의 성공을 거둠과 동시에 게임, 특히 RPG라는 장르에 있어 소외계층이었던 여성 게임팬들을 흡수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7의 성공 이래 점차 보이기 위한 부분에만 치중하고 게임성을 소홀히 함과 동시에 기존의 비 게임인구를 게임시장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면서 형성됐던 거품시장이 빠져나가게 된 결과 FF라는 브랜드는 점차 가치가 떨어져간 것이다. 덕분에 8~10편에 걸쳐서 점차 감소하는 판매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거액의 예산을 퍼부었던 Final Fantasy the Movie의 실패, 게다가 MMORPG를 선언했던 11편은 플랫폼 선택의 미스에 BB업체들과의 협력 부재 등으로 인해 무리하게 투자했던 거액의 금액을 빠른 시일 내로 회수하기는 매우 어려워보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온 작품으로 추정되는 FF X-2는 어쨌든 밀리언셀러를 기록해주면서 제 역할을 하긴 했지만 FF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는데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랫만에 나온 DQ의 새 시리즈가 여전히 300만개 이상의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는 것과 좋은 대조를 보이는 부분이다.

한편 이 시기에 일본 게임업계에서는 특기할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전설의 오우거배틀과 택틱스오우거라는 일본 게임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공전절후의 완성도를 지닌 게임을 만들어낸 명 제작자 마츠노 야스미가 스퀘어로 이적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덕분에 오우거배틀 시리즈의 팬들 사이에서는 스퀘어가 고의적으로 마츠노씨를 빼갔다는 음모론이 퍼졌고 모 오우거배틀 팬사이트에서는 마츠노씨 본인이 직접 게시판에 해명을 하는 사태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 마츠노씨가 스퀘어로 이적해서 만든 첫 작품은 Final Fantasy Tactics. 이름은 그럴듯하게 화이날환타지의 세계관을 베이스로 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며 판매량도 100만개를 넘기는 호성적을 기록했지만 실체는 Tactics Ogre와 거의 동일한 구성에 껍데기만 바꾼 게임이었으며 덕분에 마츠노씨의 팬들은 그가 앞으로 Square에서 차지하게 될 위상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 그러나 그러한 불안감도 잠시, 마츠노씨 본인은 3D게임의 습작이라는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Vagrant Story가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하면서 발매된 것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팬들 사이에서는 갈수록 타성에 젖어가는 Square의 게임들 속에서 마츠노씨의 작품이야말로 유일한 희망이라는 견해도 나왔지만 정작 Vagrant Story의 판매량은 여타 Square 게임에 비해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약 30만개에 불과했으며 결국 팔리는 것은 FF시리즈뿐인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앞뒤로 순탄치 않은 상황을 맞게 된 Square는 라이벌 관계에 있던 Enix와 합병을 하게 되고 FF 12의 디렉터에 마츠노 야스미를 전격 기용함으로써 이 난국의 타개를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제작발표회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FF 12야말로 Square-Enix의 향후 동향, 마츠노 야스미 본인, 그리고 Ogre Battle 시리즈라는 일세를 풍미한 게임 세 가지 모두에게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 작품을 스퀘어 내에서가 아닌 타 제작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크리에이터에게 맡긴다는 것은 크나큰 모험이다. 갈수록 플레이어들이 게임 불감증을 호소하는 이 시대 속에서 FF가 다시 명성을 되찾기 위해선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했으며 이 점에서 마츠노 야스미라는 선택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Quest는 게임사업에서 철수함에 따라  Ogre Battle 시리즈의 판권을 Square로 양도했고 이는 FF12의 성공 여부에 의해 Square-Enix 내에서 마츠노씨가 차지하는 위상의 변화에 따라서는 앞으로 Square-Enix의 주력 타이틀이 오우거배틀 시리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조금 섯부른 기대를 해보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로서 FF12의 이미지가 공개된 것은 저 홈페이지에 가보면 나오는 일러스트 한 장뿐이다. 단 한 장의 일러스트지만 게임의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많은 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리하여 필자 개인적으로는 스퀘어가 FF X와 X-2, 그리고 킹덤하츠 등의 작품을 통해 보여준 게임으로서의 재미와 시각적인 효과의 융합에 대한 시도, 그리고 마츠노 야스미라는 개발자의 재능이 한데 어우러져 지금까지의 FF와 차원을 달리하는 또 다른 명작이 탄생해주길 바라는 바임을 밝히며 이만 마치도록 한다.

*참고자료 : Square-Enix 미국지사에서 발표한 역대 Square-Enix에서 발매한 밀리언셀러 작품 목록. 자사 발표이니 수치에 과장이 있으리라는 점을 염두에 두자.
http://gameonline.jp/news/2003/08/08006.html
타이틀 일본 내  해외  합계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 121万本 78万本 199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II 108万本 20万本 128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III 140万本 – 140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IV 182万本 34万本 216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V 262万本 – 262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VI 262万本 86万本 348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VII 390万本 544万本 934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VIII 370万本 445万本 815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IX 279万本 229万本 508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X 287万本 302万本 589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X-2 200万本 – 200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タクティクス 136万本 91万本 227万本

ドラゴンクエスト 150万本 – 150万本
ドラゴンクエストII 240万本 – 240万本
ドラゴンクエストIII 595万本 – 595万本
ドラゴンクエストIV 430万本 – 430万本
ドラゴンクエストV 280万本 – 280万本
ドラゴンクエストVI 320万本 – 320万本
ドラゴンクエストVII 411万本 – 411万本

위 판매량을 보면 알 수 있듯 초기의 FF는 DQ에 상대가 되지 않는 작품이었지만 FF 3~6에 걸쳐 보여준 높은 완성도가 이런 양대산맥체제를 견인했다. 그렇다고 해도 DQ 최고의 걸작은 판매량에서 보나 작품성에서 보나 역시 나이토 칸이 참가했던 3,4편이었으며 이후의 DQ시리즈는 게임으로서 그다지 특별할 건 없었다고 생각한다.

5월 212003
 
그냥 FF10탄 동영상을 보고 나서 드는 생각에 끄적여본 글입니다. 아직 FF10을 제대로 해본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남녀주인공 생긴 게 더럽게 마음에 안 든다는 점 하나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의 동영상을 선보여버렸으니 앞으로는 또 얼마나 되는 물건을 내놓아야 유저들의 눈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그만큼 게임의 퀄리티가 따라갈 수 있을지, 겉보기에만 화려한 속빈 강정들이 다시금 속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써본 ‘편견과 독단’으로 가득찬 글입니다.

언젠가부터 게임이 변하기 시작했다.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잘 팔리는 게임 =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등식이 성립했었다. 영세적인 소규모의 제작사라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일정 수준의 판매량 정도는 기록할 수 있었고 그랬기에 많은 중소 제작사들이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매진해왔다.
그러던 어느날 CD-ROM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게임기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롬팩이나 플로피 디스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용량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동영상과 CD라는 매체의 특성을 이용한 고음질의 음성 혹은 음악을 그대로 삽입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혁신적인 요소였으며 그러한 요소 자체가 당시로서는 게임성의 일부분을 차지하게 된 새로운 개념이었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Super Famicom(SFC), Mega Drive(MD), PC엔진의 시대를 지나 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 등 차세대 게임기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그러했던 양상이 지나치게 부각됨에 따라 게임 자체가 변질되기 시작했다. 즉 게임성 자체보다는 비주얼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3D CG 혹은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화려한 동영상을 중시한 나머지 제작사들이 정작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기보다는 보다 겉보기에 화려한 게임을 만드는데 치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이자 시발점은 Square사의 Final Fantasy(이하 FF) 7을 들 수 있다. 이 FF7은 수퍼패미컴으로 6탄까지 시리즈가 인기리에 이어져온 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넘어오면서 경쟁기종이었던 새턴에게 플레이스테이션이 결정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줬을 정도로 높은 지명도를 지녔고 그만한 완성도도 겸비하고 있었던 시리즈이다. 그리고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FF7은 나름대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아마노 요시타카로부터 과감히 벗어나 자사의 스탭이었던 노무라 테츠야를 중용한 점, 그래픽을 2D에서 3D풍으로 바꾼 점, 그리고 게임의 분위기 자체를 근본적으로 일신한 점 등등. 어떻게 보면 기존의 FF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일종의 모험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은 특히 기존에는 게임과는 거리가 먼 계층이었던 소위 동인녀들에게 크게 어필하는데 성공해서 새로운 FF시리즈를 이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게 됐다. SFC시절까지만 해도 만드는 게임마다 나름대로의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고정적인 팬층을 확보하던 스퀘어사가 이후로 내놓은 게임들은 어딘가 매너리즘을 보이면서 게임성 자체는 특별할 것도 없는 범속한 게임들을 양산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게중에는 할만한 게임도 제법 있긴 했지만 그동안 실력파 제작사로서 정평이 나있던 스퀘어의 지명도를 생각하면 납득하기 힘든 작품들이 더 많은 편이다. 그러나 CG무비만은 다들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FF 팬들에게는 죄송한 얘기지만 까놓고 얘기하자면 FF7은 재미없었다. 더 새로울 것도 없는 전투시스템은 로딩만 길어져서 짜증만 나게 하고 3시간만에 패드를 집어던지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처음에 볼 때에는 대단히 아름다워 보였던 3D CG의 영상미도 결국 비주얼신은 CG전용 플랫폼에서 제작된 것을 무비로 캡춰한 것에 지나지 않았고 고정돼있는 배경 CG는 눈속임에 불과했기에 나중에 볼 때에는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력 자체로 놓고 따지자면 같은 해에 발매됐던 Game Arts사의 그란디아가 훨씬 뛰어났다. 마을이나 던전 하나의 맵을 통째로 모델링해서 세워놓고 360도로 빙글빙글 돌리면 2D풍의 텍스처를 입힌 아름다운 배경이 펼쳐진다. 단순히 고정된 배경을 보여주고 3D인척 눈속임을 하는 FF7,8이나 Capcom의 Biohazard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정성과 기술력이다. 그러나 그 해(1997년) CESA 게임 대상 최우수상은 ‘많이 팔리고 잘 알려진’ FF7이 차지했고 ‘잘 만들어진’ 그란디아는 우수상에 그쳤다.

그리고 FF 8편이 등장한다. 여전히 캐릭터 디자인은 노무라 테츠야, 이번에는 SD풍이 아닌 등신대 사이즈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사실 FF정도 되는 대작의 게임의 메인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에는 실력상으로 역부족인 노무라 테츠야의 허접한 원화를 그만큼 표현해낸 스퀘어의 3D CG 팀은 칭찬을 해주지 않을 수 없지만 게임은 여전히 지겹기 짝이 없다. 보이는 거라고는 CD 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하이퀄리티의 무비들뿐이지만 겨우 저 무비를 보기 위해 이런 개삽질을 해야 한다는 건가? 절대 그런 짓은 할 수 없었고 이 게임 또한 중간에 때려치고 말았다.

그러나 여전히 FF시리즈의 지명도는 높고 새 작품이 발매되면 첫 주에 2~300만 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게임이 발매되자마자 용산에 게임의 동영상만을 수록한 비디오시디가 판매된다. 대체 게임을 위한 동영상인가 동영상을 위한 게임인가. FF시리즈는 일본의 RPG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작품이 아니던가? 이런 식으로 나오려면 일찌감치 완결을 지을 것이지 뭐 하러 구차하게 시리즈를 이어나간다는 말인가? 결국은 위에서 말한 대로 자승자박이다. 그런 하이 퀄리티의 무비를 제작하기 위해 게임 하나에 들어가는 제작비는 나날이 커지고 게임은 그만큼 팔려주지 않는다. 그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일단 나오면 팔리는 화이날 환타지라는 이름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양대 산맥이었던 드래곤퀘스트(이하 DQ)시리즈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실상 DQ시리즈는 3,4탄의 디렉터였던 나이토 칸이 빠져나간 이후 5탄이 나오면서 그 생명력을 잃었다. 어떻게 보면 변모한 FF와는 달리 DQ다움을 잃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진부한 구성과 스토리는 솔직히 이 게임이 DQ의 이름을 달지 않고 나왔다면 50만개나 팔렸을까 하는 의문이 느껴지게 해준다. 그러나 어쨌든 DQ의 이름을 달고 나온 게임은 기본적으로 300만개 전후는 팔려주고 제작사는 이 매력적인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놓치기는 싫은 것이다.

스퀘어나 에닉스 같은 회사들도 이런 악순환에 빠질 지경인데 다른 중소규모 제작사는 오죽하겠는가. 잘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다. 적절히 만들어서 눈요기 거리만 채워주면 일정 수준 이상은 팔린다. 대다수의 제작사는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다. 여성향의 보이즈 러브 계열 게임이나 남성향의 미소녀 게임이나 별반 다를 바는 없다. 물론 그 나름대로의 도가 있고 잘 된 일부 게임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사실 나는 미소녀게임도 즐기는 편이다.) 게임 업계 전반의 흐름이 결국 보이기 위한 게임을 만드는데 치중하기 시작했고 이는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큰 실망을 안겨주게 된다. 쿠소하기 짝이 없는 남코의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같은 작품은 이노마타 무츠미가 작화를 담당한 오프닝의 힘으로 100만개가 넘게 판매되고 로봇대전 시리즈는 사실상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는 지겹기 짝이 없는 구성으로도 그 고전 메카물 팬들의 힘을 등에 업어 나오면 항상 대작 취급을 받는다.

결국 꿋꿋하게 자신들의 게임 스타일을 고집하던 메이커들은 상당수가 휘청거리게 된다. 화의신청까지 갔던 Compile이 그랬고 자사의 하드를 포기하고 간판 타이틀을 경쟁기종에 이식하기로 결정했던 세가가 그랬다. 반면에 그런 조류에 잘 영합한 코나미 같은 경우는 지금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는 제작사 중 하나이다.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즐기기 위한 것’, ‘재미있어야 한다’ 라는 게임의 근본 이념이 뒤집혀야 할 것인가? 물론 그 즐긴다는 점이나 재미라는 측면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람 나름대로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저 그런 보이기 위한 측면에서 오는 재미는 순간에 지나지 않고 플레이어를 금방 식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인간의 끊임없는 욕구에 따라 그보다 더 화려한 것을 만들어야만 유저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반면에 순수하게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추구한 작품은 쉽게 죽지 않고 유저를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먼 훗날에도 그런 작품들은 알아주는 사람은 적더라도 명작으로서 칭송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라면 어떤 게임을 만들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후자 쪽을 택할 것이다.

Starless: 그래도 FF10 퀄리티는 의외로 괜찮다고들 하더군요. 7~9보다는 훨씬 낫다던가, 해봐야겠습니다.  [12/19]
Lejark: 그래도 8은 시스템 뜯어보면 대단히 괜찮아. 7은 확실히 썩이지만.  [01/05-05:07]
Synodia: 잘 모르는, 그냥 플레이하는 사람의 입장으로 말하는 것이지만, 스퀘어의 실수는, 사람들이 동영상에 감탄한다고 해서 동영상만 불린 데 있다는 것도 한 몫 했다고 보입니다. 마치 순정만화에서 꽃미남 꽃미남 하니깐 저질러버린 실수처럼요. 누군가 말했듯, 객관적으로 보아 농담으로라도 ‘꽃미남’이라 할 수 없는 그림의 레디온이 미남으로 보였던 것은 ‘스토리’의 힘이었듯, ‘동영상’에 대해 감동하게 되는 것은 그것이 나올 때  [09/08-12:01]
Synodia: 그것이 나올 때까지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스토리’때문인데, ‘스토리’는 대강 맞추고 ‘동영상의 화려함’에 치중해봤자 ‘스토리’에 흥미가 없어진 사람들은 ‘동영상 수집’의 차원에서 시디를 사게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파판 6 엔딩에서 울어버렸던 것은, 1999년 보았던 그래픽이 환상적이어서가 아니었죠(..;). 그걸 다들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09/08-12:02]
Synodia: TRPG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플레이어들이 감동하는 순간은 ‘세련된 스토리’내에서가 아니라 ‘자신이 대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자기가 주인공의 심정, 또는 주변 인물 중 하나의 심정과 같은 마음이 되면, 자신은 그 순간 게임 안에 들어가 싸우고 울고 웃는 것이죠. TRPG와 CRPG의 공통점이 아닐까 합니다. 놀랍게도 파티원들이 울었던 순간은 아주 상투적이고 고전적인 순간이었으니까요(쿨럭.;) 사람의 마음이란 의외로 고전? [09/08-12:06]
Synodia: 사람의 마음이란 의외로 고전적인 것 같습니다. (…그예 딴소리로 새는군요.; 핫핫핫)  [09/08-12:06]

5월 212003
 
RPG란 무엇인가. 누구나 간단히 Role Playing Game이라는 말을 떠올릴 수는 있을 것이다. 전투, 대화, 레벨업(성장) 등의 키워드로 대변되는 가장 대중적인 게임의 장르 중 하나다. 그렇다면 RPG의 뜻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한다면 아마 PC 내지 게임기용 RPG만을 접해본 사람은 선뜻 대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RPG의 기원은 통칭 TRPG, Table Talk RPG에서 찾을 수 있다. RPG가 등장하기 이전에도 전쟁 게임 등의 간단한 룰의 테이블게임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런 간단한 게임들에서 벗어나 좀 더 복잡하고 심도 있는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욕구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RPG라는 장르다. RPG에는 전지자의 입장에서 게임의 흐름을 주관하는 ‘마스터’와 가상의 세계 속에서 활약하는 플레이어의 대변인이자 분신인 ‘캐릭터’라는 게임을 이끌어나가는 두 종류의 대표적인 존재가 있다. 마스터는 플레이어에게 끊임없이 NPC(Non-Playable Character)의 역할을 연기하고 주변 상황을 설명하면서 캐릭터의 반응을 요구한다. 그러면 플레이어는 자신이 설정한 캐릭터의 가치관과 능력을 통해서 자신의 캐릭터의 역할(Role)을 맡는 배우가 되어 이에 대한 반응을 연기(Play)하는 놀이(Game)가 RPG의 기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RPG는 연극과 다르다. 마스터는 미리 준비되거나 혹은 직접 준비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마스터는 상황을 제시하고 플레이어는 이에 대응을 해나가면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연극배우의 연기가 정해진 각본을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연기라면 RPG의 플레이어들의 연기는 자신이 그 캐릭터의 가치관과 능력을 지니고 있고 그런 상황에 처해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를 스스로 생각해가면서 대응하는 적극적인 연기이다. 따라서 플레이어의 상상력은 중요한 요소가 되며 마스터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게임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리고 RPG는 단순한 연기가 아닌 ‘게임’인 만큼 전투와 성장이라는 게임으로서의 요소가 가미되게 된다. 이러한 전투의 진행 또한 마스터가 맡게 되며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가 전투상에서 어떤 능력을 발휘하여 싸울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정리하자면 가상의 세계에서 미지의 상황과의 조우시 자신의 캐릭터의 역할을 다른 플레이어 캐릭터와의 협조를 통해 연기하고 그러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켜나가는 게임이 바로 RPG인 것이다.

그러나 RPG를 플레이하기 위해선 최소한 마스터의 존재가 필요했으며 기본적으로 그것을 함께 즐길 몇 명의 플레이어는 모여야 제대로 된 진행이 가능하다는 약간은 번거로운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이 되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이 편리한 기계를 통해 RPG를 즐기는 건 어떨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RPG에 필요한 마스터와 자신 외의 다른 플레이어들의 역할을 모두 CPU에게 맡기고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TRPG만큼 협조를 통해 플레이해가는 아기자기한 맛은 없지만 이런 개념으로 출발한 PC용 RPG는 TRPG와는 다른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이렇듯 PC용 RPG는 TRPG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보통은 높은 자유도와 상당한 고난이도를 지니기 마련이다. 하지만 드래곤퀘스트를 시초로 하는 일제 RPG의 흐름은 그러한 TRPG를 기반으로 RPG를 만든다는 개념이 없이 즐기기 편하게 만들어진 게임기용 RPG를 중심으로 성장하게 된다. 용사가 마왕을 무찌른다는 동화풍의 시나리오, 미리 정해진 캐릭터, 별 생각 없이 시키는대로 따라가면 되는 게임진행은 근본적인 TRPG의 틀에서는 크게 벗어난 오히려 어드벤처에 가까운 성격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편리한 진행과 시나리오 및 각종 설정과 밸런스가 잘 잡혀있을 경우의 높은 몰입도 덕분에 역시 독자적인 노선을 지니고 역으로 구미 RPG 시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시대가 흘러 기술이 발전하고 네트웍이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RPG가 나타나게 됐다.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만들고 거기에 수백 수천명의 플레이어가 모두 자신의 독자적인 캐릭터를 통해 모험을 하는 RPG, 바로 온라인 RPG의 탄생이다. 그 안에서는 주어진 세계관의 틀 안에서는 어떤 행동도 할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만큼 현명하게 사회적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하나의 가상의 사회를 구축하게 된다. 즉 게임에 설정된 시스템과 세계관을 TRPG의 마스터라고 한다면 거기에 참가하는 플레이어 하나하나가 모두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플레이하게 되는 형태의 궁극의 RPG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상상으로나 가능했던 이런 게임들은 인터넷이 발전하고 네트웍의 보급률이 높아감에 따라 점점 기존의 게임들을 제치고 시장의 중심을 형성해나가고 있으며 이는 시대의 요구가 일궈낸 필연적인 형상인 것이다.

이상으로 RPG의 간단한 개념에 대해 설명해보았다. 앞으로 어떤 형태의 RPG게임이 나오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거기엔 언제나 플레이어의 의견에 따라 마스터가 주사위를 굴려가면서 진행을 해나가는 근본적인 TRPG의 개념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5월 202003
 
세가가 변하고 있다. 세가 엔터프라이제스라는 회사명은 1960년대 쥬크박스 제조업체였던 Service and Games사와 볼링장 경영을 하고 있던 로젠 엔터프라이제스라는 회사가 합병하면서 생긴 명칭이다. 쥬크박스는 게임기, 볼링장은 어뮤즈먼트 테마파크에 비유될 수 있으며 이는 항상 세가의 주력 사업이었고 그동안 세가는 초기의 취지를 그대로 충실히 따라간 의외로 전통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세가는 1983년에 8비트 게임기 SG-1000을 발매하면서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뛰어든 이래 세가 마스터 시스템, 메가 드라이브, 세가새턴을 거쳐 지금의 드림캐스트에 이르기까지 거의 20년 가까이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관여해왔다. 그러나 언제나 업소용 게임에서는 최고의 기술력을 선보이며 수많은 명작을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서는 메가드라이브시절까지는 닌텐도에게 밀리더니 세가새턴 이후로는 후발주자인 소니에게 크게 역전당하고 드림캐스트에 이르러서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언제나 게임기 시장에서는 2인자였던 세가, 그러나 그 세가를 지지하는, 정확히 말하자면 세가의 게임들에 매료되어 세가의 게임을 선호하게 된 일부의 열렬한 매니어층으로 인해 세가는 매니악한 제작사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러한 매니어들에게 힘입어 Nec의 PC-FX, 마츠시타의 3DO, FM-Towns Marty 등의 게임기들이 사장되어 가는 가운데에서도 계속 자체적인 게임기를 개발, 보유하면서 그 소프트를 개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세가의 저력에 대한 놀라움마저 느끼게 된다. 그러나 세가는 얼마전 회사의 정식 명칭을 ‘세가’ 로 변경하였다.
세가의 전 사장이었던 이리마지리 쇼이치로(入交昭一郞)씨는 원래 혼다 기술 연구 공업의 전무와 부사장을 역임해 한 때 사장 후보에까지 올랐으나 1993년 6월 세가로 옮겨와서 98년 2월에 사장에 취임했었다. 그는 이전에는 게임이라는 것을 우습게 여겼으나 최초로 세가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스즈키 유가 권유해서 버츄어 레이싱의 테스트 기체를 타보고 나서 인식을 바꾸고 게임업계라는 것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사장 취임 당시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가 있다. 세가 사장 재직 당시에도 드림캐스트 홍보, 비바리움사를 끌어들여서 시맨을 발매하는 등 여러 가지 업적을 쌓았다. 그러나 3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위기에 처한 회사의 경영실적을 고려해보면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았다. 결국 경영이 부진하자 부회장으로 물러나고 실질적인 CSK그룹의 총수인 오카와 이사오(大川 功)회장이 직접 세가의 사장을 겸임하면서 진두지휘에 나섰다. 한편으로 세가측은 이리마지리 전 사장은 부회장직에 취임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게임기와 어뮤즈먼트사업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고속 통신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지휘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오카와 이사오 사장은 이전부터 네트웍과 정보화산업에 대해 상당히 중요성을 역설해왔으며 실제로 자신의 포켓머니 15억엔을 들여 전 직원에게 PC를 나누어줬다는 일화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세가에서는 옛날 메가드라이브시절부터 메가모뎀을 통해 네트웍 게임을 공급했던 전례가 있고 이번에 드림캐스트에서도 가정용게임기 사상 최초로 모뎀을 내장하고 나와서 네트웍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점은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오카와 사장은 앞으로 세가가 나아가야 할 길을 네트웍 사업에 중점적으로 두고 있고 그 일환으로 행해진 것이 주식회사 세가 CSK그룹의 네트웍 프로바이더인 주식회사 ISAO(Interactive Services for Amusement Online)의 창립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는 sega.com(세가닷컴), 유럽쪽에서는 드림 애리너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드림캐스트를 단말기로 사용해서 학교와 가정을 네트웍으로 연결하는 기획을 추진중이며 기존의 모뎀의 느린 속도를 극복하기 위해 드림캐스트용 케이블 모뎀을 개발하여 CATV회선을 이용한 고속 통신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세가의 네트웍에 대한 움직임은 일본이 네트웍 보급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 비해 뒤쳐져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세가가 일본 내에서 가정용 게임기 시장을 제패하는데 실패하고 계속적인 경영부진이 잇따르자 이제는 경쟁 업체를 따라잡기보다는 아예 독자적인 차별화 노선을 걷겠다는 생각과 오카와사장의 네트웍 사업에 대한 높은 열의가 맞물려 일어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네트워크화를 대변하는 게임이 바로 환타지 스타 온 라인이다. 세가 브랜드 RPG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환타지스타 시리즈는 메가드라이브로 나왔던 ‘환타지스타 – 천년기의 끝으로’에서 완결이 난 상태였지만 인터넷 서명운동 등 팬들의 꾸준한 후속편 발매 요구가 있었고 거기에 부응함과 동시에 세가의 네트웍 사업의 일환으로서 행해지는 것이 환타지 스타 온 라인의 발매인 것이다. 이미 전뇌전기 버츄어 온 오라토리오 탱그램 등으로 드림캐스트를 통해 네트웍 대전을 실시해오긴 했지만 가정용 게임기에서 본격적인 온라인 머드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획기적인 시도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2001년 3월까지 드림 캐스트용의 네트웍 게임을 70타이틀 이상 발매하겠다고 발표한 바가 있으며 세가가 운영하는 게임센터 사이를 광섬유로 연결, 게임센터와 다른 지점의 게임센터, 혹은 인터넷을 통해 드림캐스트 유저와의 대전을 펼치는 것도 가능해지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네트웍 사업과 더불어 오카와 사장 취임 이후 주목할만한 움직임이라면 역시 세가의 개발부서들이 9개의 자회사로 분할된다는 것이다. 세가에는 스즈키 유와 버츄어 파이터, 쉔무 등으로 유명한 AM2연구소, 나카 유지(中 裕司)의 소닉팀, 전뇌전기 버츄어 온과 세가랠리 챔피언쉽 등으로 잘 알려진 AM3 등 여러 개의 개발부서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들 하나 하나가 각자 고유의 색깔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 각자의 개발력 또한 일본 유수의 제작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었다. 세가가 가정용 게임기시장에서 여태까지 견뎌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이들 개발팀들이 만들어내는 뛰어난 수준의 게임들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중 AM2를 제외한 다른 개발부서를 자회사로 독립시킨다는 것은 세가로서는 일종의 자구책에 해당된다. 아직 100% 세가 출자, 기자재도 세가로부터 대여, 사원들은 본사로부터의 출장, 저작권 또한 세가에게 있다는 형식의 사실상 독립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편이지만 실적을 올린 회사에게는 자주 개발의 재량권을 주고 주식 공개를 허용한다는 식으로 자체 경쟁을 유도해서 개발 부서 형식으로 남을 경우에 비대해진 규모로 인해 타성에 젖게 될 요인을 제거한 것이다. 물론 상식적으로도 갑작스럽게 완전히 독립시켜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렇게 점진적으로 진행해나가는 편이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

세가의 분사화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많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각 개발 팀간의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발해서 비대해진 회사의 분위기에 따라서 타성에 젖게 될 요인을 제거하고 좀 더 양질의 소프트 개발을 유도할 수도 있을 테지만 일부에서는 이 일로 인해 세가가 게임기 개발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또한 분사화의 원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유력한 것이 경비의 문제라고 한다. 세가의 게임 제작자들은 엄청난 경비를 소요한다. 금전감각이 없이 막대한 돈을 그저 뿌리고만 있다고 하는 것이다. 쉔무가 게임의 퀄리티는 논외로 치고서 막대한 경비를 소모하고도 그만한 수익을 거두지 못한 것이 그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옛날처럼 매니어 지향의 게임을 만들어도 적절히 팔아서 이익을 남기던 시절에는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분사화를 시키고 독자적으로 경영을 시킴으로써 경제감각을 익히게 함으로써 스스로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오카와 회장 겸 사장의 독재라고 보는 시각 또한 적지 않다. 즉 이리마지리 사장은 나카야마 하야오(內山準雄) 전 사장이 지니고 있던 세가에 대한 영향력이 새턴에 대한 무리한 투자와 이의 실패를 계기로 약화됨에 따라 이를 빌미 삼아 세가를 빼앗기 위해 오카와 사장에게 이용당한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리마지리 사장이 취임한 부회장이라는 자리가 나카야마 전 사장이 있던 자리라는 점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그래서 그동안 세가라는 회사와 세가의 게임이 지금에 이르도록 할 수 있게 하는데 지대한 공로를 했던 나카야마사장과는 달리 오카와 사장은 게임을 그저 돈줄로밖에 보지 않고 있으며 그러한 세가에게 있어 이제 과거의 게임을 고집하는 팬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직 네트웍 세계를 봐주는 사람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의 문제이겠지만 어쨌든 변해 가는 세가에 기존의 세가팬들 또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요소이다.

세가라는 회사는 자체적인 게임 개발능력으로만 놓고 따지면 일본 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 회사에서 게임센터와 게임기용을 합쳐서 매년 100타이틀 이상의 게임을 발매할 만큼 많은 개발라인을 지니고 있고 이중 일본에서도 탑클래스로 꼽히는 실력 있는 제작자를 여러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제작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상업적으로 소니에게 참패한 전례가 보여주듯이 게임기시장이란 자체적인 게임 개발능력만 가지고는 통하지 않는다. 어느 쪽이 더 뛰어난 서드파티를 끌어들일 수 있느냐, 얼마나 홍보, 판매전략을 잘 세우느냐에 따라 그 우열이 결정되는 것이다. 오리진 시스템의 울티마 온라인의 성공, 블리저드사의 배틀 넷을 통한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의 네트웍플레이 등 세계적인 게임의 흐름이 ‘네트웍’ 으로 대변되는 추세의 흐름에 따라 일본쪽에서는 최초로 본격적인 네트웍 프로바이더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나선 세가의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11월 012002
 
그동안 말 많고 탈 많았던 NC소프트의 MMORPG 리니지가 18금 판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NC의 주식은 대폭 하락한 추세이며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분분해 하고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거의 악의 축처럼 인식돼오던 NC의 리니지, 과연 모든 것은 NC와 리니지만의 문제였을까? 이 일의 원인부터 차근차근 되짚어보도록 한다. 참고로 필자는 NC를 옹호하는 입장도 절대 아니며 리니지라는 게임을 그리 좋아하거나 높이 평가하진 않는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1. 문제의 발단, 아이템 현거래와 PK

지금 당장 아무 검색엔진에나 들어가서 ‘현거래’라는 검색어를 입력해보자. 수많은 아이템 현거래 사이트에서 다양한 아이템이 고가에 매매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현거래는 말 그대로 게임상에서 나오는 아이템 혹은 돈을 실제의 현금을 통해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게임을 오랫동안 플레이해오다가 접으려는 플레이어는 그동안 자신이 들인 노고에 대한 보상을 받고싶어할 테고 게임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직장생활 등의 이유로 인해 게임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 없는 사회인들은 적은 수고로도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기 위해 그러한 아이템을 구입하고자 한다. 이러한 서로간의 이해관계를 통해 수요와 공급이 성립되고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도 있다. 어쨌든 자기 돈 자기가 쓰겠다는데 말릴 이유 같은 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다음부터 생긴다. 온라인게임이 ‘돈이 되는’시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버리자 여기에 조폭 등의 세력이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 학생들을 게임 시켜준다는 명목으로 데려다가 PC에서 온종일 게임을 시키면서 아이템을 ‘생산’, 이를 현거래로 판매하면서 ‘아이템 장사’를 한다. 혹은 그런 현거래를 통해 돈만 받고 아이템은 주지 않고 내빼는 사기를 행한다. 또한 어린 학생들이 돈맛을 보게 되면서 아이템장사에 연연하는 등의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PK란 Player Killing, 즉 가상의 공간인 온라인 게임 상에서 자신이 플레이하는 캐릭터로 상대방 이 플레이하는 캐릭터를 살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 또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요소를 게임상에서 재현해놓은 것이며 따라서 PK란 게임성의 일부일 뿐이지 PK라는 시스템을 넣는 자체가 비도덕적인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리니지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은 플레이어가 게임상에서 죽었을 때 지니고있던 아이템의 일부를 떨어뜨리게 된다는 시스템상의 문제이며 이를 악용해 고의적으로 PK를 행한 후 아이템을 빼앗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게다가 자신이 불이익을 당했을 경우 상대의 신원을 추적해서 실제로 만나 린치를 가하는 등의 소위 ‘현피(현실 PK)’라고 불리는 사태까지 일어나자 리니지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되기 일로였다.

2. NC소프트만의 문제인가

이번 18금 판정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은 대체적으로 ‘잘 된 일이다’라는 쪽이 많다. 리니지로 인해 많은 사회문제가 일어났고 고로 마땅히 받아야 할 조치를 받았다는 반응이 보편적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게임 제작사는 검찰청이 아니다. 현실에서 비도덕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사용자를 일일이 잡아서 신고해야 할 의무도 없고 실질적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운영진에서 사용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실시간으로 추적을 하면서 현거래를 단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걸핏하면 조폭이 난입해서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의 사태가 일어나는, 그래서 철창살로 엄중하게 막혀있고 직원 전용 카드키로만 출입이 가능한 NC소프트의 사옥을 본 일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제작사 차원에서 이를 단속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시스템 상에서 최대한 예방을 하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NC소프트는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의견이 제시될 수 있다. 물론 가능한 일이다. 플레이어간의 아이템 트레이드를 시스템상으로 막아버리고 플레이어의 사망시 아이템을 떨구지 못하게 만든다면 이러한 현거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는 격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치 못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게임은 게임, 온라인은 온라인이다. 게임을 만들어가는 것은 제작사이지만 온라인게임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를 이루어나가는 것은 사용자이다. 사용자가 시스템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지 제작사가 사용자로 하여금 현거래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문제로 게임의 본질적인 부분, 즉 게임성 자체를 바꾸도록 강요하거나 혹은 그런 문제로 인해 제작사의 도덕성을 따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이는 게임이라는 엄연한 예술장르에 대한 침해이기도 하다. 물론 국내의 정서에 있어서 사용자끼리 서로 죽고 죽인다는 개념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따라서 18금 판정은 옳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 PK의 당위성에 대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독자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다. 문제는 이렇게 갑작스런 18금 판정을 받게 된 과정에 있다.

3. 어이없는 심의기준

1999년 4월 17일 이전까지 모든 게임에 대한 심의 권한은 정보통신부 산하의 정보통신 윤리위원회가 가지고있었다. 그러나 이후 발안된 소위 ‘음비게법’에 의해 이 권한은 문화관광부 산하의 영상등급위원회로 넘어가고 이에 반발한 정통부와의 타협안에 의해 온라인게임의 심의 권한만은 정통부가 그대로 지니고있는 것으로 결정됐다. 간단히 말해 정통부는 사후심의, 문광부는 사전심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정통부가 심의하는 게임만은 예외적으로 문광부의 심의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2년 3월 27일에 개정된 음비게법에 의해 이러한 조항은 삭제되고 기존에 정통윤의 심의를 받아 청소년 이용가로 이미 5년 가까이 서비스를 해온 리니지가 영등위의 ‘사전심의’의 대상이 돼서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은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관련 법령을 참조하기 바란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일뿐더러 이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 논리를 따르자면 앞으로 나오는 모든 온라인게임은 사전심의를 받아야하고 온라인게임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있는 사소한 패치 하나를 위해서도 영등위의 사전심의를 받아야한다. 이는 비단 NC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모든 온라인게임에 있어서 치명적일 수도 있는 문제인 것이다. 아직 온라인게임 등급분류의 심의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제시돼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비합리적인 전례를 남긴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일이다. 제작사는 새로운 시스템의 구현방식에서 많은 제약을 받게 되고 문제점 수정을 위한 간단한 패치 하나 하기도 힘들어진다.

4. 맺으며

결국 이번 리니지의 18금 판정은 정통부과 문광부의 밥그릇싸움에 의한 결과이며 그 희생양으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NC소프트가 지목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다. 그러한 NC소프트이지만 어쨌든 일개 게임회사에 불과하기에 이렇다할 법적인 대항 없이 타협안(캐릭터 사망시 아이템 드롭 삭제)을 제시한 현실에서 앞으로 타사에서 나올 게임들 또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기왕 심의를 하려면 명백하고 합리적인 심의기준을 마련한 후 ‘온라인게임’에 대해 명확한 이해를 지니고있는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적법한 절차에 의한 심의를 받게 해야 함이 옳다.

아스테: 유리만 깨는 줄 아나. 총도 쏘고 갔다네 -_- (야 그래도 우린 베란트보다는 낫다- 하하하! 하고 있다가 뒤통수맞은 기분)  [11/01-01:05]
룬: ……미국에서나 있을법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있었군 -_-; 하지만 정말 저 심의라는 건 너무 암울한데 –;  [11/01-12:54]

7월 162002
 
게임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듣게 된다. ‘왜 게임을 하는가?’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심오하다면 심오하다고 할 수도 있는 질문이다. 가장 간단히 대답하자면 ‘재미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 된다. 사실 그 이상의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 아무리 화려하고 겉보기 좋아보여도 재미 없는 게임은 의미 없는 것이며 때로는 터무니없이 단순해보이는 게임에서도 놀라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러한 ‘즐거움’은 다른 매체들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게다가 들이는 시간과 공로를 생각해보면 더욱 의문을 품게 된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만화책 한 권을 읽기 위해 우리는 보통 10~30분 정도의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소설책은 그보다는 좀 길어서 작품이나 읽는 사람 나름이긴 하지만 보통 2~3시간은 들이게 된다. 영화나 연극은 2시간 남짓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음악을 듣고자 하면 한 곡을 들어도 보통 3~4분, 장르에 따라서는 한 곡이 2~30분에 달하는 대곡이 있을 수도 있다. 앨범 단위로 들어도 기껏해야 1시간 남짓이다. 게다가 전달되는 방식도 일방적이다. 관객 혹은 독자 혹은 청자는 앞에 놓여진 이야기의 전개에 개입할 필요 없이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편리한’ 구조이다. 또한 음악의 경우는 BGM으로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어서 여러모로 더욱 편리하다.

그러나 게임은 다르다. 보통 한 편의 게임을 제작하게 되면 사전부터 클리어에 필요한 시간을 미리 어느 정도 상정해놓고 그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가게 된다. 웬만한 PC 내지 콘솔용 RPG의 경우 클리어에 필요한 시간은 보통 30~50시간정도. 난이도가 높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하는 서양식 RPG의 경우는 100시간쯤은 우습게 넘어가버린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경우에는 단순히 미리 제공된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서 대전에 필요한 전략과 전술을 숙지하는데 다시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단적인 예로 스타크래프트를 들어도 나온지 4년이 돼가지만 아직도 끊임없이 새로운 전술이 개발되고 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보다 높은 수준의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 끊임없이 플레이를 하고 있다. 액션이나 슈팅, 퍼즐게임 종류도 크게 다르진 않다. 한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반복 플레이를 통해 패턴 혹은 기술을 익혀야 하고 그에 따라 정말 신이 내린 반사신경과 게임 감각을 지니고있지 않는 한 플레이어는 보통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상당한 수고를 들이고 나서야 간신히 경지에 들어서게 된다.

단적으로 이렇게 놓고 보자면 아무리 봐도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 것은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럴 돈과 시간을 투자하느니 차라리 영화 한 편 더 보고 만화책 한 질 더 읽는 게 효율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런 수고를 들이면서도 게임을 즐긴다. 지금까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게임을 통해 얻는 ‘재미’는 다른 매체를 통해 얻게 되는 ‘재미’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 이 이외의 이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게임을 통해 얻게 되는 재미’에는 대체 어떠한 특별함이 있는 것일까.

일단 간단히 들 수 있는 점은 게임이 지닌 종합예술로서의 특질이다. 게임에는 음악이 있고 그래픽(미술)이 있고 이야기(문학)이 있고 재빠른 동체신경과 반사신경, 정확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체육의 요소도 있다. 이러한 종합 예술로서의 요소 덕분에 게임은 다른 매체와 차별화를 둘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아직 뭔가 부족하다. 이러한 종합예술로서는 영화나 연극과 같은 또다른 ‘종합예술’의 장르와 차별화를 둘 수가 없다. 그렇다면 게임만이 지닌 특질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답은 이미 위에 나와있다. 게임만이 지닌 특질, 그것은 바로 플레이어가 자신의 의사를 이야기의 진행에 개입시키고 게임은 다시 그 결과를 반영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보여주는 상호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다른 예술장르는 감상하는 자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에 따라 비평을 하거나 감동을 받고 칭찬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예술작품의 결과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의 경우는 그러한 상호간의 간섭을 통해 플레이어가 이야기의 흐름에 직접 개입하게 되며 그에 따라 전개는 달라진다. 물론 일반적으로 게임마다 정해진 결말이 있긴 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은 플레이어가 어떤 형태의 플레이를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며 완전히 같은 형태로 게임을 클리어하게 될 확률은 바둑에서 완전히 똑같은 대국이 우연히 나올 확률만큼이나 낮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더 있다. 다른 매체에서는 그러한 의사소통의 일방성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자신의 의사를 개입시킬 수 없지만 게임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물론 게임마다 그 한도는 다르지만 적어도 게임이 정해둔 한도 내에서 플레이어는 게임의 진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지니게 된다. 즉 공자가 말하는 인간의 3대 욕구 중 권력욕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는 잠시나마 현실세계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가상일지언정 하나의 세계가 움직인다는 쾌감을 맛보게 되고 그로 인해 게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상 설명한 부분이 다른 매체와 차별되는 ‘게임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다. 그러나 앞서도 설명했듯이 게임은 재미를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며 그러한 ‘재미’의 기준은 플레이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부분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의견이며 이에 대해 이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 게임의 어떤 부분에서 재미를 찾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는 것은 모든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 개개인이며 그 대답을 찾는 것이야말로 개개인의 게임을 대하는 자세를 결정짓는 것임과 동시에 ‘왜 게임을 하느냐’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란: 왜하긴. 일어나 영어 공부하려 하지.  [08/27-02:39]
조세피나: 게임을 하면 평소에 쌓여왔던 무력감이 해소가 되지요~ 엄마가 잔소리하고 선생님한테 혼나도 게임을 하면 난 영웅이고 전사이걸랑요 으하하하^^;;; 아 조금 유치하지만~ 진짜 인생보다 게임이 더 즐거운거라면, 사회가 부유하게 발달하면서리 할일이 없어지면서 사는게 재미없어 진걸지도..  [03/08-20:54]
조세피나: 물론 절대 사회의 발전과 부유가 사람을 할일없게 만들거나 평온하게 만든건 아닐지 몰라도(발전하면 할수록 오히려 인간의 삶은 더욱더 복잡해졌으니까요..날밤새면서 일해야하고..) 그런 생활에서는 살아있다는 느낌,, 자극이나 재미같은걸 찾기 힘들어서 게임이 재미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옛날 영웅이라고 불리던 사람들한테 게임을 시켜보면 아마 지루해할지도 모르니까요^^;;  [03/08-20:59]

1월 032002
 
이번에 국내에서는 이제 최고의 제작사로 자리를 잡았다고 하는 소프트맥스사에서 신작 ‘마그나 카르타’가 발매됐다. 발매 이전부터 대작을 표방했으며 그동안 소프트맥스라는 제작사가 쌓아온 지명도로 인해 그 기대 또한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작으로서는 너무나 짧은 제작기간, 데모버전에서 노출된 문제들 등으로 인해 많은 불안요소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결국 발매일을 맞추기 위해 불완전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발매됐다. 국내 게임 업계의 안 좋은 관행이 여기서도 나타난 것이다. 해외의 제작사들의 경우 게임 하나를 발매하기 위해 최소 수 개월간의 베타테스트를 거친다. 여기서 많은 문제점들을 수정하고 최대한 완전무결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끝에야 겨우 하나의 게임을 발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도 수정하지 못한 세세한 버그를 잡기 위해서, 혹은 기획단계에서 미처 조정하지 못한 밸런스를 조정하기 위해 발매 후 패치를 내놓게 된다. 그러나 국산 게임은 그런 사용자에 대한 배려라는 마인드는 전혀 잡혀있지 않고 오직 빠른 자금 회수를 위해 우선 예정된 발매일에 맞춰 발매해놓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을 잡기 위한 패치를 내놓는다.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그러한 안 좋은 관행이 드디어 제대로 터진 것이 이번 마그나 카르타이다. 그동안 소프트맥스사가 쌓아온 지명도에 맞물려(버그로 쌓아온 명성 또한) 처참할 정도로 심각한 버그, 기획 원안과는 크게 달라진 게임 구성, 발매와 동시에 공개된 패치 등등이 소프트맥스를 믿고 게임을 구입한 유저들에게 심한 배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유저들 사이에서는 소프트맥스사에게 전량 리콜과 개별 사과문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소프트맥스 측에서는 이를 묵살하고 패치를 통해 해결받을 것을 기다리라는 자세로 나오고 있다.

이것이 말이 되는가? 소프트맥스는 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소프트맥스가 언제부터 그런 대작을 펑펑 찍어낼만한 초일류제작사였단 말인가. 무리하게 대작을 표방했고 짧은 제작기간에 무리한 일정을 강행했기에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닌가. 객관적으로 놓고 봐서 국산 게임의 퀄리티는 아직 미, 일의 게임들에 한참 못미친다. 그들은 적어도 우리보다 10여년 이상 먼저 비디오게임을 만들어왔고 그 저변에는 TRPG와 각종 보드게임 등을 통한 두터운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말하자면 한참 못미치는 게임으로도 그동안 ‘국산’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누려온 것이다. 와레즈사이트에서도 알량한 애국심으로 국산 게임만은 정품을 사서 쓰라고 강조하는 곳도 있고 적어도 국산 게임은 내 돈 주고 사서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은 미, 일의 수준높은 게임에 이미 길들여져있고 거기에 ‘국산이니 사달라’하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기에 사실상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참신한 발상 내지 정성을 들여 만드는 모습을 보여줘야 소비자들을 납득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국산 게임도 돈 주고 살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그동안 자행되어오던 국내 게임계의 안 좋은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실제로 소프트맥스의 주가는 마그나 카르타의 발매와 함께 -390이나 떨어졌다고 할 정도이다. 보통 기대작이 출시되면 그 회사의 주가는 상승해야 정상인데 그 역이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게다가 그 이상으로 소비자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심어줬기에 단순한 금전적 손해 이상의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손해를 만회할 방법은 오직 좋은 게임을 만들어내서 소비자들의 인식을 되돌리는 길뿐이며 그러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세계 게임 시장에서 볼 때 자신들이 스퀘어나 코나미 같은 1류 제작사가 아닌 아직은 그렇고 그런 게임들을 만들어내는 영세적인 제작사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다른 국내 제작사들 또한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선 발매 후 패치라는 그동안 당연하다는 듯이 여겨왔던 인식을 달리 하게 되길 바란다.

Synodia: 게다가 마그나 카르타.; 캐릭터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다 ‘카르타 시스템’에 대해서도 말이 많더군요.; 정말이지.;  [09/08-11:55]
조세피나: 부..불쌍하다,,’ㅠ’..  [03/08-2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