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22013
 

스팀이 여름 세일을 맞아 드래곤즈 레어를 세일했다. 1983년에 발매된 이 작품은 당시로선 최첨단 영상매체였던 레이저디스크를 이용해 다른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다. 기존에도 LD 영상을 게임에 이용하는 시도가 없지는 않았지만(최초의 LD를 이용한 비디오게임은 그다지 성공적인 작품은 아니었지만 SEGA의 아스트론 벨트이다. 항상 실속 없이 앞서가는 세가.) LD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결과를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을 이용해서 보여준 최초의 게임이 바로 드래곤즈 레어다.

드래곤즈 레어의 게임 방식은 굉장히 단순하다. 화면상에 주인공 Dirk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면 플레이어는 그 타이밍에 맞춰 상하좌우, 혹은 칼질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화면에 그 행동에 의한 결과가 나타난다. 결과는 항상 위기를 넘기거나 더크가 죽거나 둘 중 하나다. (여담이지만 더크가 죽는 모습을 화면의 상황에 하나 하나 맞춰 일일이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 퀄리티는 지금 봐도 감탄사가 나온다.) 어쨌든 이 게임 방식의 핵심만을 놓고 보면 단지 타이밍에 맞춰 버튼 누르기밖에 없지만 여기에 기사 더크가 활약하는 연출을 가미함으로써 이 단순한 게임플레이에 좀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됐다. 즉 플레이어가 게임의 캐릭터의 행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감각을 부여한 것이다.


드래곤즈 레어의 성공은 곧바로 다수의 아류작의 발매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1985년을 전후해 일본에서 발매된 로드블래스터, 썬더스톰, 타임걸 등 일련의 LD게임시리즈다. 자동차, 헬기, 시간여행을 하는 미소녀 등 컨셉은 다양했지만 기본 골격은 드래곤즈 레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LD게임은 그렇게 장수할 컨텐츠는 아니었다. LD 재생장비 자체가 고가였기에 보급도 쉽지 않았고 관리의 어려움도 있었으며 LD 영상의 고화질에 걸맞는 게임을 만들기에는 당시의 기술력이 너무나 부족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위에서 언급한 세가의 아스트론 벨트만 봐도 고가의 폭발영상 감상 게임이라는 비아냥이 있을 정도로 영상과 게임플레이가 이어지지 못했다. 물론 드래곤즈 레어 같은 단조로운 게임 방식이 플레이어들에게 계속해서 어필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렇게 LD게임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게임의 주력 매체가 CD로 넘어가면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영미권에서는 이러한 LD게임을 Interactive movie의 범주로 분류한다. 즉 기존의 영화와 관객의 이야기 전달방식이 일방적이었다면 인터랙티브 무비는 말 그대로 전달이 상호작용한다. 말하자면 영화 속의 인물의 다음 행동을 관객이 선택하는 것이고 이는 기존의 다른 문화장르에 없던 게임만의 고유한 특질, 바로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보상의 구조가 시나리오 전개를 통해 일어남을 뜻한다. 비록 LD게임이 매체로서의 수명은 짧았지만 이후의 게임의 스토리텔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만은 분명하다.

1990년대 말은 게임의 표현양식이 2D에서 3D로 넘어가는 전환점이었고 이 시기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쉔무다. 쉔무는 게임 내의 스토리텔링을 단순히 3D CG를 이용한 영화적 연출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의 버튼 입력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래서 쉔무는 드래곤즈 레어의 시스템적 계승자라고 할 수 있는데 쉔무의 디렉터 스즈키 유는 이 시스템을 QTE(Quick Time Event)라고 명명했고 이 QTE시스템은 21세기에 들어 발매된 많은 게임들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Last of Us에 등장한 QTE 장면. 플레이어가 버튼을 연타함으로써 주인공 조엘이 적과의 힘싸움을 벌이는 감각과 총을 쥐기 위해 발악하는 느낌을 플레이어와 교감한다.


쉔무의 시스템적 계승작이라 할 수 있는 용과 같이 시리즈 5편의 마지막 전투. 스포일러 있으니 해보실 분은 조심(할 것도 없이 라스보스가 너무 자코라 ㅠㅠ) 전투 중간중간에 다량의 QTE를 삽입해서 드라마틱한 연출을 노렸다. 다만 좀 과한 느낌도 드는 편.


물론 모든 사람들이 QTE를 좋아하는 건 아닌지라 이런 식으로 QTE 까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최근의 게임들에서 쓰인 QTE는 과거에 비해 난이도가 많이 낮아졌고 사용장면도 가리는 편이다. 이 영상에는 다양한 게임들에 쓰인 QTE가 샘플로 등장한다.

위에서도 적었듯 QTE시스템은 다양한 게임플레이어 익숙해진 현대의 게이머들에게 그 자체로는 어필하기 힘든 매우 단순한 게임플레이방식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효과적인 영상 연출과 어우러질 때는 단순히 영상만을 보여줄 때와 비교해 대단히 강력한 감정이입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최근의 게임들은 더 이상 1990년대의 장르 구분만으로는 구별하기 힘들 만큼 각종 장르를 복합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QTE 연출만으로 게임이 성립되진 않지만 QTE시스템이 현대 게임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치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2월 152008
 
http://www.ani.seoul.kr/webzine/articleView.jsp?IDX=102
http://www.ani.seoul.kr/webzine/articleView.jsp?IDX=103

전문게재는 귀찮아서 링크로 대체. 어쩌다 보니 저런 걸 쓰게 됐습니다. 혹시라도 잘못 쓴 부분 있을까봐 공포에 떠는 중이지만 그래도 실수한 부분 있으면 가차없는 태클 부탁드립니다. 글쓰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B君과 그 외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
1월 042006
 
참고 기사
돈 넣고 상품권 따먹기? 2006.01.03 한겨레
검찰, 불법 성인오락실 무기한 단속 2005-12-28 연합뉴스
“오락실에서 화투게임 즐길 수 있다”…영등위, 등급완화 개정안 공개 2002-09-11 아이뉴스24

개요는 위 기사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는 문제니 릴게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넘어가도록 하겠다. 특히 제일 위의 한겨레 기사가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아무튼 간략히 말하자면 3년 전 문광부 산하의 영등위에서 침체된 아케이드 산업 중흥을 위해 오락실에서의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고 그 결과 도박성을 띈 성인용 오락실이 크게 늘어나 오늘날과 같은 현실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규제에 들어간다는 조금 우습기까지 한 내용이다. 아무튼 위 기사들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 약간 첨언을 하도록 하겠다.

릴게임의 구조를 살펴보면 대개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분할된 화면(모니터가 두 개인 경우도 있고 하나의 모니터에 상하로 표시되기도 한다)에 주(主:main) 게임이 있고 부(副:sub) 게임이 있다. 주 게임에서는 주기적으로 구슬이 떨어지고 이 구슬은 주게임점수를 획득하거나 부 게임(릴)을 작동시키는 데에 쓰인다. 부 게임이 작동되면 아래의 릴이 돌아가고(일종의 파칭코) 그 결과에 따라 점수를 따게 된다. 왜 바로 릴을 돌리는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이런 번거로운 2중 구조를 만들었는고 하니 위의 세 번째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이런 류의 사행성게임은 금지돼있었지만 그러한 사행성 게임이 주가 되는 게 아니고 다른 게임에 부가적인 요소로 넣게 된다면 허용하게 된다는 당시의 웃기지도 않는 법 개정 덕분이었다. 말이 주/부게임이지 실제로 법적으로 주게임과 부게임의 비중은 1:4로 제한하고 있다. 즉 10개의 구슬이 떨어지면 2개의 구슬은 주게임점수를 획득하는 쪽으로 떨어지게 되고 나머지 8개는 부게임, 즉 릴을 작동시키게 된다는 말이다. 이러고도 어쨌든 릴게임은 엄연히 부게임일 뿐이다.

저런 릴게임을 들여놓은 성인오락실에 가보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돈을 수십만원씩 쌓아두고 기계 여러 대 한 번에 점거하고 앉아서 계속해서 돈을 넣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돈을 넣고 릴을 돌리다가 포인트가 5000점이 차면 이를 상품권으로 지급받을 수 있으며 이 상품권은 원칙적으로는 불법이지만 공공연하게 10%정도의 수수료를 떼고 다시 현금화할 수 있다. 그렇게 한참동안 돈을 잃다가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엄청난 고배당이 터지면서 상품권을 쉴새없이 뱉어내는 시점이 있는데 보통 사람들이 이 맛에 릴게임에 빠지게 되고 언제고 저런 대박을 터뜨려서 잃은 돈을 만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게 된다. 즉 그 고배당이 터지는 시점까지 부은 돈을 10이라 하면 이때까지 되돌려받는 돈은 약 2~3이다. 그리고 이 고배당이 터지는 시점에서 5정도의 돈을 돌려준다. 실은 2~3정도의 손해를 본 상태지만 엄청난 이득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맛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고배당을 노리고 그렇게 돌려받은 돈 7~8을 다시 릴게임에 쏟아넣는다.

릴게임에 있어서의 환금률은 법적으로 80% 이상이어야 하도록 규정돼있다. 이 말은 어찌됐든 릴게임을 하게 되면 들인 돈의 80%만을 되돌려받게 돼있고 그나마 상품권에서 10%의 수수료를 떼고 나면 되돌아오는 돈은 72%다. 그리고 이 돈을 다시 릴게임에 들이고 나면 그 다음에 되돌아오는 돈은 약 52%, 즉 두 번만 회전해도 돈이 절반으로 깎이게 돼있는 것이다. 이 또한 제대로 80%의 환금률을 적용했을 때의 경우이며 확률은 업주들이 공공연하게 조작하는 일이 가능하다. 어떻게 하든 플레이어가 손해를 보게 돼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이유로 사람들은 언제고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고 끊임없이 릴게임에 도전한다. 심지어는 인터넷에 릴게임 등에 대한 정보 공유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릴게임별로 ‘공략법’까지 논한다. 결국은 다 잃게 돼있건만 어처구니 없는 노릇이다.

작년에 회사를 전전하던 당시 중간에 사정이 어려워져서 여기 저기 찾다가 할 수 없이 릴게임업체에 잠시 몸담은 일이 있다. 제사정으로 인해 3일만에 그만두고 나왔지만(이전에 올린 이직 관련 포스팅 참조) 어쨌든 당시 경험해본 게 마냥 손해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저 업계에 대한 여러 가지 사정을 알게 됐다는 점 덕분일 것이다. 사실 이런 장르에도 ‘게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마어마한 돈이 모여드는 시장이 형성돼있고 각종 부작용이 드러나자 이제 와서 공론화가 되고 있다. 사실 오락장 뿐만 아니라 슬슬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도박사이트도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여기서 정부의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별로 없지만 이미 2002년에 큰 실책을 저지른 마당에 지금 와서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한겨레 기사 참조)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10월 152003
 
http://www.square-enix.co.jp/http://www.ff12.com80년대 중반 ~ 90년대 초반에 걸쳐 메이저 하드웨어였던 닌텐도의 패미컴과 수퍼패미컴의 높은 보급률과 게임 자체의 뛰어난 완성도에 힘입어 드래곤 퀘스트와 경쟁 체제를 확립하며 일제 RPG의 양대산맥으로 잡았던 FF 시리즈, 그러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넘어온 이후의 FF는 많은 변질을 겪으면서 기존 시리즈와 단절되는 양상을 보여줬고 덕분에 기존 시리즈의 팬들에게 격렬한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 그 선구자적인 작품이었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넘어온 FF의 첫 작품인 FF7은 이전의 게임에서 보기 힘들었던 파격적인 세계 디자인, 기존 시리즈의 간판 일러스트레이터였던 아마노 요시타카 대신 과감히 사내 스탭이었던 노무라 테츠야를 중용한 점, 인물 그래픽의 3D 표시 등의 많은 변화를 가져오면서 시리즈 사상 최대의 성공을 거둠과 동시에 게임, 특히 RPG라는 장르에 있어 소외계층이었던 여성 게임팬들을 흡수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기도 했다. 7의 성공 이래 점차 보이기 위한 부분에만 치중하고 게임성을 소홀히 함과 동시에 기존의 비 게임인구를 게임시장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면서 형성됐던 거품시장이 빠져나가게 된 결과 FF라는 브랜드는 점차 가치가 떨어져간 것이다. 덕분에 8~10편에 걸쳐서 점차 감소하는 판매성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거액의 예산을 퍼부었던 Final Fantasy the Movie의 실패, 게다가 MMORPG를 선언했던 11편은 플랫폼 선택의 미스에 BB업체들과의 협력 부재 등으로 인해 무리하게 투자했던 거액의 금액을 빠른 시일 내로 회수하기는 매우 어려워보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온 작품으로 추정되는 FF X-2는 어쨌든 밀리언셀러를 기록해주면서 제 역할을 하긴 했지만 FF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는데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랫만에 나온 DQ의 새 시리즈가 여전히 300만개 이상의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는 것과 좋은 대조를 보이는 부분이다.

한편 이 시기에 일본 게임업계에서는 특기할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전설의 오우거배틀과 택틱스오우거라는 일본 게임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공전절후의 완성도를 지닌 게임을 만들어낸 명 제작자 마츠노 야스미가 스퀘어로 이적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덕분에 오우거배틀 시리즈의 팬들 사이에서는 스퀘어가 고의적으로 마츠노씨를 빼갔다는 음모론이 퍼졌고 모 오우거배틀 팬사이트에서는 마츠노씨 본인이 직접 게시판에 해명을 하는 사태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 마츠노씨가 스퀘어로 이적해서 만든 첫 작품은 Final Fantasy Tactics. 이름은 그럴듯하게 화이날환타지의 세계관을 베이스로 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이며 판매량도 100만개를 넘기는 호성적을 기록했지만 실체는 Tactics Ogre와 거의 동일한 구성에 껍데기만 바꾼 게임이었으며 덕분에 마츠노씨의 팬들은 그가 앞으로 Square에서 차지하게 될 위상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 그러나 그러한 불안감도 잠시, 마츠노씨 본인은 3D게임의 습작이라는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Vagrant Story가 놀라운 완성도를 자랑하면서 발매된 것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팬들 사이에서는 갈수록 타성에 젖어가는 Square의 게임들 속에서 마츠노씨의 작품이야말로 유일한 희망이라는 견해도 나왔지만 정작 Vagrant Story의 판매량은 여타 Square 게임에 비해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약 30만개에 불과했으며 결국 팔리는 것은 FF시리즈뿐인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앞뒤로 순탄치 않은 상황을 맞게 된 Square는 라이벌 관계에 있던 Enix와 합병을 하게 되고 FF 12의 디렉터에 마츠노 야스미를 전격 기용함으로써 이 난국의 타개를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그 제작발표회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FF 12야말로 Square-Enix의 향후 동향, 마츠노 야스미 본인, 그리고 Ogre Battle 시리즈라는 일세를 풍미한 게임 세 가지 모두에게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 작품을 스퀘어 내에서가 아닌 타 제작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크리에이터에게 맡긴다는 것은 크나큰 모험이다. 갈수록 플레이어들이 게임 불감증을 호소하는 이 시대 속에서 FF가 다시 명성을 되찾기 위해선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했으며 이 점에서 마츠노 야스미라는 선택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Quest는 게임사업에서 철수함에 따라  Ogre Battle 시리즈의 판권을 Square로 양도했고 이는 FF12의 성공 여부에 의해 Square-Enix 내에서 마츠노씨가 차지하는 위상의 변화에 따라서는 앞으로 Square-Enix의 주력 타이틀이 오우거배틀 시리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조금 섯부른 기대를 해보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로서 FF12의 이미지가 공개된 것은 저 홈페이지에 가보면 나오는 일러스트 한 장뿐이다. 단 한 장의 일러스트지만 게임의 분위기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많은 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그리하여 필자 개인적으로는 스퀘어가 FF X와 X-2, 그리고 킹덤하츠 등의 작품을 통해 보여준 게임으로서의 재미와 시각적인 효과의 융합에 대한 시도, 그리고 마츠노 야스미라는 개발자의 재능이 한데 어우러져 지금까지의 FF와 차원을 달리하는 또 다른 명작이 탄생해주길 바라는 바임을 밝히며 이만 마치도록 한다.

*참고자료 : Square-Enix 미국지사에서 발표한 역대 Square-Enix에서 발매한 밀리언셀러 작품 목록. 자사 발표이니 수치에 과장이 있으리라는 점을 염두에 두자.
http://gameonline.jp/news/2003/08/08006.html
타이틀 일본 내  해외  합계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 121万本 78万本 199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II 108万本 20万本 128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III 140万本 – 140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IV 182万本 34万本 216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V 262万本 – 262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VI 262万本 86万本 348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VII 390万本 544万本 934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VIII 370万本 445万本 815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IX 279万本 229万本 508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X 287万本 302万本 589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X-2 200万本 – 200万本
ファイナルファンタジータクティクス 136万本 91万本 227万本

ドラゴンクエスト 150万本 – 150万本
ドラゴンクエストII 240万本 – 240万本
ドラゴンクエストIII 595万本 – 595万本
ドラゴンクエストIV 430万本 – 430万本
ドラゴンクエストV 280万本 – 280万本
ドラゴンクエストVI 320万本 – 320万本
ドラゴンクエストVII 411万本 – 411万本

위 판매량을 보면 알 수 있듯 초기의 FF는 DQ에 상대가 되지 않는 작품이었지만 FF 3~6에 걸쳐 보여준 높은 완성도가 이런 양대산맥체제를 견인했다. 그렇다고 해도 DQ 최고의 걸작은 판매량에서 보나 작품성에서 보나 역시 나이토 칸이 참가했던 3,4편이었으며 이후의 DQ시리즈는 게임으로서 그다지 특별할 건 없었다고 생각한다.

5월 212003
 
그냥 FF10탄 동영상을 보고 나서 드는 생각에 끄적여본 글입니다. 아직 FF10을 제대로 해본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남녀주인공 생긴 게 더럽게 마음에 안 든다는 점 하나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의 동영상을 선보여버렸으니 앞으로는 또 얼마나 되는 물건을 내놓아야 유저들의 눈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그만큼 게임의 퀄리티가 따라갈 수 있을지, 겉보기에만 화려한 속빈 강정들이 다시금 속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써본 ‘편견과 독단’으로 가득찬 글입니다.

언젠가부터 게임이 변하기 시작했다.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잘 팔리는 게임 =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등식이 성립했었다. 영세적인 소규모의 제작사라도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일정 수준의 판매량 정도는 기록할 수 있었고 그랬기에 많은 중소 제작사들이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매진해왔다.
그러던 어느날 CD-ROM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게임기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롬팩이나 플로피 디스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용량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동영상과 CD라는 매체의 특성을 이용한 고음질의 음성 혹은 음악을 그대로 삽입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혁신적인 요소였으며 그러한 요소 자체가 당시로서는 게임성의 일부분을 차지하게 된 새로운 개념이었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Super Famicom(SFC), Mega Drive(MD), PC엔진의 시대를 지나 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 등 차세대 게임기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그러했던 양상이 지나치게 부각됨에 따라 게임 자체가 변질되기 시작했다. 즉 게임성 자체보다는 비주얼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3D CG 혹은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화려한 동영상을 중시한 나머지 제작사들이 정작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기보다는 보다 겉보기에 화려한 게임을 만드는데 치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이자 시발점은 Square사의 Final Fantasy(이하 FF) 7을 들 수 있다. 이 FF7은 수퍼패미컴으로 6탄까지 시리즈가 인기리에 이어져온 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넘어오면서 경쟁기종이었던 새턴에게 플레이스테이션이 결정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줬을 정도로 높은 지명도를 지녔고 그만한 완성도도 겸비하고 있었던 시리즈이다. 그리고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FF7은 나름대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아마노 요시타카로부터 과감히 벗어나 자사의 스탭이었던 노무라 테츠야를 중용한 점, 그래픽을 2D에서 3D풍으로 바꾼 점, 그리고 게임의 분위기 자체를 근본적으로 일신한 점 등등. 어떻게 보면 기존의 FF와의 단절을 선언하는 일종의 모험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은 특히 기존에는 게임과는 거리가 먼 계층이었던 소위 동인녀들에게 크게 어필하는데 성공해서 새로운 FF시리즈를 이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게 됐다. SFC시절까지만 해도 만드는 게임마다 나름대로의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고정적인 팬층을 확보하던 스퀘어사가 이후로 내놓은 게임들은 어딘가 매너리즘을 보이면서 게임성 자체는 특별할 것도 없는 범속한 게임들을 양산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게중에는 할만한 게임도 제법 있긴 했지만 그동안 실력파 제작사로서 정평이 나있던 스퀘어의 지명도를 생각하면 납득하기 힘든 작품들이 더 많은 편이다. 그러나 CG무비만은 다들 상당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FF 팬들에게는 죄송한 얘기지만 까놓고 얘기하자면 FF7은 재미없었다. 더 새로울 것도 없는 전투시스템은 로딩만 길어져서 짜증만 나게 하고 3시간만에 패드를 집어던지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처음에 볼 때에는 대단히 아름다워 보였던 3D CG의 영상미도 결국 비주얼신은 CG전용 플랫폼에서 제작된 것을 무비로 캡춰한 것에 지나지 않았고 고정돼있는 배경 CG는 눈속임에 불과했기에 나중에 볼 때에는 아무런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력 자체로 놓고 따지자면 같은 해에 발매됐던 Game Arts사의 그란디아가 훨씬 뛰어났다. 마을이나 던전 하나의 맵을 통째로 모델링해서 세워놓고 360도로 빙글빙글 돌리면 2D풍의 텍스처를 입힌 아름다운 배경이 펼쳐진다. 단순히 고정된 배경을 보여주고 3D인척 눈속임을 하는 FF7,8이나 Capcom의 Biohazard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정성과 기술력이다. 그러나 그 해(1997년) CESA 게임 대상 최우수상은 ‘많이 팔리고 잘 알려진’ FF7이 차지했고 ‘잘 만들어진’ 그란디아는 우수상에 그쳤다.

그리고 FF 8편이 등장한다. 여전히 캐릭터 디자인은 노무라 테츠야, 이번에는 SD풍이 아닌 등신대 사이즈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사실 FF정도 되는 대작의 게임의 메인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에는 실력상으로 역부족인 노무라 테츠야의 허접한 원화를 그만큼 표현해낸 스퀘어의 3D CG 팀은 칭찬을 해주지 않을 수 없지만 게임은 여전히 지겹기 짝이 없다. 보이는 거라고는 CD 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하이퀄리티의 무비들뿐이지만 겨우 저 무비를 보기 위해 이런 개삽질을 해야 한다는 건가? 절대 그런 짓은 할 수 없었고 이 게임 또한 중간에 때려치고 말았다.

그러나 여전히 FF시리즈의 지명도는 높고 새 작품이 발매되면 첫 주에 2~300만 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게임이 발매되자마자 용산에 게임의 동영상만을 수록한 비디오시디가 판매된다. 대체 게임을 위한 동영상인가 동영상을 위한 게임인가. FF시리즈는 일본의 RPG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작품이 아니던가? 이런 식으로 나오려면 일찌감치 완결을 지을 것이지 뭐 하러 구차하게 시리즈를 이어나간다는 말인가? 결국은 위에서 말한 대로 자승자박이다. 그런 하이 퀄리티의 무비를 제작하기 위해 게임 하나에 들어가는 제작비는 나날이 커지고 게임은 그만큼 팔려주지 않는다. 그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일단 나오면 팔리는 화이날 환타지라는 이름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는 또 다른 양대 산맥이었던 드래곤퀘스트(이하 DQ)시리즈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실상 DQ시리즈는 3,4탄의 디렉터였던 나이토 칸이 빠져나간 이후 5탄이 나오면서 그 생명력을 잃었다. 어떻게 보면 변모한 FF와는 달리 DQ다움을 잃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진부한 구성과 스토리는 솔직히 이 게임이 DQ의 이름을 달지 않고 나왔다면 50만개나 팔렸을까 하는 의문이 느껴지게 해준다. 그러나 어쨌든 DQ의 이름을 달고 나온 게임은 기본적으로 300만개 전후는 팔려주고 제작사는 이 매력적인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놓치기는 싫은 것이다.

스퀘어나 에닉스 같은 회사들도 이런 악순환에 빠질 지경인데 다른 중소규모 제작사는 오죽하겠는가. 잘 만들어도 팔리지 않는다. 적절히 만들어서 눈요기 거리만 채워주면 일정 수준 이상은 팔린다. 대다수의 제작사는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다. 여성향의 보이즈 러브 계열 게임이나 남성향의 미소녀 게임이나 별반 다를 바는 없다. 물론 그 나름대로의 도가 있고 잘 된 일부 게임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사실 나는 미소녀게임도 즐기는 편이다.) 게임 업계 전반의 흐름이 결국 보이기 위한 게임을 만드는데 치중하기 시작했고 이는 순수하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큰 실망을 안겨주게 된다. 쿠소하기 짝이 없는 남코의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같은 작품은 이노마타 무츠미가 작화를 담당한 오프닝의 힘으로 100만개가 넘게 판매되고 로봇대전 시리즈는 사실상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는 지겹기 짝이 없는 구성으로도 그 고전 메카물 팬들의 힘을 등에 업어 나오면 항상 대작 취급을 받는다.

결국 꿋꿋하게 자신들의 게임 스타일을 고집하던 메이커들은 상당수가 휘청거리게 된다. 화의신청까지 갔던 Compile이 그랬고 자사의 하드를 포기하고 간판 타이틀을 경쟁기종에 이식하기로 결정했던 세가가 그랬다. 반면에 그런 조류에 잘 영합한 코나미 같은 경우는 지금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는 제작사 중 하나이다. 시대의 흐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즐기기 위한 것’, ‘재미있어야 한다’ 라는 게임의 근본 이념이 뒤집혀야 할 것인가? 물론 그 즐긴다는 점이나 재미라는 측면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람 나름대로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저 그런 보이기 위한 측면에서 오는 재미는 순간에 지나지 않고 플레이어를 금방 식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인간의 끊임없는 욕구에 따라 그보다 더 화려한 것을 만들어야만 유저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반면에 순수하게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추구한 작품은 쉽게 죽지 않고 유저를 깊이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먼 훗날에도 그런 작품들은 알아주는 사람은 적더라도 명작으로서 칭송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라면 어떤 게임을 만들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후자 쪽을 택할 것이다.

Starless: 그래도 FF10 퀄리티는 의외로 괜찮다고들 하더군요. 7~9보다는 훨씬 낫다던가, 해봐야겠습니다.  [12/19]
Lejark: 그래도 8은 시스템 뜯어보면 대단히 괜찮아. 7은 확실히 썩이지만.  [01/05-05:07]
Synodia: 잘 모르는, 그냥 플레이하는 사람의 입장으로 말하는 것이지만, 스퀘어의 실수는, 사람들이 동영상에 감탄한다고 해서 동영상만 불린 데 있다는 것도 한 몫 했다고 보입니다. 마치 순정만화에서 꽃미남 꽃미남 하니깐 저질러버린 실수처럼요. 누군가 말했듯, 객관적으로 보아 농담으로라도 ‘꽃미남’이라 할 수 없는 그림의 레디온이 미남으로 보였던 것은 ‘스토리’의 힘이었듯, ‘동영상’에 대해 감동하게 되는 것은 그것이 나올 때  [09/08-12:01]
Synodia: 그것이 나올 때까지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스토리’때문인데, ‘스토리’는 대강 맞추고 ‘동영상의 화려함’에 치중해봤자 ‘스토리’에 흥미가 없어진 사람들은 ‘동영상 수집’의 차원에서 시디를 사게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파판 6 엔딩에서 울어버렸던 것은, 1999년 보았던 그래픽이 환상적이어서가 아니었죠(..;). 그걸 다들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09/08-12:02]
Synodia: TRPG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플레이어들이 감동하는 순간은 ‘세련된 스토리’내에서가 아니라 ‘자신이 대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자기가 주인공의 심정, 또는 주변 인물 중 하나의 심정과 같은 마음이 되면, 자신은 그 순간 게임 안에 들어가 싸우고 울고 웃는 것이죠. TRPG와 CRPG의 공통점이 아닐까 합니다. 놀랍게도 파티원들이 울었던 순간은 아주 상투적이고 고전적인 순간이었으니까요(쿨럭.;) 사람의 마음이란 의외로 고전? [09/08-12:06]
Synodia: 사람의 마음이란 의외로 고전적인 것 같습니다. (…그예 딴소리로 새는군요.; 핫핫핫)  [09/08-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