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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dkrune.egloos.com/2475625중국 남송시절 북송을 멸한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에 저항해서 혁혁한 전공을 세운 악비라는 장군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화평론자인 진회의 모함에 의해 억울하게 죽었고 이후 중국인들은 관제묘처럼 악왕묘를 세워 그를 기렸으며 진회는 대대로 나라를 팔아먹은 간신의 상징으로 회자됐다. 그리하여 중국 역사물을 보면 나라가 누군가에게 억울한 일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달래며 '악비는 못될지언정 진회는 될 수 없지 않겠소'라고 말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지난 WBC 아시아예선 당시 한국 대표팀의 4번타자를 맡고있던 김동주는 투지 넘치는 슬라이딩을 하다가 부상을 당했고 그로 인해 올 시즌의 2/3 이상을 공쳤다. 문제는 그가 올시즌을 정상적으로 끝내면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려 고액의 연봉을 보장받고 있던 상태였다는 점이었다. 부상으로 인해 한 시즌을 공친 그는 FA 계약을 내년으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 30줄에 접어든 선수에게 선수생활 1년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당연히 구제 여론이 일어났다. 그동안 국가대표팀 4번타자를 전담하다시피 하며 많은 공을 세웠고 이번에도 나라를 위해 싸우다 당한 부상이니 비록 FA 자격요건을 못채우더라도 특별히 FA 자격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KBO에서도 이 점에 대해 각 구단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각 구단의 반대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부상을 빌미로 국가대표에 출장한 선수들이 태업을 할 수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였다.
물론 저 이유는 말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FA계약의 금액이란 FA로 풀리기 직전의 시즌 성적이 가장 크게 작용하기 마련이고 그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태업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런 점은 그저 핑계에 불과하고 구단들 입장에서는 그저 FA로 풀리는 선수들에게 지불해야 할 거액의 비용이 아까웠을 뿐이라는 게 내 추측이다.
아무튼 그렇게 올시즌을 공치다시피 한 김동주를 KBO는 이번 2006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로 또다시 선발했다. 이번에도 부상에 대한 구제책에 대한 얘기는 여론만 있을뿐 실제 공론화된 바는 없는 상태다. 그래서 김동주를 비롯한 여타 대표선수들은 국가대표를 보이콧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김동주라는 전례가 있는데 병역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아니면 누가 부상으로 인한 선수생명의 위험이 있는 국가대표 출장을 원하겠는가. 나가서 부상당하건 말건 자기 알 바 아니니 무조건적인 충성을 보이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후안무치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김동주가 국가대표 선발을 거부해도 당연하다. 여기에 애국심을 강요하는 일부 여론은 그야말로 파시즘 옹호론자들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국가가 개인으로 하여금 국가를 위해 싸우게 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불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김동주에게 나라를 위한 일이니 개인사정이야 어찌됐든 당연히 나가서 싸워야 한다고 말하는 건 그야말로 김동주가 악비처럼 싸우다 처형당해도 상관없다는 얘기와 무엇이 다르겠는가.