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자체의 판단이야 듣는 이에게 달린 문제니 여기서 왈가왈부하진 않겠다. 그저 칸노 요코란 뮤지션에 대해 이전부터 생각해오던 바를 주저리.

나와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면 내가 칸노요코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모처에서 그녀에 대해 폭넓은 음악세계를 지녔으며 그녀와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게 자랑스러울 정도로 음악사에 남을 천재 운운하고 칭송할 때부터 상당한 거부감을 느낀 바 있다. 내가 그녀의 음악을 들으면서 느낀 건 그녀의 음악은 수많은 뮤지션들이 해오던 음악을 일본풍으로 잘 포장하고 예쁘게 꾸며서 낸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을 줄 뿐 어떤 자신만의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수립했다는 느낌은 받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그 느낌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 덕에 확신하게 됐다. 표절인지 영감을 얻은 건지의 판단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녀가 음악을 작곡할 때 어떤 다른 뮤지션의 작품들을 상당부분 '참고'한다는 점만은 거의 확실해졌다. 이는 그녀가 평소에 주장해온 다른 뮤지션의 음악을 듣진 않으며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영감을 그대로 음악으로 옮겼다는 발언과는 크게 위배되는 부분이다.

또한 칸노 요코의 음악에 대해 느낀 불만이라면 음악이 너무 자기 세계에 빠진 나머지 애니메이션 혹은 게임 작품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조화된다든지 하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음악이 튀면서 따로 논다는 점이었다. 그 점에 대해서도 이번에 납득할 수 있었는데 자신의 음악을 하고있는 게 아니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 아니겠는가. 즉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가지고있고 이를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의 다른 장르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한다면 거기서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녹아드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타인이 만들어낸 음악을 가져다 억지로 끼워맞추기를 했으니 당연 음악이 따로 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과대평가된 한 뮤지션에 대한 거품이 걷히길 기대한다. 세상에 천재란 게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