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2010
 
대구에 다녀왔습니다. 간만의 야구임에도 개막전을 어웨이에서 한다는 사실에 참지 못하고 대구에 원정 다녀왔습니다. 개막전을 홈구장에서 치를 수 있는 팀 팬들이 부럽습니다. 트윈스도 잠실에서 개막전 좀 해보고싶습니다. 

1. 03/27 개막전
엘지 입장에서는 쉽게 이길 수 있던 경기를 고질적인 마운드 문제로 인해 어렵게 끌고가야 했던 경기입니다.  분명 초중반의 흐름은 엘지가 쥐고있었지만 이재영이 내준 볼넷으로 인해 역전을 허용했고 경기는 난전이 됐습니다.

이 경기를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엘지의 창이 삼성의 방패를 물리친 경기입니다. 연장 11회까지 가는 접전 속에서 양 팀은 가용한 불펜을 총동원했고 삼성의 간판 마무리 오승환이 등판하며 패색이 짙어진 속에서 9회초 2아웃에 터진 이진영의 솔로홈런은 올시즌 엘지가 지닌 힘을 보여줬습니다.

무엇보다 이 경기에서 얻은 수확은 단연 오지환의 가능성입니다. 타격에는 재질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직접 눈으로 보고 그 소문을 확신으로 바꿨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역시 마운드에 있습니다. 선발 곤잘레스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후속 투수들이 보인 불안한 모습, 총 11개의 사사구는 올시즌도 엘지가 어려운 시즌을 보내게 될 것을 예감했고 다음날 경기에서 이 불안감은 현실로 드러납니다.


2. 03/28 2차전
1회 상대 선발 나이트의 난조를 틈타 3득점을 했습니다. 확실히 올시즌 엘지의 공격력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그게 다였습니다.

선발 심수창은 1회 호투하는듯 했지만 2회 이후 위기를 맞자 고질적인 문제였던 심리적 난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볼을 패대기치듯 던지다 난타를 허용했습니다.

반면 삼성 선발 나이트는 1회의 난조 이후 안정을 되찾고 이후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더 이상의 추가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6회까지 호투하여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결국 양 팀 마운드의 높이가 승부를 갈랐습니다. 엘지의 불펜은 이후 나오는 투수들마다 실점을 허용하면서 삼성의 신예 클린업트리오의 기세를 올려줬습니다. 반면 삼성의 불펜은 나오는 투수마다 150km에 육박하는 위력적인 공을 선보이며 엘지의 강타선을 틀어막았습니다. 결국 점수차는 벌어지고 오승환이 등판할 필요조차 없는 경기가 돼버렸습니다.

유일한 소득은 신정락의 가능성을 봤다는 점입니다.  그 외에는 엘지의 취약한 마운드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3. LG 선수들 촌평
오지환 – 올시즌의 기대주 1. 타격재질은 정말 범상치 않았습니다. 변화구에는 좀 더 적응이 필요할 걸로 보입니다. 문제는 역시 수비가 안정적이지 못했습니다. 4-6-3 병살 처리에서 1루주자의 슬라이딩에 막혀 1루송구를 못한 부분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3루주자를 의식한 나머지 놓쳐서 1루주자를 살려준 장면도 아쉬웠습니다. 다만 센스가 없는 선수는 아니니 몇 년 정도 경험이 쌓이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중이고 그렇게 키울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입니다. 유지현 이후 대가 끊긴 공격형 유격수의 부활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설레발을 쳐보는 중입니다.

신정락 – 올시즌 기대주 2. 엘지 마운드에서 유일하게 150km를 찍으면서 삼성 타자를 압도했습니다.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잘 하면 엘지도 파이어볼러 마무리 하나 키워보는 거 아닌가 싶게 설레발을 쳐보는 중입니다.

이재영 – 구위는 여전히 위력적입니다만 제구력 난조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영만한 구위를 지닌 투수가 지금 엘지 불펜에 없다는 게 엘지 마운드의 비극입니다. 어찌 됐든 이재영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재영이 제 역할을 못 해준다면 엘지는 정말 힘든 시즌을 보내야 합니다.

곤잘레스 – 생각보다 좋은 투구를 보여줬습니다. 몇 경기 더 봐야겠지만 일단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카모토 – 타자를 윽박지를만한 구위를 지닌 것 같진 않습니다. 스스로 불지르고 스스로 껐는데 적어도 지금 엘지 불펜에는 불을 끌 능력조차 부족한 선수들이 태반이란 걸 생각하면 어쨌든 중요한 전력임엔 틀림 없습니다.

이진영 – 엘지 타자들 중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오승환에게 9회 투아웃에서 때려낸 동점 홈런이 압권이었습니다. 올시즌도 좋은 활약 보여주리라 예상합니다.

이병규 – 여전히 방망이에 갖다 맞추는 재주는 비상합니다. 적극적인 타격자세도 여전합니다. 놔두면 알아서 안타도 치고 홈런도 치고 할 선수니 좀 두고 봐야 합니다.

조인성 – 여전히 포수로서의 기본기는 훌륭합니다. 좋은 블로킹으로 투수를 안심시켜주는 장면을 여러 번 보여줬습니다. 타격감도 나쁘진 않아보였습니다. 다만 도루 허용이 많았는데 조인성의 문제라기보다 엘지 투수들이 너무나 주자 견제를 못해줘서 조인성이 2루 송구 해볼 틈조차 안 줬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이대형 – 타격 자세 바꾸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닙니다. 그래도 이대형이 출루할 경우의 득점확률은 매우 높습니다. 어쨌든 두고 봐야할 듯 합니다.

박병호 – 대타로 나와 삼진당하는 모습은 좀 아쉬웠습니다. 사실 큰 기대를 걸고있진 않습니다만 적어도 이성열보다는 잘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족이지만 내가 너때문에 두산팬하고 내기까지 했단 말이다.

심수창 – 제가 심수창선수에 대해 지닌 안 좋은 이미지들을 고스란히 다 보여줬습니다. 위기만 오면 공을 패대기치면서 실점하는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충분히 10승 이상을 해줄 수 있는 기량을 지녔으면서도 저런 멘탈의 문제가 극복이 안 되니 답답합니다.

4. 삼성 선수들 촌평
양준혁 – 안타는 못쳐냈지만 타석에서의 존재감은 여전합니다.

오승환 – 이진영에게 맞은 홈런은 그냥 이진영이 너무 잘 친 겁니다. 148 – 106 – 146으로 정성훈을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에선 실로 전율했습니다. 첫 게임에서 블론을 저질렀지만 어쨌든 올시즌 자기 역할은 충분히 해낼 것으로 보입니다.

정현욱, 안지만, 권오준 – 삼성불펜 사기. 시즌 내내 삼성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저 벽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립니다.

나이트 – 처음에 불안했지만 이후 안정을 찾으면서 보여준 구위가 정말 위력적이었습니다. 150km의 직구에 140km의 슬라이더가 제대로 들어오면 대체 어떻게 치라는 건가 싶었습니다. 슬로우스타터라면 역시 초반을 공략하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

백정현 – 이틀동안 삼성에서 등판한 불펜투수들 중 유일한 구멍이었습니다. 27일 경기에서 11회 2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제구도 안 되고 구위도 빼어나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 내보내는 저의가 궁금하더군요. 아직 제가 모르는 선감독이 눈독들일만한 뭔가를 지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듭니다.

진갑용 – 이틀 연속으로 홈런도 치면서 좋은 타격감 보여줬습니다. 역시 공격력에선 역대 포수들 중에서도 손가락으로 꼽을만합니다.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 삼성의 새 클린업트리오의 시작은 일단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이대로만 가주면 삼성의 공격력은 무시를 못할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명철 – 하위타선에서 좋은 활약 보여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삼성에서 가장 예측하기 힘든 선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5. 총평
결과적으로 원정에서 1승 1패라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보였지만 내용면에서 LG의 모든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2연전이었습니다. 마운드가 불안하니 쉽게 잡을 경기도 어렵게 잡거나 역전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하고 지는 경기는 허망할 정도로 쉽게 무너집니다. 작년까지 엘지가 하위권에서 헤맨 원인도 결국은 마운드였는데 이 점이 나아지지 않으면 미래는 없습니다.  결과론이라고는 해도 초보 감독인 박종훈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도 문제를 보였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올시즌 엘지 4강진출의 핵심과제입니다.
11월 222008
 
기록출처 : http://www.istat.co.kr/

이진영

연도 팀명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경기 타석 타수 안타 홈런 타점 득점 볼넷 삼진 도루 RC RC/27
통산 전체 0.301 0.373 0.455 0.829 1078 4022 3532 1064 109 460 548 392 508 74 600.6 6.13
1999 쌍방울 0.258 0.316 0.347 0.663 65 210 190 49 4 13 14 17 40 5 20.7 3.7
2000 SK 0.247 0.298 0.401 0.699 105 316 292 72 7 33 34 21 64 2 35.1 4.2
2001 SK 0.28 0.351 0.402 0.753 120 369 321 90 7 31 49 35 64 9 46.3 4.92
2002 SK 0.308 0.375 0.492 0.867 128 475 419 129 13 40 73 42 57 11 74.1 6.29
2003 SK 0.328 0.408 0.52 0.928 128 562 481 158 17 70 81 62 76 10 99.5 7.61
2004 SK 0.342 0.438 0.505 0.943 117 483 404 138 15 63 74 66 49 8 88.1 8.23
2005 SK 0.291 0.369 0.47 0.839 122 523 453 132 20 74 76 55 60 8 79.4 6.22
2006 SK 0.273 0.34 0.381 0.721 118 473 428 117 11 41 54 41 52 3 55 4.57
2007 SK 0.35 0.412 0.518 0.93 80 248 220 77 7 42 40 22 20 6 47.3 8.56
2008 SK 0.315 0.377 0.451 0.827 95 363 324 102 8 53 53 31 26 12 55.9 6.37

이병규가 해외진출을 해버린 지금 한국 최고의 5-tools 플레이어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 이진영을 꼽는다. 당연 올 FA 타자들 중 최대어였고 그런 선수를 잡은 이상 당장 내년에 4강권도 노려볼만한 전력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역시 아무리 명감독 산하에서 우승까지 했다고 해도 그런 선수가 플래툰 시스템에 묶여 95경기밖에 출장을 못했다면 타팀 이적의 동기가 되기엔 충분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LG에서 얼마만에 보는 통산 RC/27 6점대를 넘기는 선수인지 모르겠다. 제발 먹튀만 하지 말아다오.

정성훈

연도 팀명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경기 타석 타수 안타 홈런 타점 득점 볼넷 삼진 도루 RC RC/27
통산 전체 0.285 0.352 0.416 0.769 1078 4315 3806 1086 91 491 521 342 483 66 550 4.99
1999 해태 0.292 0.349 0.407 0.756 108 416 366 107 7 39 49 26 51 5 51.2 4.79
2000 해태 0.26 0.302 0.326 0.628 119 499 457 119 1 37 50 25 55 10 45.5 3.38
2001 KIA 0.28 0.331 0.41 0.741 49 179 161 45 4 18 17 12 18 6 20.8 4.32
2002 KIA 0.312 0.376 0.465 0.841 114 385 340 106 9 39 65 28 42 16 59.8 6.34
2003 현대 0.343 0.397 0.509 0.906 91 379 338 116 13 51 55 23 40 9 60.6 6.39
2004 현대 0.266 0.35 0.366 0.716 118 540 470 125 8 59 66 54 60 1 61.2 4.49
2005 현대 0.266 0.346 0.426 0.772 126 523 458 122 17 72 61 49 67 7 66.6 4.97
2006 현대 0.291 0.369 0.447 0.816 122 492 416 121 13 66 56 49 43 3 67.5 5.46
2007 현대 0.29 0.357 0.467 0.824 122 503 445 129 16 76 59 40 66 1 73.1 5.86
2008 히어로즈 0.27 0.345 0.366 0.711 109 399 355 96 3 34 43 36 41 8 44 4.25

팀 사정도 사정인지라 올해 태업한 기미가 있고 아니나다를까 FA 풀리니까 잽싸게 LG와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에 시장에 나온 김동주 생각하면 정성훈 가지고 성에 찰 리는 당연 없지만 김한수가 은퇴한 이상 김동주 다음 가는 3루수는 된다. 특히 내야수로 통산타율 .285는 상당히 준수한 성적이다. 그동안 언제 이루어질지 모를 김상현의 성장에만 기대할 수밖에 없었던 LG의 3루에 큰 기폭제가 되리라 예상한다.

근년에 구단이 얼마나 삽질을 했는지 결국 구회장이 빡돌아서 직접 칼을 빼들고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한 성과다. 구단에 대대적으로 감사 들어가고 LG 프런트, 코칭스탭, 선수들 등 상당수가 물갈이됐다. 참고로 현 LG그룹 총수 구본무회장은 90년대에 전임 LG트윈스 구단주였고 야구에 관심이 많은 인물로 잘 알려졌으며 이 시기는 LG트윈스 최고의 황금기였다. 과감한 투자와 선진화된 프런트로 1990 1994 우승을 달성하는 등 신흥 명문구단의 이미지를 굳히는데 성공한 시기였다. 이후 어윤태 현 부산 영도구청장께서 사장이 되면서 감독들이 파리목숨처럼 날아가고 프랜차이즈선수가 축출당하는 등 팀이 막나가기 시작했는데 오죽 답답했으면 그룹 총수가 직접 손을 댈까. 아무튼 늦게라도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 LG그룹이 야구를 그룹차원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다는 좋은 증거는 역시 한때 각종 일간지 전면광고로 동시에 등장해서 화제가 됐던 다음 광고.

시밤 보기만해도 눈물난다.

10월 292008
 
참고로 말하자면 ‘작가’란 9회에 꼭 아슬아슬한 상황 연출하고 경기 막아내는 마무리들의 총칭이다. 워낙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다보니 붙는 별칭.
참고링크 : http://www.bluecatworld.com/tt106/174

아무튼 상황은 한국시리즈 3차전, 양팀 1승 1패로 팽팽하게 맞붙은 상황에서 SK가 두산에게 3-2 1점차로 리드한 채로 9회말에 마무리 정대현이 8회부터 등판해서 투구하고있었다.

여기서 선두타자 8번 유재웅 : 좌전안타, 무사 1루. 슬슬 작가질의 분위기가 느껴짐. 기승전결의 기에 해당

9번 최승환, 전 타석에서 대타로 나와 솔로홈런 친 바 있음 : 삼진으로 처리. 1루수와 우익수가 따라가다 1미터쯤 앞에 두고 못잡는 아슬아슬한 파울타구도 나왔으니 실로 보는이의 마음을 쥘락펼락하는 고수의 풍모가 느껴짐. 1사 1루. 기와 승 사이의 짤막한 인터미션?

1번 이종욱 : 다시 중전안타, 1사 1,2루. 본격적인 작가신공 발휘. 기승전결의 승에 해당

2번 고영민 : 전 타석까지 한국시리즈 3경기동안 9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음. 그러나 예상외로 깨끗한 좌전안타를 쳐내고 나갔으나 타구가 너무 잘 맞아서 체공시간이 짧았던 관계로 2루주자는 3루에서 멈췄음. 1사 만루, 클라이맥스, 기승전결의 전에 해당

3번 김현수, 올시즌 타격왕,  포스트시즌에서도 나쁘지 않았음. 초구를 타격했으나 2루수에게 잡혀 베이스터치 후 1루송구로 병살. 게임셋. 병살이 아니었다면 오늘 3안타 치고있던 4번타자 김동주가 기다리고있었다는 사실로 여운을 남김. 기승전결의 결에 해당


정말이지 보통 내공으로는 짜낼 수 없는 기가 막힌 시나리오. 야구만화에서라도 썼다간 작위적이라고 욕먹을만한 시츄에이션들을 현실에서 거침없이 짜내는 그의 작가신공에 경의를 표한다.
10월 132008
 

* 날림으로 쓴 글이라 자세히 퇴고는 안 했습니다. 혹시라도 오류나 비문 오탈자 등등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남들이야 가을야구를 하네 마네 잔치를 벌이고있지만 트윈스는 그 소동에서 쓸쓸히 소외된 하위의 4팀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시즌 전부터 성적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예견하긴 했지만 그 정도가 훨씬 심각해서 우울하기 짝이 없을 지경이다. 명색이 골수 트윈스팬을 자처하는 나로서도 시즌 막판의 팀의 모습은 눈뜨고 보고있기가 괴로워서 관전조차 꺼려질 정도였다. 그만큼 팀의 상태는 심각했지만 어쨌든 시즌은 끝났고 내년에도 야구는 계속된다. 시즌을 마무리하며 간략한 감상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1. 시즌 시작 전부터 예견된 성적


지금은 완전히 마음이 떠난 곳이지만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꽤 열성적으로 트윈스 홈페이지의 쌍둥이마당에 글을 올리곤 했다. 시즌 시작 전 팀의 전력이 약체화돼있음에도 구단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FA영입 등을 통한 전력보강을 등한시하는 모습을 보고 실망해서 올시즌에 대한 성적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한 바가 있었다. 그당시 내가 예상한 기대성적은 대략 6~7위정도? 그러나 그 예상보다도 훨씬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고 말았다.


팀의 전력을 평가함에 있어서 아직 검증되지 않는 전력은 0으로 놓고 보는 게 맞다. 신인 혹은 유망주, 부상선수, 통산성적에 기복이 심한 선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즉 신인투수였던 정찬헌과 이범준, 포텐셜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김상현과 정의윤과 이성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재활중인 이동현, 시즌 10승이 언제 가능할지 아무도 예상하기 힘든 이승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누구누구가 올해는 잘 해줄 거야’, ‘올시즌 유망주 한 번 믿어봅시다’ 이딴 말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게다가 최동수와 최원호는 언제나 최동수의 2007년과 최원호의 2005년 수준의 성적을 꾸준하게 보여준다는 게 검증된 선수가 아니었으며 그나마 꾸준한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였던 박명환마저 부상으로 나가떨어졌고 우규민 또한 1년 반짝하고 몰락했으니 팀의 전력에 마이너스만 있었지 플러스는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한 시즌 치르면서 초반부터 포텐셜 터져주는 선수가 1~2명이라도 있으면 그 시즌 꽤 해볼만하게 되는 건데 트윈스의 경우 초반부터 그렇게 터져준 선수가 아예 없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안치용이 늦깎이로 터져준 게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그가 불이 붙기 시작한 시점은 이미 팀의 성적은 곤두박질 친 이후였으니 아쉽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튼 야구에 가정형은 무의미하고 객관적인 전력의 평가에 ‘이 선수가 잘 해 준다면’ 등의 표현은 정말 무용지물이다.



2. 김재박감독의 과실?


김재박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팀의 체질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주로 선수들에게 직접 작전지시를 내리며 관리하는 스타일의 야구는 선수들이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으면 적응에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약체화돼있던 LG의 전력에서 그런 작전야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감독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선수는 극히 제한돼있었다.


게다가 팀의 성적 향상을 위해서라면 주전급 선수가 턱없이 부족한 팀의 상황에서 타팀의 간판급선수를 FA로 데려오려는 시도라도 해야 했음에도 구단은 이를 유망주를 통해 해결하라며 등한시했다. 결국 터진 유망주는 0이었고 그 와중에도 김재박감독은 트레이드를 통해 전혀 발전이 없던 이성열을 꾸준한 주전출장을 통해 가치를 높인 뒤 군 제대로 인해 가치가 하락해있던 왕년의 두산 간판 미들맨 이재영과 트레이드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이재영은 제대 후유증으로 전성기의 활약을 보이진 못했지만 충실한 동계훈련을 거친 내년 이후를 기대해볼만하다. 현대시절 이명수와 박종호를 거의 거저 데려와서 요긴하게 써먹은 부분이나 작년의 손인호, 올해의 이재영의 케이스를 봐도 김재박감독의 선수 평가와 트레이드 타이밍에 대한 안목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시즌 시작 전 올 시즌에 대한 기대는 접는 편이 좋고 성적 때문에 김재박감독탓하는 꼴이나 안 봤으면 좋다고 쌍마에 쓴 일이 있다. 결과적으로 성적이 이리 되자 게시판에는 김재박감독에 대한 성토의 분위기가 일어났다. 그러나 지금 김재박감독이 물러난다면 또다시 임기를 채우지못한 트윈스 감독의 명단에 한 명이 추가될 뿐이다. 어쨌든 망가진 팀을 맡아서 이만큼 운영하고있는것만 해도 보통 일은 아니다. 대체 누가 있어 지금의 트윈스를 추스릴 수 있단 말인지 대안이라도 제시하면서 김재박을 까는 모습을 봤으면 싶다.


어쨌든 감독이란 자리가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김재박감독의 과실은 팀의 성적이 부진했다는 점에 있다. 정말 그거 하나뿐이지 김재박감독의 선수 운용이 타팀 감독에 비해 크게 모자라는 부분은 없었다고 본다. 약체화돼있던 팀의  전력, 선수의 부상마저 감독이 책임져야할 부분은 아니다. 어쨌든 전임 감독들이 너무나 안 좋은 전례를 남겨왔고 그렇기에 성적이 부진하더라도 김재박감독에게는 임기 마지막까지 신뢰를 보내야한다. 그래야 후일 트윈스 차기 감독을 좋은 모습으로 모셔올 수 있지 않겠는가.


3. 모든 것은 조인성탓?


언젠가부터 LG팬들 사이에는 이상한 조류가 보이기 시작했다. 팀이 몰락하고 성적이 곤두박질친 데에는 명백히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음에도 그 원인을 모두 조인성 하나에게 돌려버리는 것이었다. 팀이 패배한 날이면 쌍마에는 조인성의 리드로 인해 졌다는 이야기가 게시판을 가득 채웠다. 때마침 백업포수 부족으로 인해 그라운드로 복귀한 김정민이 좋은 활약을 보이자 이런 성토의 분위기는 더욱 심해졌다.


조인성은 FA계약을 성공적으로 맺고 시즌 초반만 해도 괜찮은 활약을 보이고있었다. 그러나 그도 야구선수이기 이전에 일개 인간일 따름이다. 팬들의 이런 이해하기 힘든 마녀사냥에 상처를 입은 것일까, 시즌 중반 이후 그의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결국 2군행을 했고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단골로 출장하던 국가대표 포수 자리도 놓치고 말았다. 조인성의 추락의 책임의 일부가 ‘팬’들에게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지나치게 비약하는 걸가? 물론 그 부진의 가장 큰 책임이 조인성 본인에게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김정민은 좋은 포수다. 젊었을 때는 김동수라는 불세출의 명포수의 그늘에 가렸을 뿐 지금의 조인성에 못지 않은 좋은 포수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김정민의 올해의 역할은 백업이고 주전은 조인성이어야했다. 그 누구도 39살의 은퇴공백이 있는 선수가 단번에 풀타임주전급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진 않는다. 분명 남은 선수생활은 조인성이 훨씬 많고 10년 가까이 주전으로 포수마스크를 쓴 베테랑급 포수를 하루아침에 키운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김태군을 논하는 분도 많지만 아직 2군에서조차 자리를 잡지 못한 고졸 2년차포수에게 대체 뭘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조인성은 시즌 후반 1군에 다시 올라와서 주전마스크를 쓰며 어느 정도 좋은 활약을 보였다. 그러나 올시즌 중반 그의 모습에 아쉬움이 남은 것만은 분명하며 이 일을 계기로 그가 내년에 한 단계 더 성숙한 플레이를 보이길 기대해본다. 팬들이 뭐라 하건 조인성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못해도 중상위권에는 드는 포수다.



4. 전력보강에 대하여


지금 LG에서 용병을 제외하고 타팀에 비교해봐도 떨어지지 않는 풀타임 주전급 선수를 꼽자면 투수에서는 봉중근, 정재복이 있고  야수에서는 조인성, 박용택이 있다. 아직 좋은 활약을 보인 게 올해 1년에 불과한 박경수와 안치용은 내년에 대한 기대를 확실히 하기 힘들기에 논외로 하겠다. 그렇게 보자면 선발 5인, 중간 마무리 4~5인, 선발타순에 드는 9명을 합쳐 20명 남짓한 선수들 중 타팀에 부족하지 않은 선수가 고작해야 4명이란 소리다. 용병으로 2자리를 채운다고 해도 고작 6명 정도가 타팀에 부족함이 없을 뿐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적어도 저런 선수가 10명은 넘어야 4강 진출을 기대해볼 수 있고 대부분의 라인업에 빈틈이 없이 빽빽히 A급선수로 채워져야 우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 올해의 SK는 저런 선수가 20명으로도 모자라 온 포지션에 2명 이상씩 빽빽히 들이차있던 팀이다.


그런 이유로 올시즌도 FA를 영입해야 한다. 생각해볼 수 있는 포지션은 외야와 3루와 선발투수 정도? 개인적으로 가장 우선적으로 영입해줬으면 하는 선수는 김재현과 이진영이다. 김재현의 상징성과 실리에 대해선 길게 말하지 않겠다. 그는 외야수비를 볼 수 없다고 해도 여전히 타자로서 여타 어지간한 FA를 압도하는 가치를 지닌 선수다. 이진영은 이병규보다는 못해도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좋은 좌타자 중 한 명이다.


사족이지만 정성훈도 괜찮은 선택이긴 한데 같은 3루 자리이면서 작년에 김동주에 베팅도 안 해본 구단을 생각만 하면 여전히 속이 쓰리다. 이것도 늘 하는 말이지만 1993년 연세대 진학이 확정된 김재현의 진로를 LG로 되돌린 프런트는 대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어쨌든 FA 2명은 무조건 다 잡아야한다. 보상선수? 주전급선수 둘을 데려오는데 우리 팀에서 베스트에도 못낄 선수 둘을 아까워할 이유는 없다.


5. 내년시즌에 대한 기대


어쨌든 이대로 FA영입이 없다면 전술한 팀 전력 평가의 기준에 따르자면 LG는 여전히 최하위권 후보다. 그렇기에 박진만과 심정수를 영입하던 때의 삼성처럼 탐욕스러운 자세로 전력보강에 임하지 않는다면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 또한 하기 힘들다. 박병호에 기대를 거는 분도 많지만 입대 전 1군에서 보여준 모습이 워낙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역시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래도 객관적인 평가는 평가고 팬심은 따로 노는 법이다. 이대로 이대형이 전준호급으로 커주고 올해 좋은 모습 보인 박경수는 더욱 일취월장해주고 안치용 최동수 크레이모드 터져주고 박병호 김상현 정의윤 20홈런 가고 박용택 FA로이드 발동에 조인성은 FA로이드 재림에 박명환도 돌아와서 옥스프링 봉중근하고 대오각성한 정찬헌 다함께 15승 이상 해주고 이재영 정재복 철벽 허리에 우규민 이동현 화려하게 컴백해서 역전불허하고 등등등등 모두 터져주면 우승도 문제없을 것이다. 정말로 1994년처럼 모든 선수들이 다 잘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이유로 비록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더라도 야구는 모르는 법이다. 부질없든 정말 기적이 일어나든 내년 시즌 다시 일어서는 트윈스의 모습을 볼 수 있길 기원해본다.

12월 272007
 


네이버 뉴스 야구란에서 ‘2008 한국프로야구에 기적이 일어난다면?’이란 주제로 투표를 받고있다. 그런데 설문항목이 문제.

저게 뭐가 문제냐 하면 내년시즌 LG트윈스의 용병은 투수만 두 명이다 -_- 즉 30홈런이 일어나면 진짜 ‘기적’이란 소리..

물론 중간에 투수 한 명 퇴출되고 타자로 데려왔는데 그 타자가 30홈런을 친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 또한 LG의 용병잔혹사를 생각해볼 때 역시나 일어난다면 기적이긴 함.

그나저나 1위를 달리는 항목이 ‘롯데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니 여전히 롯데는 여러 모로 안습. 잘 보면 다른 팀들 설문항목들도 깬다. 김진우 금주선언실천이라니(..)
10월 302007
 

영상은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5분 40초 무렵에 김재현이 대타로 출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김재현은 고관절 부상으로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나 팀 동료들이 자신의 등번호를 헬멧에 새기고 나오는 상황에 자신도 방관할 수만은 없다면서 투지를 불태웠다.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성 타구를 치고도 절뚝거리면서 간신히 1루까지 걸어나간 다음 관중들의 환호에 호응하는 그의 모습은 타팀팬들도 감동시켰던 한국 야구사의 명장면이다.


지금은 LG트윈스를 떠나 부산 영도구청장이 되신 어윤태 전 LG트윈스 구단주께서 이뤄낸 최대(최악)의 위업 중 하나가 바로 김재현으로 하여금 팀을 떠나게 만든 건이다. 김재현은 1994년 서용빈, 유지현과 함께 신인3인방으로 불리면서 신인으로는 이례적인 20홈런-20도루 달성과 함께 팀 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팀동료였던 유지현과 함께 신인왕경쟁을 벌였던 선수다. 그런 선수가 고질적인 고관절 부상으로 선수생명이 위태로워지자 결국 수술을 단행하게 되는데 당시 LG구단은 김재현의 복귀조건으로 경기중 일어나는 모든 부상은 김재현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각서를 쓰게 했고 선수에게 이는 상당히 굴욕적인 조건이었으나 김재현은 경기에 출장하기 위해 피치 못한 선택을 해야 했다.

그리고 복귀한 김재현이 수술한 선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서 FA 조건을 채운 2004년 시즌 종료 이후 김재현은 LG구단에 FA계약을 위해서는 각서를 파기해줄 것을 요구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당연한 요구였다. 그러나 구단은 쓸데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이를 거부했고 결국 김재현은 정들었던 LG구단을 떠나 SK와이번스와 4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김재현은 SK로 이적한 첫해 팀동료였던 LG의 이병규와 마지막까지 타격왕 경쟁을 벌이면서 당시 침체했던 SK 타선에서 고군분투하며 눈부신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6년에 주춤하더니 올시즌은 타율 .195로 데뷔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그랬기에 포스트시즌에서도 큰 기대를 받는 형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한국시리즈에 들어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1,2차전 연패로 팀이 벼랑 끝에 몰린 사황에서 3차전에서는 결승타, 4차전에서는 결승득점과 쐐기를 박는 홈런, 5차전에서 다시 결승타, 6차전에서 또다시 쐐기를 박는 홈런을 기록하면서 팀의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팀이 올린 4승의 요소마다 그의 활약이 있던 것이다. 그의 활약이 아니었다면 SK가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이후 4연승으로 역전의 드라마를 일궈내는 게 그리 손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LG에 있던 시절부터 김재현은 대 두산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고 결국 이번에도 두산의 심장에 비수를 박는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만약 그가 계속 LG에 있었다면 과거 수 년간 LG가 두산에게 그렇게 일방적인 열세에 몰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2002년에 약체팀을 가지고도 준우승을 거둔 김성근감독을 일방적으로 내친 이후 이상훈 김재현 유지현을 차례로 내치는 등 파행운영을 하지 않았어도 팀이 2003~2006시즌 4년동안 6-6-6-8위라는 막장코스를 밟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이순철감독이 망가뜨린 팀을 김재박감독이 부임해 간신히 바로잡고 있다. 여기에 김재현이 SK와 맺은 계약기간이 끝나는 내년 말에 그를 다시 LG로 영입하고 각서를 파기하는 일이야말로 LG가 그동안 밟아온 어긋난 행보를 바로잡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다시금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뛰는 김재현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덧. 어쨌든 결과적으로 올 시즌은 SK의 우승으로 끝났다. 그동안 김성근감독은 해박한 야구지식과 야구에 대한 열정에도 불구하고 항상 어딘가 망가진 팀, 불안정한 팀만을 맡으면서 추스리기에만도 벅찬 그런 팀들을 가지고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결국은 안정된 전력의 팀에게 포스트시즌에서 안타깝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시즌 그가 SK와이번스라는 그동안 착실하게 젊은 선수들을 키워온 멀쩡한 전력을 보유한 팀을 맡게 되자 나는 이번에야말로 그의 감독인생에 우승이라는 트로피를 장식하게 될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 바 있고 결국 그 예상은 현실이 됐다. 이 자리를 빌어 김성근이라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노감독과 SK와이번스라는 팀의 첫우승에 대해 축하의 뜻을 표한다. 김성근의 야구를 무작정 욕하는 자들은 야구에 대해서 뭣도 모르는 풋사과들이라고 감히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